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노자 - 도덕경 (김원중 譯)
'철학과 굴뚝청소부'와 '소피의 세계'를 읽고 플라톤의 책을 읽을 때부터 동양 사상에 대해 궁금했었다. 그런데 '신영복 - 담론' 1부를 읽다 보니 작은 궁금증이 제법 큰 관심으로 진화했다. 그중에서도 노자 - 도덕경은 1순위였다.
보통 '도가'라고 하면 물 좋고 공기 좋은 산속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안빈낙도하며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응?)'를 읊조리는 사상 정도로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작년 가을 '최진석 - 탁월한 사유의 시선' 속에 언급된 '도가' 사상은 기존의 시각과 전혀 달랐기에 눈길이 갔다. 뒤이어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도가에 대한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졌고, 본격적으로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담론' 독후감을 쓰자마자 본격적으로 번역서를 검색했다. 그중 가장 최근에 출간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독성이 좋아 보이는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나온, 김원중 교수가 번역한 책을 선택 및 사들였다. 이석원의 에세이에 대한 감상문을 다 썼던 12월 20일경부터 1월 10일경까지 대략 3주에 걸쳐 읽었다.
심오한 지혜와 신비한 영감의 원천,
노자의 사상을 간결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읽는다!
동양철학의 정수로 꼽히는 노자의 ‘도덕경’을 단국대학교 한문교육과의 김원중 교수가 간결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되살려냈다. 도덕경은 도가의 시조로 알려진 노자의 어록을 모은 책이다.
5,000여 자의 짧은 글 속에 노자가 추구한 심오한 사상의 정수가 모두 담겨 있어, 예로부터 왕필을 필두로 수많은 중국의 지식인들이 꼭 읽었던 필독서였으며, 현대 서양철학에도 많은 영감을 준 책이다.
이번에 출간된 김원중 교수의 ‘노자 도덕경’은 그간 사마천의 ‘사기’를 완역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의 핵심 고전들을 뛰어난
번역으로 소개해온 작업의 일환으로 번역을 새로 다듬고, 해설을 보강하여 좀더 완성도 있는 번역본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수많은 노자 ‘도덕경’의 번역본 가운데 중국 고전 번역의 권위자인 김원중 교수가 노자의 원의를 충분히 되살리면서도 아름다운 우리말의 결을 살려낸 이번 ‘노자 도덕경’으로 노자의 진면목을 만나보길 바란다.
새는 잘 난다는 것을 알고, 물고기는 헤엄을 잘 친다는 것을 알며, 짐승은 잘 달린다는 것을 안다. 달리는 짐승은 그물을 쳐서 잡을 수 있고, 헤엄치는 물고기는 낚시를 드리워 낚을 수 있고, 나는 새는 화살을 쏘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용이 어떻게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오늘 나는 노자를 만났는데 그는 마치 용 같은 존재였다.
- 사마천,《사기 열전》중에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그간 읽었던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은 한 장(章)씩 차근차근 읽었다.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카페 어디에서든 틈이 날 때마다 1~2장씩 읽었다. 다른 책이었으면 이미 책장이 휙 넘어갔겠지만, 이 책은 그럴 수 없었다. 마치 시집
한 편 읽듯이 한 장씩, 단어 하나하나 곱씹었다. 비록 한 손에 쥐기 좋은 두께의 300페이지가 안 되는 81개의 문장이 모여있는 책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 숨은 의미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기에 한자어 하나조차 허투루 넘어갈 수 없었다. 티클 하나까지 새기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2~3장(章)씩 읽고 나면 진이 빠졌다. 장마다 수많은 생각이 쏟아져나왔다. 단어 하나에 생각 한 자루가, 문장 하나에 생각 한 다발이 잡혔다. 글귀의 현실 적합성부터 시작하여 자아에 대한 반성, 내 주변에 대한 성찰, 대한민국 및 세계의 사회[각주:1]에 대한 통찰.... 공들여서 읽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훅 지나갔다.
생각하니까 하는 말인데, 읽다 보면 자꾸만 우리의 삶이 떠올랐다. 도덕경 자체가 도경과 덕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도경은 총론, 덕경은 각론적인 성격이 강한데, (도경도 그렇지만) 특히 덕경은 우리의 삶 그 자체였다. 자신을 낮춰라, 욕심부리지 마라, 비어있는 공간(혹은 작은 규제)의 필요성, 부드러워야 한다, 기타 등등... 괜히 두 분(신영복, 최진석)께서 생활밀착형 학문이라 하신 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게 어쩌다 자연에서 혼자 지내라는 뉘앙스의 학문이 됐는지 의문스러웠다.
물론 난 아직도 모른다. 이만큼 공들여서 완독했는데도 그 뜻을 온전히 헤아리지 못했다. 단순히 내 앎이 부족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책이 이상하냐고? 아니, 오히려 책은 내게 큰 도움이 됐다. 그저... 나 자신이 책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에 아직도 내공이 많이 부족할 뿐이었다. 혹 머리로는 안다고 한들 그 깨우침이 가슴과 발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앞으로도 계속 비우고 숙여야 할 뿐이다...
그래도 앞으로 책(정확히는 번역서)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다시 말해 이 책 자체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책을 처음 살 때만 해도 저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각주:2] 때문에 걱정했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내가 바랬던 그 책이었다. 책을 처음 사려고 했을 때 '기본서' 느낌이 나는 책을 추구했는데, 이 책은 딱 맞아떨어지는 책이었다.
일단 각 단어의 의미가 막힐 때 의미상 연결되는 장을 함께 다뤘다. 덕분에 의미 연결이 됐다. 반복 학습과 그로 인한 복습 효과는 덤. 또한 도덕경을 해석한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접할 수 있었다. 중국의 여러 학자뿐만 아니라 최진석 교수의 견해까지 모두 수록되어 있었기에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내용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첫술에 배부르랴. 애초에 1번만 읽고 덮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 곁에 두고 틈날 때마다 읽을 요량으로 들인 책이니 계속 읽을 테다. 그럼 이번에 읽은 건 뭐냐고? 뭐... 노자 사상을 처음 접했다는 데 의의를 두자. 그래도 그토록 바라왔던 책이기에 발 담근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계속 찾아뵙겠습니다!
책에서 빛이 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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