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유현준 - 공간이 만든 공간
'자유론'과 '소유냐 존재냐'[각주:1]를 읽고 나니 또다시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끌렸다. 빡센 책 한번 읽으면 술술 읽히는 책도 읽어줘야 책 읽을 맛도 나니까. 그러던 와중에 주말에 바람도 쐴 겸 서점에 갔는데 저자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의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재밌게 읽었기에 망설임없이 주문했다.
새로운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농업혁명과 도시 형성은 문명을 발생시켰고, 여러 환경적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문화를 만들었다. 특히 문화의 물리적 결정체인 건축은 기후와 환경이 다른 동양과 서양이 각자 다른 양식을 갖게 될 수밖에 없었다. 『공간이 만든 공간』은 그런 지역 간 문화의 교류로 새로운 생각과 문화가 만들어지고, 분야 간 융합으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문화 유전자의 진화와 계보를 공간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지금의 문화 유전자의 진화 단계는 어디이며, 앞으로는 무엇이 새로운 것을 탄생시킬까? 건축을 중심으로 과학, 역사, 지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문화의 기원과 창조, 교류, 변종,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는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 책은 건축을 중심으로 교류, 결합, 변종이 만들어 낸 문화의 진화를 이야기한다. 각 지역마다 지리적·기후적인 환경 제약이나 특징이 있고, 인간의 환경적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지역적 특성에 맞는 생활양식과 문화를 만들었다. 건축물은 그런 문화의 물리적 결정체다. 건축은 엄청나게 큰 에너지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하고, 크게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이 구축되는 형식과 모양을 보면 만든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비춰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공간을 분석하고 이해하면 사람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서로 다른 생각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융합되고 어떻게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는지 공간을 중심으로 추리해 나가며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서로 다른 문화의 관계와 창조에 얽힌 비밀을 재해석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이 책은 기후, 전혀 다른 모습이었던 동양과 서양이 서로 교차하여 영향을 주고 융합되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풀어낸다. 건축의 본질적 특성상 인류의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보니 그만큼 역사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기후가 인류에 끼친 영향, 동양과 서양의 빈 공간에 대한 인식, 시간이 지나 양 지역, 그 후엔 지역을 넘어 각 학문끼리 섞이는 과정까지..
근데 동양과 서양의 차이, 인류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들... 뭔가 낯익지 않은가? 그렇다, 이미 독후감만으로도 2~3번씩 다룬 내용들이다. 바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이와 더불어 (비록 독후감을 쓰진 않았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각주:2]와 리처드 니스벳 - '생각의 지도'까지. 다행히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르더라. 지금까지 읽었던 게 머리에 남았구나 싶어 내심 뿌듯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나온 내용들도 다시 확인했다. 특히 이 책의 4장(두 개의 다른 문화 유전자)은 이 책에서 상당 부분 가져왔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 서양의 사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어디서 살 것인가'의 내용이 묻어 나온다고 했었는데, 실제로 낯익은 내용들이 나오니 반가웠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 모르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섞였겠지.
물론 이전의 책에 쓰인 내용들만 반복하진 않았다. 이 책의 9장(가상 신대륙의 시대)은 가상공간의 발달에 따른 세상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눈에 들어온 건 가장 마지막 부분. 2020년에 나온 신간인 만큼, 책 말미에는 현재의 코로나 시국에 대한 내용도 추가되어 있었다. 그중 '종교 집단은 마지막까지 모이려 할 것'이라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는데, 실제로 이 책을 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종교 집회 때문에 나라가 휘청거렸고...[각주:3]
책을 완독하고 나면 단순 건축서가 아닌 한 편의 '인류 역사서'를 읽은 느낌이 든다. 괜히 이 책이 교양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술술 읽히는 문장과 그리고 시기적절하게 배치된 삽화 덕분에 이번에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부담 없이, 쭉쭉 읽어나갔다. 이 책으로 간단하게나마 인류 역사에 대한 개괄적인 흐름을 볼 수 있겠다(물론 '사피엔스'와 '총, 균, 쇠'를 보는 걸 추천한다). [각주:4]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아무래도 책 내용이 내용인지라 유발 하라리와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자꾸 떠올랐다. 이 두 분 덕분에 인류 역사에 흥미를 느꼈던지라 봤던 내용이 나오니 괜히 더 반가웠다. 그런 의미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을.. 읽었다!![각주:5]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신간에 대한 감상문도 정리되는 대로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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