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황정은 - 계속해보겠습니다.
마지막 독후감 작성일이 4월 1일이었구나. 그 후로 4달간 읽는 책마다 거짓말같이 집중이 안되는 바람에 1/4도 못 읽고 반납하기만 했다. 뭔가 집중력이 많이 흐트러졌달까..[각주:1] 그러니 일단 반성부터 하고... 그러다 도서관 엘리베이터에 "百의 그림자"라는 책이 있길래 빌려보려다 모두 대출중이라 포기하려다 이 책을 발견했다(...) 몇 달간 마무리짓지 못한 책이 워낙에 많다보니 이번에도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두렵기만 했는데, 책을 확인해보니 일단 얇다!! 그래, 이건 어떻게든 다 읽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빌렸다.
먼저 이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겠다. 이 책은 2012년 가을호부터 2013년 여름호까지 '소라나나나기'라는 제목으로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같은 시간, 한 공간에 존재하는 소라, 나나, 나기 세 사람의 이야기를 각각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인생의 본질이 허망한 것이라고 세뇌하듯 이야기하는 어머니 애자의 곁에서 소라와 나나는 관계와 사랑, 모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고
자란다.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멸종하기를 꿈꾸는 소라와 사랑을 경계하는 나나. 두 사람은 나나의 임신에 당황하는데..[각주:2]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건 작가의 훈민정음드리블음절 라임감각(...). 각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 어머니의 이름부터 시작하여 대화까지 음절 하나로 찰친 표현을 쏟아낸다. 그로인해 냉소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지극히 자조적이며 삭막하다. 그러다보니 차근차근 읽어갈수록 그 말장난들 덕분에 작품의 분위기와 그 속의 인물들을 더욱 안쓰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껏 정말 삭막한 삶을 살았구나.. 그만큼 작중 인물들은 나나가 임신하기 전까지 철저하게 메마른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다 나나가 임신하게 되는데, 나는 그 후부터 남자친구인 모세와 모세 부모를 만나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보여지는 나나의 생각과 행동에 조금 더 주목했다. 작중에서 묘사되는 모세와 모세의 부모들은 정상일까, 특히 태어날 애기를 바라보는 동안 정작 나나에 대해선 아예 잊어먹는 그 인간들이 과연 정상일까..? 그 부분을 읽는 내내 목이 조여오고, 숨이 턱 막혔다. 아냐, 저건 아냐, 저건 괴물들이야..... 도망쳐!! 탈출하라고!!!!! 물론, 모세가 말했던 "사회적 대미지"는 분명히 존재하겠다. 그렇다고 나나의 새 생명들을 저따위 인간들에게 넘겨주는 건 더 끔찍했다. 비록 소라와 나나, 나기가 편부모 슬하에서 암울한 삶을 살아왔고 그 속에서 메말라버렸지만, 그 속에서도 애기를 하나의 온전한 그것으로 보고있기에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자연스레 나나의 생각에 동조하게 되었다. 그래, 그런 사람들에게는 "좀 이기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땐 작품 특유의 독특한 문체와 바닥을 뚫을 정도로 떨어질대로 떨어진 내 집중력때문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나가 아기를 가지고 모세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집중이 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탄력받으며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마지막에 가선 조금이나마 책에서 따뜻한 습기가 잡히기 시작했다. 다만, 마지막 나기 부분만은 따로 한번 더 읽었다. 항상 책의 마지막 부분에 와선 "어서 다 읽어야지!" 라는 마음이 앞서서 빨리 읽어버리는 습관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가 마지막 부분이 아예 붕 떠버렸기 때문. 마음을 가다듬고 찬찬히 다시 읽으니 그제서야 비로소.. :)
단순한 편부모가정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심과 믿음, 그리고 애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지금 현재의 내 상황 속에서 바라보는거라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으면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을 것이며,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어느정도는 시각이 바뀔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 때 이 책을 한 번 다시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책은 좀 천천히 읽을 필요가 있겠다. 단순이 페이지 수가 작다고 쭉쭉 읽어나갔다간 책에 전혀 녹아들지 못하고 겉돌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찬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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