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요슈타인 가이더 - 소피의 세계
지난번.. 그러니까 대략 2년 반쯤 전에 철학과 굴뚝청소부 읽고 포스팅 했었다. 당시 그 책을 기어이 다 읽고선 기쁜 마음에 책 내용주절주절 내 이야기만 줄창 했던 게 기억난다. 혹 당시에 썼던 글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면 되고..깨알 광고 그런데, 그 뒤로 한동안 책을 등한시하고, 혹 읽더라도 다른 분야의 책만 읽다 보니 흔적만 희미하게 남고 알맹이가 다 증발해버렸다(...). 그러던 와중에, 인터넷을 하다 철학 책 추천받는다는 글을 봤는데, "소피의 세계"라는 책이 입문서로 정말 괜찮다는 추천 답변이 많이 보였다. 철학의 굴뚝청소부 보다도..! 그래...? 그렇다면 나도 읽어봐야지!
예전같았으면 당장 근처 도서관으로 갔겠지만, 근래엔 알라딘으로 간다. 요즘 부쩍 중고책 사는데 재미들렸기 때문. 작년에 총, 균, 쇠를 두어번 빌려보다 결국 중고책으로 샀는데, 내가 소유하고 있으니 기간 내에 빨리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어져 더 좋았다. 게다가 "내 책"이라는 애착도 생기고.. 이 책도 그렇게 마음먹고 나서 알라딘에 갈 일 있을 때 함께 업어왔다. 이제 이건 내 책이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에 대해서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이 책은 소피라는 주인공이 크녹스 선생님에게 고대 신화부터 시작하여 고대 그리스, 중세 기독교, 르네상스 시대 등을 넘어 사르트르까지, 아니 이를 넘어 20세기 말까지 이어져 온 서양 철학 이야기를 들으며 철학에 대하여 깨우치는 내용의 소설이다. 다시말해 철학을 컨텐츠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작중에서 어른이 소녀[각주:1]에게 철학을 이야기해주는 형태니 모든 내용이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엔 편지를 통해 고대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소피가 크녹스 선생님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내어 호수 옆 성당에서 크녹스 중령과 처음 만나게 되고, 그 때부턴 두 사람이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소피에게 가는 편지의 수신자는 한결같이 힐데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심지어 선물까지..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소피와 크녹스 선생님에게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개가 사람 말을 하질 않나,...
알고보니,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사실 힐데의 아버지 알베르토 크낙 소령이 그의 딸인 힐데 묄러에게 직접 만들어준 "소피의 세계"라는 책 속의 이야기였다. 소피와 알베르트 크녹스 선생님은 책 속의 주인공들. 아버지는 지금까지 레바논에서 UN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이제 곧 힐데의 품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래서, 책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힐데의 관점과 소피의 관점이 함께 겹쳐지며 이야기의 긴박감을 더해준다.
보통 철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 중간에 집중도가 흥미가 떨어져 눈에 안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책은 소설이라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철학 이야기에 독자가 지쳐갈때 쯤 이야기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여 집중도를 잃지 않게끔 해줬다. 그러면서도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소홀히 하지 않고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편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론적인 부분도 부족함 없이 탄탄하고.. 무엇보다 이야기 형식으로 철학을 연속적으로 풀어내고, 시대에 대한 상황 설명까지 곁들여주니 철학자가 그런 사상을 가지게 된 배경을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는 책이었다. 특히 나 같은 경우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예전에 읽어 서양 철학에 대하여 기억 저편에 흔적이라도(...) 남아있던 상황이라 조금 더 내용이 잘 들어왔다.
게다가 소설적인 측면에서도 몰입도가 높았다고 생각한다. 일단 흔하지 않은 이야기 형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 내에서 기-승-전-결이 확실했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설명대로 내가 그 곳에 가 있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묘사가 뛰어났다. 그 덕분에, 작중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을 내가 어렴풋이 느끼며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철학이라는 쉽지 않은 컨텐츠를 소설이라는 틀 속에 정말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정말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철학과 굴뚝청소부와 비교하자면.. 그 책은 내가 대학교 학생이 되어 교양 수업을 듣는 느낌으로, 교양수업 수준에서 수월하게 설명하시는 "교양 수업 강사님"의 느낌이고 궁금할 때 필요한 부분만 따로 읽을 때 유용할 것 같은 "입문 설명서"의 느낌이라면, 이 책은 위에서 말한 그대로 "박학다식하고 썰풀이 잘하는 아재"가 적당히 듣는 사람 솔깃하게 기교도 부리며 듣는 사람 솔깃하게 만드는 "개꿀잼 썰풀이 책"의 느낌이랄까... 물론 두책 다 유익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
아마 철학 입문서로서 조금 더 손쉽게 접하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입문용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꼭 읽어보시길!
- 15살 생일을 앞둔 14살 소녀로 설정되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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