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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며 사진찍고, 책도 읽고, 그깟 공놀이에 일희일비한 기록을 글로 남기는 평범한 공간. (복붙식 댓글 혐오합니다. 진짜 욕할지도 몰라요.)

<191107> 서울, 창덕궁 후원 - 가을풍경

  • 2019.11.13 00:10
  • Phot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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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글... 상당히 깁니다. 사진도, 텍스트도 압도적입니다. 그러므로 무선 데이터 용량 관리에 유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무제한이면 괜찮지만..




  유현준 작가의 책을 읽고서 한동안 우리나라의 건물들에 대해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렇고... 대략 보름 전 어떤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 날은 궁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창덕궁, 특히 후원의 조화로움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딱 지금 이맘때 가면 예술이겠다 싶었다.


  흠.. 그러고보니, 봄가을에 자유관람 가능할텐데 지나갔나...? 무심결에 든 생각에 인터넷으로 창덕궁 후원 자유관람 기간을 검색했다. 근데, 10월 15일부터 11월 10일까지 자유관람...? 어!? 창덕궁 후원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이젠 창덕궁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매가 가능해서 편했다. 바로 일정을 검색해봤는데.... 11월 7일에 2자리가 남아있었다! 지금이 타이밍이다. 바로 가입하고, 바로 예매했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여러모로 3년전과 대비되는 구석이 많았다. 3년전엔 봄이었고 첫 타임(오전 10시)에 들어갔지만, 이번엔 가을이고 끝 타임(오후 3시)이었다.


  그리고 11월 7일. 오전에 볼 일을 보고 점심을 먹은 후, 창덕궁에 도착했다. 먼저 인정전을 비롯한 전각을 먼저 꼼꼼히(?) 둘러본 후전각 포스팅은 내일 올라갑니다., 후원 입구에 도착했다. 대략 입장 10분 전이었는데, 이미 사람이 꽤 많이 모여있었다. 저편에 보이는 풍경이 벌써부터 아름다워 더 설레였다.


창덕궁 티켓.


  그리고 3시가 되었고, 후원에 입장했다.



1. 입구 ~ 부용정 ~ 애련정


  입구에서부터 부용정에 걸어가기까지 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아름다웠다. 햇살과 그림자가 패턴을 만들며 후원의 풍경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길 뿐만이 아니었다. 나뭇잎들은 푸른 잎과 노랗고 붉은 단풍, 그리고 새파란 하늘까지 함께 있으니 고개를 위로 올려다봐도 알록달록한 색감이 눈을 즐겁게 했다.


  그렇게 작은 언덕을 넘어 부용정 도착. 단풍이 우거진 주변 풍경, 그리고 햇살의 방향 덕에 지난번 봄과는 제법 다른 풍경이었다. 봄의 부용정 일대가 싱그럽고 생기가 넘쳤다면 가을엔  고즈넉하며 연륜이 묻어나는 풍경이었다. 때마침 부용정 옆의 영화당에서는 가야금 연주가 시작되었는데[각주:1], 알록달록한 산과 부용지와 주합루, 영화당과 한데 어우러져 고풍스런 느낌을 자아냈다.


  연주회를 뒤로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애련지에 갔다. 단풍나무들과 연못 사이에 애련정이 있으니 그 역시 절경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이리도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연못과 누각을 만들 수 있었던건지 그저 경탄스러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애련지에 비치는 애련정과 주변 나무들의 반영이 아름다웠고, 저 멀리서 들어오는 햇살 또한 따스했다.










2. 관람지 일대 (관람정, 존덕정, 승재정 등).

  애련지에서 사진을 몇 장 담은 후, 길을 따라 관람지 방향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다른 차원의 세계로 넘어온 기분이었다. 특히 오후 3시가 넘어가니 해가 언덕 사이에 가리기 시작해서 그런지 햇살이 드문드문 비치면서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길 왼편에 길쭉히 뻗어있는 연못이 보였다. 지난번에도 감탄했던 관람지. 와, 여기는 완전 단풍이 우거졌구나!! 형형색색의 단풍나무들이 연못에 비쳤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있는 푸른 하늘과 연못 저편에 있는 관람정, 건너편 언덕에 있는 햇살을 등진 승재정까지...!! 관람지 주변에서만 한참을 머물러있었다. 아니, 하나도 놓치기 싫어 눌러앉았다.

  구석구석 둘러보며 풍경을 카메라와 눈에 담았다. 눈에는 아주 잘 담겼는데... 카메라에 담기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여긴 대표적으로 산 뒷편의 그늘진 곳이었다 보니... 그래서 노출을 바꿔가며 여러 장씩 담았다. 그리고.. 첨단 기술의 힘을 빌렸다. 기술 만세!!기승전기술(....) 최대한 내 눈에 비친 모습대로 표현하려 했고, 좋게 봐주셨으면..










3. 취규정 ~ 옥류천.

  관람지 주변에서 한참이나 머무르다 보니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 안그래도 빛이 점점 줄어드는데 지체하면 안되겠다 싶어 취규정 방향으로 언덕을 따라 올라갔다. 언덕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언덕 저편에 성균관대학교 건물이 보였는데 갑자기 그 건물이 낯설었다. 불과 수십분 사이에 이 풍경에 몰입했었구나..

  그리고 흙길의 끝에서 포장길로 들어서서 취규정 쪽을 바라보니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은 그 존재감을 마구 뿜어냈다. 햇살을 받아들이는 모든 잎들이 찬란히 빛났다. 나무 기둥들은 햇살을 막아섰는데, 땅에 그 실루엣이 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옥류천 방향으로 내려갔다.

  취한정과 옥류천, 태극정 일대는 큰 변화없이 한결같았다. 다른 거라곤 영어 가이드 투어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 뿐... 사람이 많아 간단히 둘러보고 다시 나왔다. 이제 연경당으로..!





4. 연경당 일대.

  취규정 근처의 갈림길에서 언덕을 따라 쭉 내려왔다. 언덕이라 그런지 거의 늦은 오후처럼 해가 많이 뉘어있었다. 그래도 해가 비치는 곳은 그 빛이 찬란하여 단풍잎 보는 맛이 쏠쏠했다. 그렇게 하늘 쳐다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연경당 일대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장락문에 들어가서 나무를 보며 사진 한 장. 지난번처럼 새가 지저귀진 않았지만 붉은 단풍잎이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연경당 일대에 사람이 좀 많았다. 내부로 들어가니 의자가 깔려있고, 저편에 독서 행사가 진행중이었다. 아, 아까 승재정 옆에서 선향재 가는 안내판이 있었는데 이거구나... 선향재가 여깄었구나(....) 그러고보니 저편에 사람들이 몇 명 앉아있었다. 이참에 나도 다리도 좀 쉴 겸 선향재에 들어갔다. 선향재 내에서 창 밖을 바라보다 책장을 바라봤다. 나름 읽을만한 책이 몇 권 있구나. 그 중 하나를 꺼내들어 페이지 뒤적였다. 활자를 읽으며 잠시나마 선비가 되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밖으로 나갔다. 이젠 햇살이 제법 금빛으로 변해있었다.







5. 나가는 길.

  장락문을 통해 다시 나왔다. 왼쪽으로 가면 다시 애련지고, 부용지로 다시 가서 아까 들어왔던 길로 나가는 길이며, 지난번에 갔던 루트였다. 근데, 오른편에 출구 간판이 있었다. 호오, 이 쪽으로 나간다고..? 지난번엔 왼쪽으로 갔었으니, 이번엔 오른쪽으로 가볼까..?

  걸어가니 계단이 쭈욱 이어졌다. 계단을 올라가니 언덕의 끝이 있었고, 내리막이 계속 이어졌다. 햇살을 잔뜩 받으며 남서쪽으로 걸어갔다. 숲을 지나니 담장 너머 빌라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북촌이었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마천루와 남산타워가 저 멀리 있었다. 그 길은 마치 차원의 통로같았고, 길을 따라 출구로 가고 있으니 다른 세계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궐내 각사 쪽으로 빠져나오며 3년 반만의 후원 관람이 끝났다. 봄에 여기 왔을 땐 조선시대 왕들이 여기서 간단히 산책하며 머리를 식히고 건강을 챙기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근데 이번에 여길 돌아보니 마냥 건강만 챙기기만 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이 느낌을 그들도 받았다면.. 여기가 일종의 망각의 숲 같은 도피처였을지도 모르겠다.

  3년 전 후원을 보고 나오면서 가을 풍경은 다른 느낌이 있을거라 짐작했는데, 그 이상으로 다른 분위기였다. 가을 후원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팔색조같은 곳이구나 여기..! 했던 말 또 하는거지만, 후원은 진심으로 추천, 또 추천!! :) 그나저나, 후원의 여름, 겨울 풍경이 궁금하다. 겨울의 눈밭, 그리고 여름의 새파란 숲 속에서는 또 다른 느낌이겠지? 자유관람이 별도로 없어서 갈 일이 없을 듯하지만..


  길고 긴 글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D


  1. 후원 음악회가 열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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