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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며 사진찍고, 책도 읽고, 그깟 공놀이에 일희일비한 기록을 글로 남기는 평범한 공간. (복붙식 댓글 혐오합니다. 진짜 욕할지도 몰라요.)

<171008 x 171009> 우즈벡 여행 마지막날 이야기. (Бухоро -> Тошкент -> 인천)

  • 2020.01.11 20:53
  • Overseas/2017 - O'zbekiston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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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날만 남았는데... 이번 우즈벡 여행은 타슈켄트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까지 난관의 연속이었다. 몸도 안좋은 상황에서 일진까지 꼬이니 이래저래 욕이 절로 나왔지.... 간단히 그 날의 기억을 더듬어보고자 한다.



  숙소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속이 완전히 괜찮아지진 않았기에 아침은 간단히 식당에서 음료수 한 잔 마시는걸로 때웠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 배낭을 완전히 다시 정리했다. 이제부턴 비행기를 타고 움직여야 하니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들을 모두 슬링백에 옮겨담았다. 그리고 더이상 꺼낼 일 없어보이는 의류, 그리고 론리 플래닛을 모두 배낭 아래쪽에 쑤셔넣었다. 덕분에 슬링백이 제법 무거워졌다...

  배낭정리까지 모두 끝내고 숙소를 나섰다. 부하라에 도착했을 땐 어떻게든 버스를 탔지만, 집에 가는 마당에 굳이 더 걷고싶지 않았다. 맘편히 랴비하우스 근처에서 택시 타고 공항으로 갔다. 예상대고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15분 남짓..? 조금 여유롭게 공항에서 기다릴 겸 하여 예정된 이륙 시간보다 2시간 30분 가량이나 일찍 공항에 갔다. 애초에 이 항공편을 예약할 때 성과 이름을 바꿔썼던 문제가 있어서 우즈벡에 오기 전에 항공사에 문의까지 했었기에 꽤 긴장했다.[각주:1] 


문제 1. Бухоро, 공항


  우리나라처럼 공항에 도착하면 공항 출국장 내부에서 대기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긴 우즈베키스탄!! 철도역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되기 전까진 아예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순간 내가 날짜를 착각했나 싶을 정도로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그들과 함게 철문 앞에서 10분 가까이 서성였다. 한참을 기다려서 철문이 열렸고, 공항 내부로 들어갔다.


  공항 규모는 우리나라 중소도시 열차역 정도로 작았다. 발권 데스크 역시 2칸에 불과했는데, 그 위의 모니터에 뜬 시간표를 보니 모스크바행 항공편이 타슈켄트행보다 약 1시간가량 먼저 있었다. 그러니 나랑 같이 기다리던 사람들 모두 모스크바에 가려던 사람이었던 것. 데스크에 가니 이따가 발권 받으라더라. 한번에 안해주네.... 뭐, 어차피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여기서 기다릴 겸 대합실 구석 의자에 배낭을 올렸다.


  일단 가방에서 책 하나(론리플래닛 말고 읽을 책 하나 가져갔었다. 책 제목은 '총, 균, 쇠'.....) 꺼내고 보고자 해봤지만 집중이 안됐다. 에라 모르겠다, 주변이나 둘러보자. 이따끔씩 들려오는 사무원의 외침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며(아마 짐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겠지) 승객들을 살펴봤다. 행색을 보아하니 대부분 여기 현지인들이었는데, 모스크바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듯 했다. 고향을 떠나 다시 일터로 가는거라 그런지 표정도 뭔가 아쉬워보였고... 간혹 금발의 젊은 가족들만이 밝은 표정을 머금고 캐리어를 끌고 가더라.


  그렇게 있다보니 어느새 인파가 잦아들었다. 내부에 직원을 빼면 아무도 없으니 그저 좀 어슬렁거리다 이내 자리에 앉아 책(총, 균, 쇠)을 좀 훑어봤다. 오 나름 읽히는데!? 10페이지나 읽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직원이 다시 창구에 앉았고, 짐을 다시 정리한 후 표를 발권받고 배낭을 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구가 열렸고, 수속을 밟았다. 수속하는 직원이 여권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성과 이름을 거꾸로 썼다고 주의를 줬지만 이내 통과시켜줬다. 국내 항공편은 국제편만큼 빡빡하진 않다는 말이 맞긴 맞구나. 휴... [각주:2]


타슈켄트행 비행기. 에어버스 A320[각주:3]. 딱 적당한 크기의 비행기였다.


  별다른 지연 없이 시간에 맞춰 바로 출발했다. 별다른 불편함 없이 바로 도착.


저 멀리 보이는 카자흐스탄 영토.



문제 2. Тошкент, 공항


  내가 탄 비행기는 타슈켄트 공항 3터미널에 도착했다. 타슈켄트 공항의 경우, 국내선은 모두 3터미널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데, 2터미널에서 직접 걸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마음같아선 활주로를 가로질러 국제공항 터미널로 가고 싶었지만 여생을 우즈벡에서 보낼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이 3터미널에 내렸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택시 호객꾼들이 잔뜩 들러붙었으나 묵묵히 무시하고 국제공항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남는 건 시간이니... 그리고 내리 1시간을 걸었다. 어후, 진짜 죽는 줄 알았다.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걸어가는 내내 택시가 생각났다. 후회막심했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외부에서 짐 검사를 받았다. 표를 제시하고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부터 다분히 귀찮았다. 그런데 막상 내부로 들어오니 마땅히 먹을만한 곳이 없었다. 아오, 배고픈데... 그래서 일단 짐을 맡겨둔 채 다른 곳에 나갈까 싶어 공항을 둘러봤으나 물품 보관소조차 없었다. 아오...!!


  이도저도 안되니 일단 남은 돈이라도 환전이라도 하려고 공항 내 환전 부스에 갔다. 일단 증명서를 달라 해서 제시했는데... 환전마저 안된다!!! 아니 왜!!! 이 증명서로는 안된댄다. 다시 물어보니, 1급 은행(우즈베키스탄 중앙은행 (National Bank of Uzbekistan))에서 발급한 증명서가 있어야 달러로 환전해준다는 것이었다. 즉, 중앙은행에서 환전한 돈만 다시 달러로 바꿀 수 있다는 것. 이런 XX 뭐 이딴 게 다있어!!


요렇게 환전소에 제시하면 환전소 직원한테 칼같이 바람맞을겁니다 :)

국내선 비행기 표와 환전 증명서.

  이 때부터 눈에 보이는 거 없이 본격적으로 뇌절했고, 입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이대로 한국으로 갔다간 10만원 가량의 돈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판이었다. 절박한 마음에 공항 내 대한항공 사무소에 가서도 물어봤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고 하셨다(혹 거기서 내가 돈 바꿔줄 수 있냐고 요청했어도 거절하는 게 옳다. 안그래도 환전 빡세게 관리하는 나라인데 개인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무슨 문제 생기면 안되니까...). 정말 이 공항에선 더이상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이걸 어쩌나....

  그 때 여행 첫 날 신세졌던 한식당이 생각났다. 배낭이 매우 무거웠고, 짐검사가 매우 귀찮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공항 주차장의 택시비가 비싼 건 알지만 도저히 저 앞으로 걸어갈 힘이 없었다. 그래서 택시 표시가 있는 택시를 탔다. 고려인이라며 친한 척 했지만 요구한 건 8만숨. 비싸다며 인상을 팍 썼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이거 먹고 니 인생 엿도 같이 먹어라 교활한 새끼야. 속으로 그 개자식에게 훨씬 심한 욕을 마구 퍼부으며 식당으로 걸어갔다.

  식당에 들어가니 주인 아저씨께서 얼굴을 알아봐주시고는 반갑게 인사해주셨다. 바로 자리에 앉아 메뉴를 시켰고, 식사부터 커피까지 풀-코스로 든든하게 먹었다. 메뉴가 뭐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배고픈 와중에 정말 맛나게 먹었다... 비행기 시간이 좀 남아서 조금 쉬다 가도 되겠냐고 여쭤보니 얼마든지 편히 계시라고 하셔서 거의 2시간은 죽치고 있었다. 그렇게 더없이 힐링되는 시간(!!!!)을 보내고 가게를 나섰다.


"근데.. 혹시 여기 주변에 은행 연 곳이 있을까요..?"
"으음... 오늘 일요일이라서 마땅히 연 곳이 없을텐데..."
"아, 다름이 아니라 제가 며칠전에 환전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숨이 좀 많이 남아서 환전하려고 하는데, 공항에서 중앙은행에서 바꾼 게 아니라며 환전을 안해주더라구요..."
"아아- 얼만데요??"
"대략 요정도 되는데...(아까 택시비와 여기에서의 식비까지 해서 추가로 돈을 지불했고, 여기서 출국하기 전까지 써야 할 돈+기념으로 남겨놓을 화폐 몇 장을 제외했다.) "
"아, 이정도는 괜찮습니다. 해드릴게요 ㅎㅎ"
"엇, 정말요!? 정말 감사합니다ㅠ_ㅠ"
"에이 이정도야 뭐~"
"아닙니다 정말 감사해요 ㅠㅠㅠㅠ"

그렇게 메뉴를 하나 더 시켰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전합니다.


타슈켄트 한식당 '서울' 사장님, 신세 많이 졌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다시 인천으로...


  이제부턴 정말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중간에 기념품점에 가서 간단한 소품 하나와 과자를 샀다. 그리고 발권 수속이 나올 때까지 공항 의자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오오.. 드디어 쎄울!!!


  대략 저녁이 되어 드디어 발권이 시작되었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귀국표를 손에 얻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국 수속을 모두 끝내고 출국장에서 아까 읽던 책을 읽으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평정심을 되찾고 별다른 볼거리가 전혀 없다보니 엄청 집중하여 읽었다...


  탑승시간이 왔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우즈벡으로 올 땐 아시아나였는데 다시 돌아갈 땐 대한항공이었다(우즈베키스탄 항공과 코드쉐어). 귀국하는 비행기는 무난 그 자체였다. 야간 비행이라 그런지, 유아 좌석과 꽤 멀리 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매우 조용했다. 당연히 우즈벡으로 넘어올 때와는 달리 이륙 후 기내식을 먹고 잠깐이나마 잠을 잘 수 있었다.[각주:4] 잠이 안올 땐 노트북으로 영화도 봤고..


  그렇게 아침이 밝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다시 배낭을 찾아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복귀하며 황금 연휴의 우즈벡 여행이 끝났다!


인천의 아침 하늘.


  마지막 소감은 별도로 포스팅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달 중에 각 도시별로 한 번에 읽을 수 있게 링크를 삽입하고, 시간 순서대로 읽을 수 있도록 포스팅 순서를 대대적으로 조정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관심 가져주셔요! :)



부하라 여행기 목차

171005

 Самарканд -> Бухоро, 최악의 하루

 171006

 초르 미노르(Chor Minor, Чор Минор) + α

 낙쉬반드 영묘 (Baha-ud-din Naqshband Bokhari Memorial Complex)

 시토라이 모히 호사 (에미르 여름궁전) (Sitorai Mohi Xosa, Ситораи Мохи Хоса)

 부하라 첫 날 마무리

171007

 부하라 둘째날 아침.
 칼론 건물군 (Poi Kalon, Мечеть Калон) - 모스크, 미나렛, 미르 아랍 마드라사
 부하라 요새 (아르크, Ark, Арк)
 성벽과 그 주변 풍경.

 랴비 하우즈와 그 주변 풍경. (Lyabi Khause, Ляби Хаусе)

 늦은 오후의 부하라 풍경. (부하라 여행 마무리)

 171008

 우즈벡 여행 마지막날 이야기. (Бухоро -> Тошкент -> 인천)

 우즈베키스탄 여행 후기.


(원 발행일 : 191224 / 순서 변경 : 200111)

  1. 물론 항공사로부터 문제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기에 그대로 간 거지만. 혹시 몰라 그 메일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본문으로]
  2. 그래도 이런 실수는 되도록이면 하지 맙시다. [본문으로]
  3. 크기는 보잉 737기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4. 첫 여행 포스팅에서 말했지만, 출국 비행기에선 잠을 한 숨도 못 잤었다. 애기때문에.. [본문으로]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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