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21> 서울, 舊 남영동 대공분실. (現 경찰청 인권센터)
올 봄의 어떤 화창한 주말, 한남동 골목길을 돌며 사진을 찍으러 갔다왔다. 큰 감흥 없이 한남동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한남역으로 가면서 이대로 가긴 아쉽다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에 어디선가 봤던 남산의 아픈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바로 남영동에 있는 舊 남영동 대공분실[각주:1]. 안그래도 올 초에 영화 "1987"을 봤었기에 반드시 이 곳에 방문하여 제 5공화국 독재정권의 추악함, 그리고 그 속에서 아스라이 사라지고 고통받은 젊은 영혼들의 슬픔을 눈으로 목격하고 싶었다.
근데 남영동 대공분실이 어딨는지 찾아보려는데 막상 지도에 대공분실이라고 치니... 당연히 안 나온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는데, 현재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바뀌어 있었다. 남영동 대공분실이었기에 더욱 의미있는 지정이 아니었을가. 그래서 찾아보니, 남영역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 내가 지금까지 이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싶어 부끄러웠다. 그렇게 목적지를 확인한 후, 지하철을 타고 남영역으로 갔다. 남영역에서 열차를 내리는데, 딱 내리자마자 오른쪽에 그 유명한 건물이 눈에 보였다. 아, 조금만 고개를 돌려봐도 알 수 있는 곳인데 정말 관심없이 살았구나 싶어 더욱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역에 도착하여 조금 걸어서 입구에 도착하였다. 응급차가 달려오는 1987의 도입부 부분이 생각났다. 일단 입구에서 신분증과 명찰을 교환한 후, 본격적으로 대공분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건물 외부 전경. 사진 중간에 얇은 창문만 설치된 1개 층이 바로 그 악명높은 5층 취조실.
509호. 이 곳이 바로 故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인해 숨을 거둔 곳. 한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5층 취조실 복도. 각 방의 출입문 위치가 엇갈리도록 설계되었다. 문을 열어도 맞은 편 방의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
벽면의 타공판. 취조실의 벽면은 소리가 크게 울리도록 설계되었다. 취조 시 피의자에게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
1층 뒷문에서 5층까지 바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 피의자들은 모두 이 나선형 계단을 통해 5층으로 바로 올라갔다.
창문. 그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이 빛 하나만을 보며 많은 청춘들이 빛을 잃어갔지..
내부를 감시할 수 있는 렌즈.
렌즈를 통해 렌즈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이 공간을 보는 내내 착잡한 기분 뿐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몇십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까딱 잘못했다간 저 곳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다시는 없어야 될 일이다. 당시 수많은 열사분들께서 몸과 마음을 바꿔가며 지켜냈던 민주주의. 우리 모두 이 소중함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지켜내야 할 것이다.
- 이하 대공분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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