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hte Liebe

  최근 블로그에 올렸던 독후감 목록을 보면 아시다시피.. 몇 달간 묵직하고 묵-직하며 무욱직한 책만 계속 읽었다. 중간중간 도서관에서 여행기를 가져와 억지로 눈에 담아보려 했지만 잘 안 됐다. 근데, 이게 자꾸 반복되다 보니 독서에 지쳐갔다. 1시간에 몇 페이도 읽기 버거운 책을 계속 잡고 있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간 참아왔지만 이젠 도저히 안 되겠다. 아니, 페이지 펄럭이며 술술 넘어가는 맛이 있어야지.... 오랜만에 소설책 하나 빌려보자.

 

  마침 3년 전 이맘때에 초반 몇 페이지 읽고서 도서관에 반납했던 '7년의 밤'이 생각났다. 그 땐 소설책만 계속 읽으려고 하니 눈이 턱 막혔지만, 이번엔 좀 다르지 않을까...? 아니나다를까, 이번엔 달랐다! 지난번에 한 번 읽었던 기억이 보기보다 선명했다. 이야기 속 기본 배경이 바로 떠올랐다. 덕분에 당시 애먹었던 앞부분을 순식간에 독파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아래에 접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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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령호의 재앙이라 불리는 사건에서 살아남은 열두 살 서원, 세상은 그에게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올가미를 덧씌운다. 친척집을 전전하던 끝에 결국 모두에게 버려진 서원은 세령마을에서 한집에서 지냈던 승환을 다시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한다.

소설가이자 아버지의 부하직원이었던 승환에게 의지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던 서원에게 아버지의 사형집행 확정 소식이 칼처럼 날아들고 서원에게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낙인을 찍은 잡지 '선데이매거진'이 그를 세상으로부터 내몬다. 서원은 세간의 눈을 피해 승환과 떠돌이 생활을 하며 승환에게 잠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세령호의 재앙으로부터 7년 후, 등대마을에서 조용히 지내던 승환과 서원은 야간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청년들을 구조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세간의 관심을 다시 받게 된 서원은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상자를 배달받는다. 상자 속에 들어 있던 소설은 승환이 쓴 것으로 7년 전의 세령호의 재앙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는데…

 

  책을 읽어갈수록 점점 탄력이 붙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빠져들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쏙쏙 들어왔다. 텍스트가 마치 영사기인 양 머리에서 생생하게 재생됐다.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 매 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반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작가가 설정해놓은 그것에 감탄했다. 그렇게 500여 페이지에 걸쳐 이어진 7년간의 스토리가 끝났다.

 

  정말 치밀한 구성이 돋보였다. 그건 작가의 철저한 사전조사 덕분이라 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사전조사가 충분해야 상상이 구체적이고 사실성있게 된다. '소설은 진실된 허구'라는 대원칙에 충실한 것. 이는 예전에 읽었던 적, 너는 나의 용기에서 확연히 느꼈던 부분.

 

  게다가 작가의 묘사능력에 감탄했다. 긴박하고 생생한 상황 및 행동 묘사는 윗 단락을 확인하면 되겠다. 여기서 말하고픈 건 심리묘사. 각 등장인물에 대한 사전 설명이 충분하니 그들이 생각하는 바를 이해하기 수월했다. 그리고 상황에 따른 심리 변화 자체도 사실적이었으며 개연성이 충분했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 순식간에 완독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 이게 왜 베스트셀러였는지 단박에 느꼈다. 오랜만에 즐겁게 책 한권 읽었다. 이참에 정유정 작가의 28이랑 종의 기원도 연이어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