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존 스튜어트 밀 - 자유론
'자유'. 단순히 보기만 해도 좋은 단어지만 조금만 깊게 파고들어도 막막하다. 그게 대체 뭔데? 어디까진데?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심지어 이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걸 얻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오고, 수많은 단체가 봉기를 일으키고, 여러 국가들이 피를 흘려가며 싸운다. 그래서, 자유가 뭐야? 이 책, '존 스튜어트 밀 - 자유론'(이하 자유론)은 비록 완전한 정답은 아니더라도 '이정표'가 되어준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이며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의 대표작《자유론》(책세상문고-고전 의 세계 043)이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밀의《자유론》은 흔히 극단적인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의 교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의 기능 확대와 함께 개별성이 상실되어가는 당시의 상황을 염려한 때문이지 무분별한 방종까지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십여 년 간 밀 관련 연구서를 발표해온 역자는《자유론》을 세 가지 맥락에서 읽을 것을 권한다.
이 책은 먼저 대중화/획일화 양상을 보이는 현대 사회에서 다수의 횡포 속에 고사 위기에 처한 개별성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개별성과 사회성의 조화를 꾀한다. 밀이 개별성을 강조한 것 은 그 본질상 한번 훼손되면 재생되기 어렵기 때문이지 사회성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다. 세 번째로 이 책은 사회가 제시한 일정한 방향 아래 자유가 향유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전제한 자유'를 강조한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기에 바쁘고, 다수의 주장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종종 소수 의견을 묵살하거나 매도하기도 하는 요즘의 세태에서 이 책은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사실 지난 수백여 년간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유'[각주:1]를 추구해왔으나, 그 내용과 범위(보장되는 자유의 범위, 보장받을 사람의 범위 등), 그리고 한계에 대해선 지금까지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그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세기 중반(1859년)에 세상에 나온 책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자유라 하면 소극적인 범위에서 침해받지 않을 자유에 대해서만 바라보던 때였다. 그러나 저자는 그 '개별성'의 범위, 즉 사회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어야 할 상황에 대한 이야기까지 함께 하여 새로운 논점을 던지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괜히 '현대 민주주의의 시초'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다.
물론 지금의 우리가 보기에 충돌 지점이나 그 해결 기준들이 다소 불분명하고 추상적이긴 하다. 그렇지만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일단 그 논점을 던졌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아직까지 거기까지 생각을 할 순 없었던 시절이니... 오히려 아쉬웠던 부분은 미개한 인간은 교화시켜야 한다는 '선민주의', '제국주의'가 드러난 부분. 식민지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씁쓸할 따름이었다. 물론 이것도 시대를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겠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다. 하지만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설명은 지금 봐도 명확하다. 게다가 16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게도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래된 책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그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고전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대한민국 헌법, 그 중에서도 기본권 파트 부분에 대한 강의 내용들[각주:2]이 떠오르며 연결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결국 체계화되어 우리의 기본권이 되었으니까. 사실 책을 주문할 때만 해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의미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기쁘다. 한다. 두께도 얇고 글이 어렵지 않으니 시간이 된다면 한번쯤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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