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06> Бухоро - 시토라이 모히 호사 (에미르 여름궁전) (Sitorai Mohi Xosa, Ситораи Мохи Хоса)
낙쉬반드 영묘를 모두 둘러보고, 다시 정문으로 나왔다. 이런 나를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하얀색 마티즈가 정문 앞으로 왔다. 운전기사 아저씨한테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위치를 말해주니 바로 알겠다며 출발했다. 노말원님? 잠깐이면 됩니다. 영묘에서 궁전까지는 15분 정도 걸렸다. 택시에서 내리니 버스 종점이 있었고, 저 앞에 큰 건물의 입구가 있었다. 사람들을 따라 그 안으로 들어갔다.
시토라이 모히 호사(코사)는 타지크어로 '별과 달의 정원'이라는 뜻의 궁전으로, 에미르 여름 별궁으로도 불린다. 우즈벡의 마지막 왕국, 부하라 칸국의 마지막 에미르인 알림 칸 시절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정작 그는 몇 년 지내지도 못하고 추방당했지만..
이 곳은 러시아 건축가와 부하라 장인들이 함께 지은 건물이라 두 나라의 양식이 한데 섞여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큰 곳이다. 게다가 지어진 지 얼마 안된 왕궁인데다 특별히 지진 피해를 입은 적도 없는 곳이라 상당히 잘 보존되어 있었고. 그럼에도 론리 플래닛에서는 짤막하게 나와있는 게 전부지만. 낙쉬반드 영묘처럼 아예 묻히지 않은 데 만족해야하나...
입구에 들어가니 길을 따라 노점상들이 여러 물건들을 팔고 있었는데, 그들보다 뒤에 있는 공작새들이 눈에 띄었다.
공작새를 펜스 없이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내부는 칸의 집무실과 하렘 구역으로 나뉘는데 기술자들의 구역도 있다지만 기억에 없다. 그냥 지나친 듯.. 그 중 먼저 본 건 칸의 집무실. 지금까지의 이슬람 전통 양식의 건물들과 한 눈에 봐도 달랐다.
이건 러시아식.
이건 우즈벡(부하라)식.
집무실은 현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그 속에는 그릇과 도자기, 조각상 등의 여러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중국에서 온 것도 있었고... 하지만, 딱히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정말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천장의 문양들. 문양 하나하나 장인정신이 깃들어있었다. 천장을 쳐다보며 내부를 돌아다녔다.
이야.. 이건 정성이다 정말.
벽면과 바닥은 우즈벡식, 천장과 샹들리에는 러시아식.
그렇게 집무실을 다 보고 밖으로 나왔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니, 새로운 건물이 나왔다. 그리고 건물 앞엔 연못과 정자가 있었다. 그래, 이 곳이 바로 하렘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왕궁 건축의 총 책임자라고 한다. 이름은 우스토-쉬린 무라도프.
나가기 전, 입구 쪽에서 진열되어 있던 직물들.
지금까지 이슬람 풍의 건물들만 보다 러시아 풍의 건물을 보니 한층 눈에 띄었다. 근데, 감탄보단 탄식이 먼저 난다. 저물어가는 나라의 끄트머리에서 얇은 나뭇가지를 잡고 버티는 느낌? 뭔가 애처로운 곳이었다... 그래서, 자꾸만, 덕수궁이 겹쳐보였다. 여러 양식이 한데 섞인 것도 그렇고, 한 나라의 마지막 황궁인 것도 그렇고.물론 하렘은 아님 역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길 잘했다. 다음에 또 오고싶지만, 기회가 될까..?
부하라 여행기 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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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05 | |
171006 | |
낙쉬반드 영묘 (Baha-ud-din Naqshband Bokhari Memorial Complex) | |
시토라이 모히 호사 (에미르 여름궁전) (Sitorai Mohi Xosa, Ситораи Мохи Хоса) | |
171007 | 부하라 둘째날 아침. |
칼론 건물군 (Poi Kalon, Мечеть Калон) - 모스크, 미나렛, 미르 아랍 마드라사 | |
부하라 요새 (아르크, Ark, Арк) | |
성벽과 그 주변 풍경. | |
171008 | |
(원 발행일 : 190822 / 순서 변경 : 2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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