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안병길 -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초등학교땐가 들었던 전래동화 이야기 하나. 들은 지 오래되어 자세히 기억나진 않으므로 대충 각색하겠다. 어떤 3형제가 있었는데, 허약하고 늙은 노인이 3형제의 집에 밥 한끼를 구걸했다. 첫째는 자기 밥은 꾹꾹 눌러담았고 노인 밥은 얼기설기 얹어드렸다. 둘째는 자기 밥과 노인 밥 모두 똑같이 평범하게 담아드렸다. 셋째는 자기 밥은 대충 얹었으나 노인 밥을 꾹꾹 눌러담아드렸다. 며칠 후, 그 노인이 본 모습인 신으로 다시 나타나 첫째와 둘째에겐 벌을 내렸고, 셋째에게 넓은 기와집과 금은보화를 주며 셋째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간단히 해석하자면, 첫째는 이기주의, 둘째는 개인주의, 셋째는 이타주의를 상징하며, 이는 전형적인 남을 돕고 살아야 한다는 이타주의를 강조하는 이야기다.
혹시 이 이야기 정확하게 아시는 분은 정확히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백번 양보하여 대접해드리는 게 세상 보편의 공식이라 치자. 첫째와 둘째가 그렇게 죽을 죄를 지었나? 특히 둘째는 평등하게 똑같이 준 건데 말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태를 공동체를 위하는 것이라며 전래동화로 퍼뜨리며 강요할 정도니 우리나라의 비뚤어진 공동체주의는 이렇게나 유서깊었구나 싶다.
독후감 쓰랬더니 시작부터 웬 헛소리냐 싶을텐데, 이 책의 첫 장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 공동체주의, 더 나아가 권위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국가지만 정작 초등-중등교육의 '도덕'이나 '윤리' 교육에서 자유민주주의보다 공동체주의를 줄기차게 강조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이게 정치와 연결되어 좌우를 불문하고 집단주의, 권위주의로 연결되고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문제제기이며,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나라 정치의 현 상황과 추후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핵심적인 요소에 따른 '해결 방향 설정'인데, 소위 말하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싸움으로 설정하여 문제를 정확하게 짚으며 공감을 끌어낸다. 내가 보기에도 대한민국의 정치에 있어 '권위주의'가 가장 큰 장애물인 게 분명하다. 소위 말하는 '보수와 진보'[각주:1]를 불문하고 말이다.
이 부분에 크게 공감했기에 이 책이 더욱 와닿았다. 글이 실질적이었고, 그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정치 상황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 더욱 와닿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이해하기 쉽게 쓴다고 머리말에 쓴 게 허언이 아니었다. 루소나 라이커 등 학자들의 이론을 설명해주는 부분도 이해하기 용이하고.
이제 이 책이 나온 지 10년가량 지났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 정치사에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바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비록 촛불혁명과 같은 쾌거도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감정 소모를 동반한 헐뜯기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중간이 없어진' 오늘이다. 자유를 쟁취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가면 갈수록 저자가 말하는 '권위주의'가 극심해지는 현 상황이 걱정스럽다. 아마 이 책의 저자 역시 현 세태를 더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 개인적으로 현재 원내에 있는 정당 중 민중당(좀 더 넓게 보면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념정당보단 대중정당, 지역정당이라 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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