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728> 제주, 서부 해변

1. 마지막날의 아침과 이호테우 해변


  마지막 날 아침은 대략 6시 쯤에 일어났다. 모텔방에서 푹 잤던 둘째날과는 달리, 이것저것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생각하니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렇다고 찜질방 잠자리가 불편하진 않았다. 보통 여로가 심하지 않을 때 찜질방에서 자다보면 방에 울려퍼지는 코골이 때문에 한두번씩 깨곤 했었는데, 이 날은 그런 거 없이 스트레이트로 푹 잤다. 일어나자마자 다시 탕으로 들어가서 씻었는데, 한 숨 잤더니 그래도 발바닥이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았다. 그렇게 아침에 간단히 씻자마자 찜질방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이호테우 해변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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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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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너무 이른 아침인데다 날이 흐릿하니 그냥 별 느낌이 없었다. 거기다 배낭을 메고 있었더니 어깨가 무겁기도 했고.아침에 몇 분 움직이니 체력이 벌써부터 바닥나기 시작했다.. 결국, 바다 물끄러미 보다가 바로 버스정류장으로 다시 가서 제주공항으로 가서 배낭을 맡겼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어차피 마지막엔 제주공항으로 올 예정이니 돈 몇푼 더 주더라도 동선을 줄이고 싶었다. 그렇게 배낭을 맡기고, 공항에 있는 던킨도너츠에서 간단히 빵 한조각을 먹으며 허기를 채운 다음,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2. 협재 - 금능해변


  시외버스터미널 승강장에 가니 마침맞게 버스가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잽싸게 자리를 잡고, 지도를 한번 더 둘러봤다. 오늘 어딜 가야할까.... 원래 생각했던 셋째날의 일정은 서쪽 해변 + 제주시내였는데, 이대로만 간다면 오전 내에 서쪽 해변을 모두 둘러볼 수 있을 듯했다. 아무래도 체력이 바닥난 만큼, 조금 더 빨리 움직여서 해변을 빨리 보고 제주시내로 돌아오고 싶었다. 그러니 제발 계획대로 일정이 진행되길 기원했다.


  지도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깜빡 졸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협재해변에 도착했다. 다급히 버스에서 내리며 카드를 찍었는데, 맙소사... 기사아저씨께서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의 행선지에 맞춰 가격을 바꿔놓은 상태였다 -_-... 결국 환승은 커녕 더 많은 돈이 부과되고야 말았다(....) 아저씨가 황당해하며 왜 그러냐고 핀잔을 줬다. 그러고선 차액만큼의 동전(...............)을 내게 거슬러줬다. 그렇게 동전을 주머니에 한가득 넣고선 협재해변으로 걸어갔다. 에휴, 액땜했다 치자.. 하지만 이건 액땜이 아닌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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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날은 흐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에서 물놀이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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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보이는 비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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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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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금능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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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능 방향으로 해변을 따라 걸어가니, 수많은 돌탑들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염원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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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변가를 따라 계속 걸어가니, 어떤 예비부부가 웨딩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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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든 제주바다는 정말 맑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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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날이 흐려서 좀 아쉬웠다. 그리고 셋째날이라 그런가 제주바다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그렇게 해변가를 나와 한림공원으로 갔는데, 입장료가 너무 비쌌다(....) 으레 3000~5000원 정도 하겠거니 하며 갔는데, 만원(....) 그냥 나왔다.[각주:1] 그러고선 다시 걸어 금능해변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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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협재랑 똑같다는 느낌만.


  해변을 슥 보고선, 다시 버스를 탔다.


3. 곽지과물해변(.......)


  버스에 타서,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할까 고민했다. 애월해안도로는 어차피 지금 몸상태론 못 걸을텐데 애월항에 가야하나 곽지과물해변에 가야하나... 잠깐동안 고민하다, 일단 곽지과물해변을 보고서 다시 생각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짐을 챙기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지갑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주머니가 가볍다.


..?


........???????


???????????????????????????????????????


!!!!!없잖아!!!!!!!!! 버스에 폰 흘렸잖아!!!! ㅅㅄㅄㅂㅄㅄㅄㅅㅄㅂㅄㅅㅄㅄㅂㅄㅄㅄㅅㅂㅄㅂㅄㅂ


  뒤늦게나마 버스를 잡아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벌써 문이 닫히고 버스는 출발. 부릉부릉~ =3=3=3


(..................................................................................)


-_-^ =_=^


  그날 입었던 반바지가 다소 얕은 편이었는데, 기어이 사고가 터졌다(.....) 설마 내가 핸드폰을 못 챙길까 싶었는데, 진짜 흘렸다(................) 해변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었다. 이거 제대로 망했다...................... 모든 사고회로가 멈춰버렸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었던 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깨달았던 것. 그리고 일주노선 버스는 20분에 1대씩은 무조건 온다는 것. 그 사이에 누가 폰을 훔쳐가지만 마라고 열심히 바랬다. 아무리 2년 반 가까이 된 고물 폰이라지만 아이폰은 아이폰이니.....


  그렇게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다음 버스가 왔다. 버스에 타자마자 기사아저씨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기사아저씨께선 바로 앞 버스의 도색이 어땠는지 물어본 다음, 즉시 앞버스에 연락을 취하셨다. 앞자리에 앉아 기사아저씨의 반응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조금 뒤, 내가 앉았던 자리에 폰이 그대로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순간의 그 안도감이란....!!! 평소 통화나 문자, E-Mail 확인과 인터넷을 넘어 금융어플과  공인인증서까지 모두 포함된, 말 그대로 내 분신과도 같은 스마트폰이었기에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폰을 다시 받기로 했기에, 오전에 다녀오기로 했던 서부해변 일정은 자연스레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기껏 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갔는데 또다시 왔던 길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만약 날씨가 맑아 풍경 보며 정말 감탄했었다면 갔을수도 있겠지만, 흐린 날씨에 풍경이 그 정도로 와닿았던 건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미 지칠대로 지쳤기에 더 이상 제주시내 밖으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이틀간 땡볕에서 돌아다녔고, 마지막날도 파란 하늘만 안보인거지 더운 건 여전했으니오히려 이런 날이 더 짜증난다. 습기는 더욱 심해져 불쾌지수가 최고조에 이르렀고, 거기에 엄청난 삽질을 해댔으니 당연히 짜증이 솟구쳤다. 더이상 움직일 의욕조차 생기지 않았던 것. 그렇게 서부 해변 여행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어째 요즘 가는 여행마다 삽질의 스케일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이번 건 뒷수습을 했으니 망정이지 지금까지의 여행을 통틀어 최고의 삽질에 속하는 정도니까...


  어느새 시간이 정오가 넘었고, 이제부턴 제주 시내를 돌아보기로 결심하여 시내버스 정류소로 갔다.

  1. 그러고 여행이 끝난 뒤에 후회했다. 다음에 제주도에 갈 때 꼭 가는걸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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