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이진경 -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야기
1.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2년 전 이맘때. 전공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군에서 전역한 후, 학과 공부나 시험준비 등으로 전공 책 읽느라 바빴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땐 인터넷이나 게임, 여행 등 다른 취미생활을 즐기기 바빴지 책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그러다보니 인문학 분야에 대해 기초지식이 너무나도 빈약했던 것. 그래서 일단 추천도서 목록을 어디서 구한 다음, 그 목록에 나와있는 책 위주로 하나하나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철학 책 중에선 거의 초반에 접했던 책.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철학에 대한 지식은 학교 교양수업에서 들었던 내용 정도만 기억하고 있는 정도였다. 학교 교양수업에서 다룬 건 주로 고대 철학 분야나 동양철학. 근데 이건 굳이 학교 교양수업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 그러다 보니 요 때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익숙했고, 얼추 맥은 짚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의 철학에 대해선 헌법 수업시간에 홉스, 로크, 루소의 정치이론에 대해 배우면서 간접적으로 접한 걸 제외하면 거의 모른다고 말해도 무방했다. 데카르트, 칸트, 스피노자 등등.. 근대 철학가들에 대해선 말 그대로 이름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만 알고 있었던 정도.
철학 배경지식이 이토록 얕다 보니, 처음엔 1시간에 10페이지 겨우 읽을 정도로 어려웠다. 책 단어와 내용이 어렵다 보니 책을 읽는 중간에도 내용이 머릿속에서 증발하기 일쑤였기 때문. 헷갈려서 다시 뒤로 돌아가다 보니 3~4장은 기본적으로 넘어가고 막.. 그러다 제 풀에 지쳐 책을 덮고 음지바른 곳(!!)에 고이 모셔뒀다. 그러다 기간 차면 그대로 반납하기 일쑤.. 이 짓을 2번인가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 이번만큼은 이 책을 정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읽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작년 초에 동네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다. 이해가 되든 안되든 쭉쭉 넘어가야겠다고 맘먹으며 읽었는데, 이번엔 초반부에서 어떻게든 읽는 데 속도가 붙으니그래도 잠깐잠깐 읽었던 내용이 기억에 남았나보다.. 끝까지 버티면서 읽게 되더라. 그래도 저자가 실례를 토대로 책의 핵심 개념과 원리에 대한 설명을 워낙에 쉽게 풀어놓은 덕에 언어학 부분 전(제 4장)까지는 조금이나마 개념이 잡히더라. 언어학 이후 부분부터는 정신이 출타하셨지만...
2.
그 후 1년여 가량이 흐른 이번 달 초, 문득 이 책이 떠올랐다. 2회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 원래 한 번 접했던 건 영화, 책을 불문하고 다시 쳐다보지 않는 편인데, 한 번만 더 읽으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걸 굳이 1번만 읽고 덮어야 하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2회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인셉션을 다시 보며 반복 보기(?) 시작. 책도 다시 읽고 싶었는데, 딱 떠오른 게 철학과 굴뚝청소부더라. 1년 사이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란 책을 읽어 이전보다 배경지식이 조금은 생긴 상태에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쭉쭉 읽어나가는데, 이전보단 확실히 책 읽는 데 속도가 붙었다. 처음 읽었을 때도 저자의 설명을 읽으며 단순히 이해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읽을 땐 책의 설명에 공감하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더 와닿는다 해야하나.. 그러다 보니 책 읽는 중간에 뒷 페이지를 다시 돌아보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고, 각 챕터의 구조가 조금이나마 보였다. 이 말인 즉슨, 책이 입체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 챕터 하나마다 사상가의 사상 체계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인데, 그 사상가의 주장과 근거를 나누고 그 주장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보이기 시작. 그리고 각 사상에서 어떤 부분이 핵심이고, 그 뒤의 사상가는 이전의 사상을 어떤 부분에서 비판하고 단점을 극복하였는지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저자께서 친절히 정리하셨지만, 처음 읽을 땐 마지막 부분은 거의 글이 머리 근처에서 휙휙 스쳐갔다. 내 이해력이 부족했던 것..
3.
이 책을 읽고 나니 괜히 추천도서에 이름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철학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이 책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비평하긴 힘들고, 책 서술이 정말 잘된 책.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우리 가까이에 있는 사물이나 현상, 사건 등을 통해 설명하는 게 정말 좋은 부분. 설명만 보면 모르는 사람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물론 다시 안보면 그 내용이 머릿속에서 증발하겠지만.. 그리고 책의 방향 설정이 잘 되어있다. 저자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친절히 가르쳐주니 핵심을 잡기 쉬운 것. 또한 핵심 내용이나 주장에 대해선 볼드체를 표시해두는데, 핵심을 잡음과 동시에 체계를 잡기에도 용이하다. 유기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는 부분. 이러한 부분들이 독자로 하여금 철학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4.
다만 내 개인적으론 이 책을 한번 더 읽어야 한다. 그 이유 하나는, 내 이해력이 아직도 부족한 건지, 아직도 제 5장 내용부터는 뜬구름 잡는 느낌이라는 것. 처음보단 확실히 나아졌지만, 아직 성에 안 찬다. 또 하나는, 도서관에 2005년 판이 대출중이라 어쩔 수 없이 2002년 판을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찾아보니 2002년 판과 2005년 판은 제 6장에 있어 차이가 존재하는데읽을 땐 몰랐다. 처음 읽을 때 정신 떠났었다니까.. 그 부분은 아무래도 읽어야 하는 부분 같은 느낌.. 그래서 지금 상호대차 신청을 해둔 상태다. 책 도착하면 제 5장부터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한번 더 읽을 생각. 그러면 언어학과 구조주의 철학이 조금 더 이해가 되겠지..? 쓰고보니 독후감의 탈을 쓴 일기장 같은데.. 책 카테고리에 발행해도 될까...? 일상다반사로 바꿔야 하나...?
미학 오디세이는 3권까지 모두 읽고 나서 감상문을 적어보겠습니다..
'Works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ok> 우태현 - 적, 너는 나의 용기 (8) | 2016.03.28 |
---|---|
<Books> 진중권 - 미학 오디세이 (10) | 2016.03.11 |
<Book> 짧은 후기. (6) | 2016.02.05 |
<Book> 우종철 - 사진의 맛 (8) | 2016.02.02 |
<Book> 스티븐 레빗 - 괴짜경제학 (8) | 2016.01.26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Book> 우태현 - 적, 너는 나의 용기
<Book> 우태현 - 적, 너는 나의 용기
2016.03.28 -
<Books> 진중권 - 미학 오디세이
<Books> 진중권 - 미학 오디세이
2016.03.11 -
<Book> 짧은 후기.
<Book> 짧은 후기.
2016.02.05 -
<Book> 우종철 - 사진의 맛
<Book> 우종철 - 사진의 맛
201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