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01> Nürnberg - 나치 전당대회장 (Reichsparteitagsgelände der Nazis)

  뉘른베르크 재판소와 함께 뉘른베르크에 온 이유. 어제 법정을 돌다보니 오늘 여기엔 더더욱 와야겠단 생각이 가득했다. 어젯밤에 잠시 들렀던 카이저 성을 보면서도 히틀러가 이 풍경을 보며 야심을 품었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다크 투어에 푹 빠져있었다. 이번 전당대회장은 그 방점을 찍을 가장 중요한 장소였다.

 

  이 날은 실질적인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숙소가 역 바로 앞에 있었기에 열차 시간을 확인한 후 아침을 먹고 다음 행선지에 대해 고민^[각주:1]하며 빈둥거리다 열차 시간에 맞춰 나갔다. 열차에서도 행선지에 대해 고민이 이어졌는데, 그렇게 한눈팔다 그만 역을 지나쳐버렸다….

 

  다행히 다음 역이 얼마 안가 있었기에 치명적이진 않았고, 다음 역에서 하차하여 전당대회장까지 30분 정도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드문드문 뉘른베르크 레플 입으신 분이 보였는데, 알고보니 역 바로 앞에 1. FC 뉘른베르크의 홈구장(뉘른베르크 슈타디온)이 있더라. 늦게 내리는 바람에 시간 여유가 없었으니 경기장은 패스.

 

저 멀리 한 눈에 보이는 전당대회장.

 

    역에서 내려 호수 근처로 오니, 저 건너편에 U자형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결은 잔잔하고 녹음이 우거진 나무 속에 광기의 부스러기가 버려져있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었다. 전당대회장을 보자마자 조금 더 빨리 걸어갔고, 조금 후 전당대회장에 도착했다.

 

  전당대회장은 현재 박물관이 되어있었다. 그 안에는 나치 독일의 모든 것이 낱낱이 전시되어 있었다. 히틀러의 시작부터 끝까지, 나치의 시작부터 2차대전 이후의 뉘른베르크 재판까지. 자신들의 치부를 여실히, 낱낱이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끔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살아있는 역사교육이었다. 자연스레 어떤 옆나라랑 비교되더라.

 

전시된 자료만 보면 뉘른베르크 법정보다 여기가 더 상세했음.

 

게다가 여기선 이런 사진들도 여과없이 전시중이었다. 혹시 문제가 될까 싶어 일부 모자이크 처리함.

 

  내부를 둘러보고 다시 밖으로 나와 전당대회장 전경을 봤다. 원래 콜로세움처럼 내-외부를 모두 꾸미려고 한 곳이라더라. 그만큼 규모가 상당했다. 20mm 광각렌즈로도 한 줌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였으니.

 

전당대회장 전경. 좌우 모습을 담았다.

 

  그런데 이젠 그저 흙먼지만 날리는, 가끔 나같은 관광객들이나 욕한마디 하고 지나가는 곳으로 전락했다. 아침에 아무도 없을 때 갔기에 더더욱 사람들이 없었고, 이따금씩 들어오는 버스(아마도 관광버스?)만이 적막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뿐이었다. 광기가 사라지니 큰 크기만큼이나 더 황량했다. 인생무상..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구경을 끝내고 활주로까지 볼까 했지만, 숙소 체크아웃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활주로까지 보고가긴 어려울 거 같아 그냥 트램을 타고 돌아왔다. 그렇게 뉘른베르크 여행도 끝.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그 이후 이야기는 다음에.)

 

1.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