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26> 고성, 화진포
작년 늦은 봄이었다. 친구와 같이 짤막하게 바람쐬러 가기로 했다. 간단히 갔다올만한 곳을 생각하다, 지난 5년 전에 갔다왔던 화진포왼쪽을 클릭하면 그때 그 화진포를 볼 수 있다가 생각났다. 그때 화진포 풍경에 얼마나 감탄했었는데... 마침 생각난 겸에 한번 더 가고싶었다. 그래서 여기를 추천했고, 숙소 등 다른 것들을 잡은 후 출발. 운전해줘서 고마워 :) 막국수로 점심을 해결하고 통일전망대도 다녀온 다음 화진포에 도착했다.
근데 오늘 하루종일 하늘이 꾸무정했었다. 심지어 통일전망대에선 날이 너무 흐려 휴전선도 제대로 안 보일 정도였다. 이런 날씨에서 5년 전[각주:1]의 그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걱정했다. 화진포에 도착했는데, 아니나다를까, 흐리다...
근데, 마냥 하늘이 꾸무정한 게 아니었다. 이거.. 구름이 여기서 만들어지나? 안갠가?! 그냥 흐린거면 어둑하면서도 호수는 다 보였을텐데, 지금은 그냥 앞이 안보인다. 생각해보니 아까 통일전망대에서의 풍경도 이랬는데... 차에서 나와 호수를 보니, 흐릿한 풍경 덕에 나무 하나하나 먹으로 점찍은 한 폭의 동양화가 있었다. 잠시나마 이질적인 시공간 속을 거니는 느낌이랄까. 모든 시간이 10배는 느리게 가는 듯했다.
와, 화진포가 이런 멋이 또 있었네..!! 이 여백 가득한 공간은 내게 5년 전과 전혀 다른 운치를 선사했다. 호수를 카메라에 담으며 풍경에 빠져들었다.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영광이다.
꼭 화려한 빛과 색이 있어야 풍경이 아름다운 게 아니란 걸 사진이 보여준다.
안개가 걷히며 저 멀리의 풍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개가 모두 걷혔다. 이젠 호수에 비친 햇살과 금빛 하늘, 그리고 빛을 등진 산세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물안개가 걷히면서 지금껏 막혀있던 강렬한 햇살이 밀려들었다. 햇살을 등진 구름은 금빛이 은은하게 퍼지게끔 만들어줬다. 구름을 뚫은 햇살은 호숫물과 격렬히 부딪히며 주변을 더 밝혀줬다. 그러면서 우린 불과 1시간 사이에 3가지 풍경을 한꺼번에 봤다!
이번에도 파노라마.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는 금강산 끝자락일까.
아까 위치로 다시 돌아오며 찍은 화진포교.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비록 시간이 늦어 이승만 별장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5년만에 찾은 화진포는 내게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정말 이런 풍경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사진을 보신 여러분께서도 분명 고개를 끄덕하실 것이다. 과연 여름엔 어떤 풍경이며, 단풍이 물든 가을과 꽃이 만개한 봄, 그리고 눈으로 뒤덮인 겨울엔 어떤 풍경일까. 또, 또, 또 가보고프다!
- 참고로, 포스팅하는 현재 기준으론 6년 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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