Echte Liebe

1. 레기스탄으로 돌아가는 길.


  모든 일정을 끝내니 속이 후련했다. 묵혀있던 체증이 내려간 듯 속이 홀가분했다. 근데 내 마음뿐만 아니라 지갑까지도 홀가분해졌다(......). 울루그벡 천문대 입장료까지 내니 현찰이 바닥났다. 100숨 지폐 몇 장 뿐. 이걸로는 택시비도 감당할 수 없다. 이제 어쩌.....긴 어쩌겠어? 걸어야지. 지금껏 잘 걸어왔는데 또 걷는다고 문제되겠어?


  울루그벡 천문대에서 나와 아프로시압 박물관 방향으로 쭉 걸어갔다. 중간에 샤히 진다 입구 쪽으로 갈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하즈라티 히스르 모스크 쪽으로 가면 뭐라도 있을거라 생각하며 일단 걸어갔다.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무식한 짓이었다...


  모스크까지 2차선 도로가 쭈욱 이어졌다. 도로가 막혀있어서 그런지 차가 일절 지나다니지 않았다. 닭들이 자유로이 거리를 활보했고, 저 멀리 언덕에는 목동들이 가축들을 지켜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까 봤던 차[각주:1]는 그대로 있었고, 커플은 여전히 격렬한 논쟁을 이어가는 듯했다. 작은 풍경 하나하나 모여 이 도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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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활보하던 닭들. 빵 터졌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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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을 상징하는 조각상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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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그렇게 30분 정도 걸었던가, 아까 건너편에서 봤던 그 장소가 보였다. 근데, 여기서도 막혀있네!? 이제 어쩌지..? 여기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건 미친 짓인데..? 그 때, 샤히 진다에서 잠깐 보고 갔던 묘지가 생각났다. 지도를 다시보니, 여기 왼쪽에 있는 게 묘지구나!!! 잠들어계신 분들 사이로 지나가는 게 영 마뜩찮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딱히 길이 막혀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여기 뚫자!!!!


  묘비 사이로 난 길 따라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했다. 어제의 이방인은 오늘의 불청객이었다. 비석의 눈들이 동방의 불청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것만으로도 몸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 연신 속으로 죄송한 마음과 알라님에 대한 존경심을 강조하며 걸어갔다. 정말 기를 쓰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마치 미로같은 곳이라 내려가기 쉽지 않았다. 필요할 땐 수풀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어떻게든 뚫어야 한다!!


  그렇게 20여분 지났을까, 살짝 열린 철창 문이 보였다. 문 너머엔 어제 봤던 바로 그 길이 있었다. 아, 해냈구나..!!! 다시한 번 알라님께 존경심을 속으로 표한 후 대로변으로 나갔다. 이제 진짜 숙소로 가면 된다. 드넓은 타슈켄트 거리를 보니 긴장이 탁 풀리며 진이 빠졌다. 레기스탄 방향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 김성근 욕할 처지 못된다 이양반아.........


  울루그벡 천문대에서 레기스탄까지. 지도상으론 약 4Km지만 묘지에서 헤맨 것까지 합하면 5Km 넘을 듯...


2. 레기스탄에서 숙소까지.


  레기스탄 광장에서 숙소로 다시 돌아가는 이야기는 이미 포스팅한 부분이다. 레기스탄 광장 포스팅의 3번 항목을 참고하면 된다. 두 개의 글이 접혀있는데, 모두 확인하시라.


3. 숙소에서.


  숙소로 돌아오니 정말 배가 미칠듯이 고팠다. 이번 식사만큼은 정말 제대로 먹고 싶어 근처 골목을 샅샅이 뒤져봤으나 마땅한 곳이 없었다 -_-... 그래도 어렵사리 열려있는 식당 하나 찾았고, 거기서 닭고기를 먹었다. 맥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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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찾은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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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를 먹었다. 근데 야채가 없었다... 하지만 지치도록 걸었기 때문에 꾸역꾸역 먹었다.이거이거...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오늘 정말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맥주를 한번 더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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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찌까와 Tuborg 맥주. 발티카는 러시아 대표맥주고, Tuborg는 덴마크 맥주. 역시 꾸역꾸역..


  근데, 너무 몸을 막 굴려서 그런건지 맥주가 잘 안 넘어갔다. 뭔가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랄까... 그냥 피곤해서 맥주가 안받겠거니 생각하며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부하라로 이동해야 하니 준비 좀 해야되고. 사마르칸트 여행 끝! 


우즈벡여행 첫 3일간 총 걸어다닌 거리. 혹사 수준 보소...


  1. 커플이 싸우고 있던 검은 차. https://schluss.kr/133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