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우태현 - 적, 너는 나의 용기
오랜만에 소설 한 권 읽었다. 원래 읽던 책을 반납하고 도서관을 둘러보는데, 도서관 로비에 신간서적 책꽂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소설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책 옆면을 보니 국내 소설이었고 못 보던 작가라 왠지 현대소설의 느낌이 났다. 마침 현대소설 책을 읽으려던 참이었는데... 사실 "카뮈 - 이방인"을 읽긴 했으나, 내심 최근에 나온 국내소설을 읽고픈 마음이 컸다. 소설을 보며 배경상황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픈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그런 면에 있어 꽤 성공적인 책이었다 생각한다.
이 책의 표면적인 장르는 미스테리 스릴러다. 하지만 살인사건 속에 80년대에 민주화를 위해 몸바쳤던 386세대의 현재 세태를 함께 담아낸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운동권에 속했던 그 분들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변하고 그 속에서 어떤 변화를 겪에 되는지 알 수 있다. 당장 주인공인 장형균 마저 자신의 형이 관련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결국 그 문제로 목숨을 잃었고.. 그 반면에 그 운동권 출신들과 대립각을 이루는 사람들의 행동들도 파악할 수 있다. 모두가 자기 나름의 이유에서 그런 행동양상을 보여왔던 것. 그 행동에 대한 판단이야 독자의 몫이고.
일단,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이야기 전개에 속도감이 느껴졌다. 속도감 만큼 긴장감도 한껏 고조되었었고.. 그러다 보니 책에 한껏 몰입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이 책이 총 500p가 넘는데 그 중 후반 300p를 쉬지 않고 달렸으니(....). 그리고 해당 학문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지만, 법의학과 심리학, 범죄학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신 게 느껴졌다. 그 결과 사건 현장 분석이나 시체 부검장면 등에서 사실적인 묘사가 가능했고,[각주:1] 이는 이야기 내 탄탄한 장치(?)로 이어질 수 있었다. 비단 사건현장 뿐만 아니라 인물 소개나 바뀌는 장면 하나하나 섬세하고 현장감 넘치게 묘사한 덕에 텍스트만트로 그 곳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던 건, 작가가 소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실을 날카롭게 짚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 청와대 등 여러 권력기관과 관련 인물에 대한 이야기의 요소요소에서 우리나라의 어두운 면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는 "운동권", 즉 386세대 부분에 있어서는 책을 읽으면서 실존하는 인물인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행동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이는 사정을 잘 아시는 분이 이야기해서 더욱 날카로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각주:2] 무엇보다도 책의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 대한 작가의 메세지를 읽을 수 있었다.[각주:3] 아마 책의 마지막 부분이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픈 작가의 최종적인 메세지이며, 이 부분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연히 눈에 보여 손에 쥔 책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알찬 책을 읽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시대의 이야기, 그것도 귀동냥으로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라 그런가 그 이야기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 책을 단순히 추리소설 혹은 스릴러로 읽어도 무방하겠지만, 그 뒤에 있는 시대상과 작가의 메세지를 헤아린다면 이 책이 더욱 뜻깊게 다가올 것이다.
아, 독후감 하나 쓰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ㅠ_ㅠ
- 혹시 잔인한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피하는 게 나을 것이다. 살인사건이 모티브인데다 그 장면장면들이 정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눈 앞에 시체가 널부러져 있고 눈 앞에서 부검이 진행된다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외대 출신에 한국노총에서 중앙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셔서 그런가.. 학창시절에 무브먼트를 하셨거나 그것을 곁에서 지켜보신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으로]
- 강인경의 편지를 통해 386을 넘어 우리나라 70년 현대사의 그늘을 총체적으로 최종적으로 들춰내고 앞으로도 이런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성재의 편지를 통해 적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이야기를 끝맺음한다. [본문으로]
'Works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ok> 황정은 - 계속해보겠습니다. (6) | 2016.07.25 |
---|---|
<Book> 박설미 - 백조의 침묵 (10) | 2016.04.01 |
<Books> 진중권 - 미학 오디세이 (10) | 2016.03.11 |
<Book> 이진경 -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야기 (2) | 2016.02.23 |
<Book> 짧은 후기. (6) | 2016.02.05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Book> 황정은 - 계속해보겠습니다.
<Book> 황정은 - 계속해보겠습니다.
2016.07.25 -
<Book> 박설미 - 백조의 침묵
<Book> 박설미 - 백조의 침묵
2016.04.01 -
<Books> 진중권 - 미학 오디세이
<Books> 진중권 - 미학 오디세이
2016.03.11 -
<Book> 이진경 -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야기
<Book> 이진경 -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야기
201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