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 양양, 낙산사 (의상대 새해 일출) - 오여사님(Ω) 영접한 날!
작년 새해 첫 날이라... 기약없는 미래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때였다. 물론 그 나날들이 마냥 나쁘기만 한 건 아니며 지금의 내게 큰 자양분이 된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2019년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끔찍한 한 해였다. 그만큼 지긋지긋한 2019년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팠고, 2020년엔 반전이 있길 바랬다.
예정대로 첫 날을 아주 조용히 보내고 있는데, 이번에도 내 안의 驛馬가 날 가만두지 않았다.
- 야, 올해 다시 힘낸다며. 진짜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거야?
- 작년에 괜히 안하던 짓 하다가 꼬였잖아 ㅡㅡ
- 아, 올해는 일단 첫 날에 안정적으로 보냈잖아~ 오늘까지 그냥 보내긴 아깝다 야.
- 뭐 그렇긴 한데.... 오랜만에 중랑천 하구둑에 갈까..
- 에게, 겨우? 화끈하게 산맥 넘자!
- 아 씨, 또 일 커지잖아! 어디 가게???
- 8년전에 낙산사에서 물먹은 거.. 이 기회에 만회해야지??! 내일 하늘 깨끗하대!
- 하늘이 맑아도 그 날 안개끼면 어쩌려고? 그리고, 돈이 어딨다고..
- 근처에 게스트하우스 있대는데? 찜질방 가잔 소리 안할테니까 거기서 푹 자고 보러가자. 한 번 지르자!!
- ..... 아오 씨.... 내가 졌다... (또 하늘 흐리면 한 해 시작부터 또 말리는데.. )
결국 오후 늦게 부랴부랴 버스표를 구입했다. 그래도 새해 첫 날이 아니어서 여유있게 표를 구할 수 있었고, 그날 밤에 낙산해수욕장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그냥 자긴 아쉬워서 밤바다 구경 좀 하다 맥주 한 캔 사서 숙소에 돌아왔다.
맥주 한 모금 마시니 자연스레 8년 전 그날밤이 떠오르더라. 그 땐 찜질방 안에 누울 곳조차 마땅찮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최악이었는데... 역시 남들 몰릴 때 같이 몰려가는 건 바보같은 짓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웠다. 그와 동시에 8년 전과 달리 찜질방 숙박은 엄두도 못 내는, 자연스레 돈 맛을 알아버린 몸뚱아리를 보며 서글퍼졌다. 그런 양가감정 따위들을 맥주와 함께 목 뒤로 밀어넣고 잠자리에 들었다.
알람이 울리고, 잠시 빈둥대다 이내 몸을 일으켰다. 간단히 잇솔질과 물세수를 한 후, 카메라를 챙겨 낙산사 의상대로 갔다. 다행히 숙소가 낙산사 올라가는 길 입구쪽에 있어 의상대까지 가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의상대에 도착하니 약 7시 15분 경이었는데, 하늘이 이미 밝았더라. 그래도 한 가지, 오늘 해는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비록 해수면 근처에 안개가 끼면 할 말이 없지만, 적어도 푸른 색에서 붉은색까지 깨끗하게 물든 하늘을 보니 날씨는 완-벽했다.
아직까지 일출까지 시간이 제법 남았는데 가만히 서있자니 너무 추웠다. 몸도 녹이면서 좋은 포인트를 보기 위해 일출까지 남은 20여분동안 의상대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곳저곳 돌아다녀보니 의상대에서 홍련암 방향으로 약간 더 내려간 곳이 조금 더 괜찮아보였다. 결국 그 곳에서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일출을 기다렸다.
그리고 7시 43분이었던가... 저 멀리서 빨간 점이 보였다!! 해다!!!! 탄성과 함께 본격적으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비단 나만 감격스러웠던 건 아니었던 게, 빨간 점이 보이자마자 탄성과 함께 셔터음이 마구 쏟아졌다. 그 때부터 모두가 해돋이에 빠져들었다.
이 때부터 약 60컷 가량을 마구 찍었다. 근데 그 많은 양의 사진을 무작정 포스팅하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압박이 있을 것 같아(+지루함), 구글 포토로 사진들을 한 데 모아 영화로 만들었다. 앱에서 하라는대로 따라하니 나름 그럴듯하다. 갓-글! 일출 과정은 이걸로 보면 될 듯.
그런데, 이 날이 그렇게까지 일출보기 좋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눈으로는 제대로 못 봤는데, 나중에 사진으로 보니.... 이건 확실히 오여사님이셨다!! 지금껏 바다 위 Ω는 티비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인 줄 알았는데, 내 손으로 직접 담았다...!! 순간 전율이 흐르더라!!!! +_+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 순간만큼은 따로 꺼내어 자랑하고자 한다.
그렇게 짧지만 강렬한 순간이 지나갔다. 해는 어느새 그 위용을 온누리에 마구 내뿜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본격적인 아침시간이 시작되었다.
나머지 일출 사진들을 보고싶으신 분들께선 아래 버튼을 눌러 접은 부분을 펼쳐주시면 된다. 해가 뜬 순간부터 완전히 뜨기까지의 모든 사진이 담겨있다. (그만큼 스크롤의 압박도 엄청나다...)
어느새 해가 본격적으로 하늘위에 떴고, 조금씩 햇살이 강해졌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여러 각도에서 일출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늘이 금빛으로 물들었고, 내 마음도 함께 부풀어올랐다. 왜냐고? 오여사님을 직접 뵈었으니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한지!? 여수 향일암과 울진 망양정에서의 일출도 성공적이었지만, 이번 일출은.. 8년전 이 곳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하는 수준을 넘어 가장 완벽했다! 지금껏 직접 본 일출 중 가장 완벽한 일출이었다! 선명한 해를 보며 올 한해는 제발 잘 풀리기를 간절히 기원했다..!![각주:1]
일출도 성공적이었겠다, 본격적으로 낙산사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8년전보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움직였다.
- 그리고 뭐... 나 개인으로만 봤을 땐 2019년보단 잘 풀렸다고 봐도 될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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