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이기주 - 글의 품격
'언어의 온도' 대출현황을 찾을 때 함께 눈에 들어왔던 책. 다홍색의 표지라 눈에 더 잘 들어왔던 모양이다. 조금 더 찾아보니 이번에 나온 신간이었다. 아쉽게도 집 근처의 도서관엔 없었고, 다른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로 빌릴 수 있었다. 어차피 '언어의 온도'에 이어서 읽으면 되니 차라리 잘됐구나. 언어의 온도를 빌리면서 상호대차신청도 함께 했다. 그리고 다 읽자마자 이 책이 도서관에 도착했고, 바로 이어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땐 어떤 내용이 나올 지 감이 안 잡혔다. 좋은 글귀와 그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올까? 아니면 글 쓰면서 겪은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일까? '언어의 온도'에 이어 읽었기에 아무래도 글이 비슷할거라 추측했다. 그런데 책 목차를 보니 의외로 글쓰기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쭉 이어졌다. 소재 잡기부터 서-본-결에 이어 퇴고까지. 목차만 봐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 "글은 이렇게 쓰세요!!"라고 외치는 글쓰기 방법서가 아니었다. "전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글 써요." 라고 이야기하는 글에 가깝다. 작가 본인도 글쓰기는 노하우라기보다 습관이라 했으니. 글쓰기에 대한 유명 작가들과 자신의 에피소드, 그리고 그에 대해 자신이 느낀 바를 말하는 에세이라 보면 되겠다. 음.. 굳이 윗 문단에서 던진 질문에서 고르자면 후자에 가깝겠다.
쉬이 흩어지지 않고 머리와 가슴에 스며드는 깊이 있는 문장을 말하다!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한때
소중했던 것들》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기주의 신작 인문 에세이 『글의 품격』. 고전과 현대를 오가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마음, 처음, 도장, 관찰, 절문, 오문, 여백 등 21개의 키워드를 통해 글과 인생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냈다.
글은
종종 무력하다. 문장이 닿을 수 없는 세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글쓰기가 지닌 한계와 무게를 알고 글을 적어야 한다.
저자는 오늘날 분노를 머금고 우리 손끝에서 태어나 인터넷 공간을 정처 없이 표류하는 문장들이 악취를 풍기는 이유는, 세상사에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글을 휘갈기다 보니 문장에 묻어 있는 더러움과 사나움을 미처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글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전한다.
돌이켜보면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풍경과 사람과 사연이 오감을 거쳐 가슴으로
흘러 들어오던 순간,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고, 그때마다 현미경 들여다보듯 ‘나’를 탐구했다고 고백한다. 내면에 싹튼
뜨끈한 생각과 감정이 식어버리기 전에 지면과 화면에 바지런히 적었는데, 이처럼 글을 쓰는 일은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기록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하며 삶이 곧 하나의 문장임을 일깨워준다.
일단 '언어의 온도'에 비해 폰트가 커졌다. 일반 서적들의 폰트 크기와 같아졌다. 확실히 긴 글을 읽기엔 큰 글씨가 낫네. '언어의 온도'가 운문적 산문의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 책은 산문 본연에 충실했다. 그럼에도 작가님 특유의 꾹꾹 눌러담는 느낌은 여전했다.
작가님께서 쓰시는 다양한 단어들이 기억에 남는다. 시나브로, 톺아보다 등등.. 여러 단어들이 머릿속에 아롱대는데 확 떠오르질 않네. 아무튼, 우리말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쓰시다니... 다시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 체크해둬야겠다. 나중에 나도 써먹게.
뿐만 아니라 어원 조각들을 찬찬히 뜯어가며 단어의 뿌리를 설명하시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예전에 영어 단어 외울때나 한자 자격증시험 공부할 때 비슷한 방식으로 공부했었는데... 단어의 이력을 파악하니 쉽게 외웠던 걸로 기억한다. 실제로 한자 자격증도 땄고. 그 방식을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갑더라. 당연히 단어도 쉽게 이해했고.
무엇보다 가장 이 책을 빛내는 건 글에 담긴 '삶'. '언어의 온도'과 마찬가지로 저자의 따뜻한 삶이 묻어났다. 표지에 '삶이 곧 하나의 문장이다'라고 적혀있는데, 그 누구보다 책에 삶을 충실히 담으셨다.[각주:1]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싶다. 책을 빌리면서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언어의 온도'에 이어 '글의 품격'까지 읽으니 '말의 품격'도 궁금하네. 이어서 빌려봐야겠다.
- 심지어 표지마저 그렇다. 다홍빛의 표지가 이 작가의 삶을 가장 잘 담았다고 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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