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hte Liebe

  글을 시작하기 전에 고백 한가지. 사실 책으로 나온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거의 안 읽는다. 그렇게 여행을 좋아해서 제법 돌아다니고 그 이야기들을 데이터로 차곡차곡 모은 지 3.5년이 넘어가는데도 말이다. 내가봐도 내가 상당히 유별난 듯 보이지만 정말 그렇다.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여행기에 감정 이입이 잘 안된달까..


  그러다 지난달에 우연히 '_Chemie님 블로그에서 이 책에 대한 포스팅'을 봤다. 일단 '김영하'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이어서 '여행'이 따라왔다. 마지막으로 올 봄에 나온 신간... 이거 여행에 대한 에세이구나? 근데.. 왠지 이 책이라면 재밌게 몰입하여 읽을거란 느낌이 왔다. 그래, 요건 한 번 읽어봐야겠다.


  지체없이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미 대출중인데다 예약 순번마저 한참 밀렸다. 다른 도서관들을 찾아봤지만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렇게 좌절하던 찰나, 도서관 중 하나에 아직까지 추가 예약이 잡히지 않은 곳이 있었다. 예약만 하면 내가 바로 다음차례!! 망설임없이 예약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책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 이번주, 기다리던 책이 내게 왔다!! 잔뜩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책 정보는 여기에 접어두었다.


  이 책은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켰다. 그리고 포스팅을 봤을 때의 예감이 딱 들어맞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저자의 생각과 느낌들이 모두 흥미로웠다. 때론 격하게 공감했고, 때론 새롭게 보게됐고, 때론 나에게 물어봤다. 글을 계속 읽다보니 어느새 내 여행을 뒤적이고 있었다. 이건 김영하의 에세이지만 내 여행의 거울이었다. 저자의 그것에서 내 것들이, 경험과 감정과, 생각이 겹쳤다. 그 분과 나는 판이하게 다른 삶을 살았고, 살고있고, 살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자꾸 나타났다. 이 책이 끝나갈 때쯤엔 어느새 내 여행의 이유가 어느정도 정리되었다.


  9개의 글 중에서 특히 공감했던 글은 '오직 현재'와 '노바디의 여행'. 나 역시 여행지에선 오로지 그 순간 눈앞에 있는 것만 집중하는 편이며,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지만여행지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흔적없이 다니길 원하기에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와 '추방과 멀미', '여행으로 돌아가다'를 보면서는 내 여행이 무엇이며, 어떤 것에 쾌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꽤 오랜 시간동안 생각해봤다. 그렇게 혼자서 여행에 대해 작가님과 꽤 깊이 교감했다.


  이 책을 보며 느꼈던 또 다른 감정은 존경스러움. 비록 200여페이지의 작은 사이즈의 책이지만, 그 속에 지금까지의 앎이 꾹꾹 담겨있다. 거기에 자신을 부담없이 녹여냈다. 여기에 독자가 이 모든 걸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며 소통하게끔 만드는 작가 특유의 담백한, 직관적인 문체까지... 그저 경외로웠다. 이렇게 쓰려면 얼마나 많은 내공을 쌓아야하는 지 가늠조차 안된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픈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쯤 꼭 읽어봤으면 한다. 읽으며 작가와 두런두런 여행 이야기를 나누시길 바란다. 한 손에 들어오는 책이니 부담없이 접근하시라.


iPhone X | 1/30sec | F/2.4 | 6.0mm | ISO-100옳소! 책을 아낍시다! 막 다룰거면 사서 보세요!



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