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유시민 - 청춘의 독서
작년 여름, 저자의 '유럽도시기행 1' 독후감 포스팅을 발행했다. 그 글에 여러 댓글이 달렸는데, 그중 한 댓글에 당신께서 '글쓰기 특강'을 재밌게 보셨다면 그 책보단 '표현의 기술'과 '청춘의 독서'가 더 잘 맞으실 거란 답변을 달아드렸다. 물론 저자의 문체를 따져 더 어울릴 법한 책을 추천해 드린 것이지만, 읽어보지도 않은 책을 두고 맞니 안 맞니 하는 말을 쉽게 내뱉은 것 같아 마음이 찝찝했다. 특히 '청춘의 독서'라는 책은 여기저기서 추천만 많이 받았지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기에 읽어야겠다는 다짐만 되뇔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중고서점에 들어갔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내가 모르는 새 책이 나왔나 싶을 정도로 깔끔하고 세련된 표지였다.[각주:1] 뭔가 새 책을 집어 든 기분이었다. 게다가 예전부터 읽고팠던 책이었고, 추후 읽을법한 책도 찾아볼 요량으로 망설임 없이 집으로 가져왔다. 드디어 읽을 때가 왔구나!
감각적인 미니멀 커버로 유시민을 다시 만난다!
‘지식소매상’ 유시민을 만든 14권의 고전, 100년 뒤에도 모든
젊음들을 뒤흔들 위험하고 위대한 이야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유시민. 그가 청춘의 시절에 품었던 의문들 그리고 오늘날
젊은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뜨거운 질문에 ‘세상을 바꾼 한 권의 책’으로 답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해답 없는 질문들을
들고 방황할 때가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왜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할까?” 한때 몸담았던 공직
생활을 뒤로하고 인생의 중턱에 이르렀을 때, 유시민은 청춘의 시절을 함께했던 14권의 책들을 다시 집어 들었다. 삶에서 이정표가
되어준 책들, 갈림길과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도움을 받았던 ‘오래된 지도’를 다시 펼친 것이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한 《죄와 벌》,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에 눈뜨게 해준 《전환시대의 논리》, 지하 서클 선배들이 던져놓고 갔던 《공산당
선언》, 세상을 전율시킨 〈항소이유서〉에 영감을 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슴 아픈 마지막을
떠올리게 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까지. 그가 다시 꺼내 든 책 하나하나가 긴 세월 축적된 생각의 역사 그 자체이자,
누구보다 뜨거웠던 청년 유시민을 만든 원천이다. 《청춘의 독서》는 과거의 젊음들이, 지금 고뇌하는 청춘들이 그리고 100년 뒤
미래의 젊음들이 끊임없이 다시 읽을 책들에 대한 이야기다. 세계인을 울린 얇은 소설 한 권, 한때 세상을 전복시켰던 한 장의
선언문을 통해, 그는 인류의 생각의 역사를 보여주고 우리 몸 안에 자리 잡은 지성의 유전자를 발견하게 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과 같이 묶일 수 있는 좋은 책에 대한 글 정도로만 추측했다. 좋은 책에 대한 독후감 정도?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독후감의 탈을 쓴 에세이였다. 저자는 독후감의 형식을 빌려 대한민국 사회에 관해 이야기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선 '어떻게 살 것인가'와 결이 비슷했다.[각주:2]
다만 '어떻게 살 것인가'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이 있다면 책 전반에서 묻어나오는 분위기.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저자의 문체는 아주 간결, 명확하다. 하지만 내가 그전에 읽었던 다른 책들[각주:3]에 비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은 확실히 덜했다. 저자가 아직까진 정치하고 있을 때 쓴 글이라 그런지 정치인 유시민이 묻어나왔다. 얼핏 보기엔 온화해 보이지만, 그 속에 서슬이 퍼런 날이 아른거리는 듯했다.
그래도 이쪽이 저자의 전문 분야라서 그런지 글이 명쾌하고 매끄러웠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글에 나오는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14개의 책 중 필자가 제대로 읽어본 건 '역사란 무엇인가' 뿐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머지 13권의 책도 같이 읽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특히 각 책의 저자에 대한 설명,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 등을 콕 짚어주는데,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각주:4]
특히 이 책을 읽고 흥미가 생긴 책을 뽑자면 최인훈의 '광장'. 이 책에 대해 아는 거라곤 수능에서 문학 지문으로 자주 나오는 부분인 '중립국'밖에 없었는데, 저자의 설명을 읽다 보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작년에 읽었던 여행기인 '콜린 더브런 - 시베리아'에서 언급된 책이기도 한데, 설명을 읽어보니 콜린 더브런이 왜 그 책을 언급했는지 이해했고, 나 역시 궁금증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어릴 때 잠시 읽어봤으나 기억엔 없는 '죄와 벌'을 이젠 꼭 읽어보기로 다짐했다.
그 외에, '맹자'는 '신영복 - 담론'에서 봤던 내용을 떠올리며 공자와 맹자가 왜 보수주의자인지 다시금 복기했다. 그리고 '종의 기원'은 내용 자체가 그릇된 방향으로 이용될 여지가 큰 책 중 하나인데, 이번 글을 계기로 그 시각을 조금이나마 고칠 수 있었다.
이제 이 책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만약 저자가 2020년에 비슷한 글을 쓰신다면 과연 어떤 글이 나왔을지 궁금하다. 꽤 다른 분위기의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또 하나, 책을 읽는 내내 속으로 외쳤다. '그래, 이분은 이거지!'. 이건 어디까지나 편견이지만, 내용으로나 문체로나 저자는 이게 잘 어울렸다. 개인적으로 유럽도시기행 1보단 확실히 잘 읽히더라.[각주:5] 마지막 하나, 지금도 독후감을 쓰고 있지만, 나중에 저자와 같은 방식으로 독후감을 써 보고프다. 물론 그러기엔 현재 나의 내공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거 아닌가. 그 전에 일단 차근차근 내공부터 쌓아야지.
이 책처럼 저자가 자연스레 묻어나는 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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