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30> Dresden - 드레스덴의 흐린 오후 풍경.
1. 숙소까지
드레스덴에 도착하여 흐린 날씨 속에서 숙소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구글 지도로 보니 대략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였고, 버스 없이 그냥 걸어갔다. 숙소로 가는 길이 꽤 넓게 형성되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소련식 길거리(광장)이라더라. 길가에 있는 아파트 역시 소련식이었는데, 타슈켄트에서 본 아파트 느낌이 겹쳐 보여 기시감이 들었다.
숙소는 구시가지에 있는 ibis 호텔이었는데, 마치 을지로에 있는 이비스 호텔처럼 상가건물 고층부에 호텔이 있는 구조였다. 로비로 올라가서 무난히 체크인한 다음 방에 들어갔는데 깔끔하기 그지없었다! 매우 실용적인 공간이었다. 거기다 길만 건너면 관광지였기에 위치도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내 몸이었다. 드레스덴에 도착하니 본격적으로 컨디션이 나락을 향해가고 있었다. 원래의 나였으면 일단 먼저 나가고 봤겠지만, 날도 어둑한 것이 일단 쉬어야겠단 생각부터 먼저 들더라. 결국 두어시간 정도? 쉬다가 해가 지기 전에서야 슬며시 밖으로 나갔다..
2. 흐린 날의 드레스덴
숙소에서 나와 구시가지 쪽으로 걸어가는데, 빗방울이 맺히기 시작하여 바로 숙소로 복귀해서 우산을 챙겨 다시 나왔다. 다행히 비가 많이 오는 건 아니었고 비가 왔다 그쳤다 하는 정도라 걸어다니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진 찍기가 불-편했다. 거기다 흐린 날이라 그런지 모든 게 우중충해 보였다.
그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구시가지 여기저기를 누볐다. 일단 츠빙어 궁전 일대는 그냥 지나갔다. 날도 흐릴뿐만 아니라 상수시 궁전에 샤를로텐부르크 궁전까지 계속 궁전만 보며 다닌 탓에 딱히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앞을 지나 바로 드레스덴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이어주는 아우구스투스 다리로 갔는데, 여긴 또 공사중(...). 날을 잘못 잡았나보다. 공사하는 곳이 너무 많아... 아쉽기 그지없었다.
지금까지 사진을 봤을 때, 드레스덴 건물만의 이상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전반적으로 그을린 자국이 많다는 것. 건물 외벽이 시커멓거나, 아니면 아예 새 것의 느낌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외벽 아래쪽과 위쪽이 위화감이 들 정도로 차이나는 건물들이 마구 뒤섞여있다. 특히 흐린 날씨 덕분에(?) 검은 그을림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2차대전 때 영국 공군의 폭격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드레스덴 건물들은 독일이 재통일된 후에 복원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역사를 알고보니 그을린 건물들이 다른 눈으로 보이더라. 비록 죄를 진 나라였지만, 그 이후 사람들의 오랜 노력으로(물론 주 정부의 프로젝트도 있겠지만) 지금의 모습을 만든거라 하니 매우 존경스러웠다.
그 와중에 폭격의 피해를 거의 유일하게 입지 않았다는 군주의 행렬이라는 벽화가 있었는데, 100m 넘는 벽에 쭉 이어지는 그 모습이 매우 웅장하였고, 그 디테일에 감탄했다. 역대 군주들의 모습을 타일로 새긴 것이라고 하는데, (누군진 몰라도)하나하나 보며 벽화를 따라 걸어나갔고, 그 이후로도 계속 시가지를 돌아다녔다.
벽화를 보고 그 앞에 있는 교회 등 다른 곳도 보려는데... 갑자기 배에서 불쾌한 신호가 나를 덮쳤다. 다행히 숙소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어서 숙소에 잠시 갔다왔다. 그 와중에 우산을 숙소에 놓고 왔는데, 나오자마자 빗방울이 🤯.. 정말 날씨까지 지랄맞았다. 결국 그 이후의 골목은 거의 날림 식으로 후루룩 보고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마침 저녁시간이기도 했고.
그나마 돌아다니며 사진이라도 여럿 찍었으니 다행이다. 이 날은 여러모로 쫓기듯 돌아다니는 바람에 그을린 벽돌들을 제외하면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각주:1]
3. 다시 숙소로...
결국 며칠간 쉴새없이 마신 맥주 때문에 탈이 났다. 본격적으로 컨디션이 바닥을 쳤다. 그렇지만 식당에서 시킨 슈니첼린은 너무 맛있었고, 정신 못차린 나새X는 또 맥주를 시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난 완전히 맛이 갔다. 밥먹고 숙소에 오니 몸살 기운까지 몰려왔고, 더이상의 드레스덴 관광은 무리였으니...
컨디션 회복 없인 앞으로의 여행도 물거품이었기에 사실상 드레스덴은 여기까지라 여기고 숙소 침대에 들어가 누웠다. 몸이 완전히 퍼진 걸 인정해야만 했다. 우즈벡에서도 그러더니 여기서도 그러네... 뭐, 내 몸 간수못한 내 잘못이지 뭐. 그렇게 드레스덴에서의 시간은 완전히 망가지고 있었다..
- 드레스덴 구시가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번 포스팅에 이야기할 예정. 다음날에 봤던 드레스덴은 달랐으니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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