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11> 평창, 오대산 월정사 + 전나무숲길
작년 오늘, 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냥 세상이 행복했던 시절, 친구와 강릉에 해수욕하러 갔다. 바닷가 구경은 지금까지 수없이 했지만, 해수욕은 어릴 때 부모님 손 잡고 간 이후로 처음이라 더욱 설렜다.
근데 바로 바다로 가긴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가는 길에 구경할만한 곳이 없을까 했는데, 마침 월정사가 있었다. 한 번도 안가본 곳이기도 하면서 가는 길에 있고.. 겸사겸사 들렀다 강릉에 가기로 결정했다.
월정사 옆에는 전나무 숲이 있었다. 이왕 걷는거 숲부터 먼저 한바퀴 걸어가기로 했다. 지옥과도 같았던 작년 한여름의 무더위를 잠시 벗어나 푸른 숲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날씨는 딱 적당히 해가 가려질 정도로
흐릿했다. 원래 푸른 하늘 아래의 숲이 최고지만, 작년의 지긋지긋한 여름날씨 때문에(...) 햇볕 없이 적당히 어둑한 하늘이 되레 반가웠다. 비록 작열하는 햇살 속에서 매미가 불타듯 울부짖진 않았지만, 차분한 숲 속에서 찬찬히 거니는 삼림욕도 나름대로 매력적이었다.
할아버지 전나무.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이렇게 보니 새삼 전나무들의 위엄이 느껴진다.
근근이 보였던 파란 하늘.
월정사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석탑과 그 앞의 보살좌상. 일단 적광전 근처로 가자마자 길쭉히 솟은 9층 석탑이 눈에 들어왔다. 한 눈에 봐도 고려시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탑이었다. 그리고 석탑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건 그 앞의 보살좌상. 둘이 정말 잘 어울렸고, 이 곳의 분위기를 정말 잘 살려줬다. 석탑 앞에서 조용히 수양중인 석상의 미소가 이 절의 분위기를 더욱 은은하게 살려줬다.
그리고 이 둘은 월정사에서 유이하게 국군이 일으킨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로, 어찌보면 고통을 함께 견뎌낸 동반자겠지. 역사를 알고보니 왜 이 석탑과 보살좌상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지 알 수 있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 마주보고 지내온 만큼 더욱 각별하고 애틋한 동지애가 보인달까?
동지여,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절 구경까지 끝내고 그냥 가려니 목이 말랐다. 생각해보니 꽤 걸어다녔네... 다시 차 타러 가기전에 사찰 내에 있는 카페에 갔다. 왠지 커피는 그닥 당기지 않아 과일음료를 마셨다. 절에 있는 카페답게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카페 밖의 테라스 좌석. 테라스 앞으로 금강연 계곡물이 흐르고 푸른 숲이 겹겹이 우거졌다. 사찰 분위기와 맞물려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었다. 노트북할 때 빼면 카페에 오래 있는 편이 아닌데, 분위기가 정말 좋아 꽤 오래동안 머물다 갔다. 주변 풍경이랑 음료, 친구 등등 여러 장의 사진을 찍으며...
비록 날이 흐렸지만 정말 잘 들렀다 갔다. 강릉가는 길에 있으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들를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때까지 잘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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