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플라톤 -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소피의 세계를 읽은 후, 각 철학자에 대하여 좀 더 상세히 알고 싶어졌다. 지금까지는 각 철학자들이 "이렇게 생각했구나"라는 걸 슥 읽었다면, 이제부턴 "아, 이 분은 이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판단하기 때문에 이렇게 주장하는구나"까지 깊게 파고들어 그를 따라가거나 태클을 거는 것. 그와 함께 내 생각의 폭도 깊어지겠지. 소피의 세계를 찾아봤을 때 철학의 필수코스로서 이 책도 많은 추천을 받았기에 머지않아 구입했었다. 현재 철학의 시작점이자 토대가 되는 분이기 때문.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완독하자마자 읽기 시작.
근데 일단, 잘 아시다시피... 소크라테스는 생전에 책을 쓴 적이 없다. 그는 생전에 오로지 말로써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로 논쟁하며 시민들을 깨우쳤다. 이 책 역시 플라톤이 생전 소크라테스가 말했던 것들을 정리하여 글로 각각 기억을 남겨둔 것이다. 플라톤이 없었다면 소크라테스는 세월과 함께 흔적도 없이 흘러갔겠지. 그래서 글이 대화체나 독백으로 전개된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독백으로, 나머지는 대화체로 전개된다.
또한, 이 책에 나와있는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 "파이돈", "향연"은 각각 별개의 책이다. 원래 별개의 책인데 가장 유명하고 중요도가 높은 4개의 책을 하나로 합쳐서 출판한 것.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재판 법정에서의 변론을, 크리톤은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기다리는 동안 감옥에서 크리톤과 나눈 대화를, 파이돈은 사형집행일에 심미야스, 케베스와 나눈 대화를, 마지막으로 향연은 아가톤이 만든 파티 자리에 소크라테스가 참석하여 나눈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모든 책을 통틀어서 소크라테스는 철학자로서 삶의 의미와 진리, 그리고 그를 실천하는 자세에 대하여 설파한다. 하지만 법정에서 변론을 진행했던 변명을 제외하면물론 여기서도 일부 나오지만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과정에서 이성적인 사고 과정과 사례를 토대로 상대방의 말에 있는 모순을 밝혀내어 깨달음을 얻도록 인도한다. 상대방 뿐만 아니라 활자 너머의 독자까지. 크리톤에서 "악법도 법이므로 지켜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는 것이나 파이돈에서 "철학자로서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데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당위성을 얻는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소크라테스가 철학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기의 말을 지키고자 노력하였으며, 그에 따라 철학자로서 얼마나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시민들이 진리를 깨우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같았다. 그리고 진리라면 그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소크라테스의 생각에 동의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아무래도 2000년 이상 된 이야기들이니 지금이랑 시대상도 다르고 생각의 폭도 다를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시대가 시대인지라 책 곳곳에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름들이 나오는데심지어 향연 같은 경우 아예 에로스를 두고 한 명씩 그 분을 찬양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니.., 그 당시 그리스 신화가 그리스인의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철학이 시작된 계기를 어렴풋이 느꼈다고 해야하나... "죽음", 정확히는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까지 이야기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이 나오고 부딪히면서 이 책이 나오기까지 흘러온 걸로 확인할 수 있었다. 뭔가 역사의 한 단면을 보는 느낌..?
마지막으로, 지난번에 소피의 세계에서 당시 그리스의 사고방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서양의 그것과 다르다는 내용이 있어 놀랐는데, 이번에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사후세계가 있고 현재의 세계와 연결되어 쌍방의 교류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동양 전통사상처럼 순환적인 세계관을 지니고 있었던 걸로 확인된다. 이걸 보니 대체 여기에 기독교 세계관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다시금 신기했다는..
물론, 소피의 세계 같은 책에 비해 책이 술술 넘어가진 않는다. 세밀하게 읽어야 한다. 그리고 90년대 말에 초판 발행하고, 2004년에 인쇄한 책이라 그런지중고로 샀음. 가독성이 아주 좋다고는 말 못하겠다. 요즘에도 이렇게 나오는 것 같던데, 아마 책 구성 자체를 쉽게 바꾸진 못하겠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동안 붙잡아가며 다 읽었다. 그 과정에서 철학적 사유(思惟)를 조금이나마 체득할 수 있었다. 그의 말을 하나하나 남겨 후세에 물려준 플라톤에게 무한한 감사를.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해준 사람들께 감사를. 특히 철학을 정석적으로 익히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시작이니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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