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유시민 - 유럽도시기행 1
지난달에 유시민 신간이 나왔다. 지금까지 역사부터 경제, 정치, 글쓰기를 너머 삶까지.. 당신께서 강점을 가지고 계신 분야에 대해 탄탄하면서도 담백한 글을 써주셨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글은 모두 비문학이었는데, 이번엔... 여행기네? 상당히 의외였다. 평소 비문학 글만 쓰시던 분이셔서 뭔가 단번에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다. 틈틈이 여행가셨던 건 TV프로 등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여행기로 그 기억들을 엮으실 줄이야... 게다가 평소에 여행기 책을 잘 못 읽는 편이라 중도에 덮어버린 책이 꽤 되는데, 살짝 걱정도 됐다. 그럼에도 일단 저자 간판 믿고 책 표지를 넘겼다.
초반엔 우려했던 대로였다. 정말 꾸역꾸역 페이지를 씹어삼켰다. 아무래도 나도 이 공간에 조금이나마 기록을 남기는 입장이라 작가님의 생각에 온전히 들어가지 못했다. 게다가 아테네는 내가 평소에 눈여겨보던 곳도 아닌데다 그리스시대 역사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결국 나도 모르게 (감히!)내용 외적인 부분만 자꾸 따져가며 읽었고, 책장 넘기기가 버거웠다. 로마편으로 넘어가선 조금이나마 나아졌지만 여전히 꾸역꾸역 넘겼다. 역사 지식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지만 로마 유적지는 워낙 잘 알려져 있어 낯익은 이름이 나왔고,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었으니[각주:1]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흐름 탄 건 이스탄불편. 이스탄불은 언젠가 꼭 가보고싶은 도시 중 하나여서 더 눈여겨봤다. 게다가 예-전에 우연히 인터넷 글로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본 적이 있어서[각주:2] 여기 나온 4개의 도시 중 그나마 좀 아는 게 있던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여행기 속에서 저자가 각 예술지에 대한 역사, 소감 등 모든 부분에 대해 훨씬 더 깊이있게 확인할 수 있었고, 당연히 흥미도도 차이날 수밖에 없었다. 이스탄불에서 흐름을 타니 파리 부분도 정말 쉽게 술술 읽혔다. 파리는 도시 역사의 특성상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와 연계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리고, 파리 편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공감했던 듯하다. 파리에 가서야 완전히 공감했다 해야하나...
같은 책 속에서도 내 성향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느낀 게 달랐다는 걸 바탕으로 이 책을 다시 생각해보면, 이 책은 그 도시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많이 알면 알 수록 더 와닿는 게 많을 것이다. 특히 해당 지역에 한 번이라도 유의미하게(?) 다녀온 사람이 읽으면 훨씬 더 많은 부분들이 와닿지 않을까 싶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해당 도시에 여행을 갔다온 사람들과 저자와의 대화의 장이 만들어진다. 서로 추억, 생각을 교환하는 그런 가상의 공간. 그리고, 소위 '역덕'이라면 객관성을 장담할 순 없지만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반면, 해당 도시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저자와 여행관이 다른 사람[각주:3]이라면 이전에 집필한 다른 교양책들과 달리 눈에 잘 안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여타 여행기랑 비교했을 때 저자 고유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이는 다른말로 취향탈 수 있다는 것. 가장 걱정되는 사람은 "유시민" 이름 하나 믿고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기 하나 읽으시려는 분들. 혹시 그런 분들 계시면... 이 책에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을 각오하시라. 작가님 성향을 확인하자. 아무래도 비문학의 교양서적을 주로 쓰시던 분이시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가벼운 기행문 쓰시기엔 생각이 정말 깊고 진중하신 분이시다. 그게 글 전반에서 묻어난다... 이 정도 되면 충분히 설명이 되었으리라.
추후에 유럽도시기행 2가 나올 예정이라 한다. 개인적으론 이 편보다 다음편이 더욱 기대된다. 왜냐면 속편에서 다룰 도시[각주:4]가 이 편보다 훨씬 내 구미에 당기기 때문. 1편은 '큰 관심1-관심2-무관심1'의 도시들이었다면, 2편은 '가본 곳1-큰 관심2-관심1'의 도시들이라 이번 편에 비해 훨씬 흥미롭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속편이 어서 나오길. 잔뜩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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