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장-자크 루소 - 사회계약론
망했다.
처음에 주문할 때만 해도 이지경일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비록 정치에 관한 추상적인 이야기긴 하나 몇 페이지씩 끊어 읽으면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책 두께도 그렇게 안 두껍고.. 하지만 그건 완벽한 오판이었다.
책을 완독했음에도 정신은 저 멀리 떠났다. 글 내용은 둘째치고 옛 서적 특유의 만연체는 날 곤혹스럽게 했다. 특히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현학적이고 빙 둘러가는 글을 읽자니 졸음이 쏟아졌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을 때도 문장 때문에 다소 힘들었는데, 이 글에 비하면 새발의 피네. 분명 글을 읽었는데 글을 못 읽었다. 아니, 인간 본성이 선하며 자유의지는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다는 것 까진 알겠는데, 대충 로마의 귀족정이 허점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거기까지였다. 더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석조차 본문 뒤에 한데 모여있다. 근데 이 글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주석을 꼭 읽어야 한다.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설명이 모두 주석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석을 확인하려고 찾다 보면 독서 흐름이 뚝 끊긴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자니 수박 겉핥기다. 게다가 주석은 왜이렇게 글씨가 작냐. 주석 보다 눈 빠지겠다. 아무리 한 손에 들어오는 두께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지만, 이건 너무했다. 페이지가 조금 늘더라도 주석 폰트를 좀 키우면 어땠을까 싶다.. 출근길 아침에 읽어서 그랬을까?
책 읽으며 정신이 출타하는 이 기분, 정말 오랜만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기 위해 읽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글도 다신 안 쓸줄 알았다. '총, 균, 쇠' 한번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또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리고 굳이 소화하지 못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해도 되는건가 싶다. 하지만 안된 건 안된대로 나름의 의미가 있으리라 판단하여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다만 총, 균, 쇠와 다른 점은, 총, 균, 쇠는 내 지식이 일천해서 그렇지 글이 어려운 건 아니어서 다시 읽으면 확실히 잘 읽힐거란 믿음이 있지만, 이 책은 내용은 둘째치고 문장 자체도 현학적이라 다음에 읽을 때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겠다는 말 조차 못하겠다...
정말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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