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hte Liebe

  그 다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재방송해주는 것이었는데, 휴게실에서 잠깐 쉬기 위해 내려갔다가 결국 한 프로 다 보고야 말았다. 원래 북한의 실상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었던 것도 있던 데다, 보통 TV에 나오는 북한의 모습과 사뭇 다른 각도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것이 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이 프로는 어느 한 프랑스인이 북한을 십수일 동안 돌며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북한의 여러 모습을 담았는데, 그가 간 곳은 평양, 남포, 해주, 개성 이렇게 4곳이었다. 그 중 대부분은 평양에서 한 이야기였고 남포와 해주, 그리고 개성에서 하루 있었던 것을 담았었다(남포는 정확히 하루인지 이틀인지 확실하지 않다.). 그 프랑스인은 여러 가지 장면을 보며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동행하는 북한 가이드는 기를 쓰며 그 외지인에게 북한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정말 바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참 안쓰러워 보였다. 그렇게 기를 쓰며 사회주의의 좋은 면만을 보여주려 해도 눈에 보이니.. 조금이라도 난감한 질문이 나오면 모순된 말을 논리적인 양 이야기하고, 대답을 회피하기 일쑤였고, 그것도 안 되면 통제라는 핑계로 맥을 끊어버리고.. 아마 그들은 당에서 인정받아 배불리 먹고 사는 족속들이니 그렇게 찬양을 할 수밖에... 

  눈을 돌려 앵글에 담겨있는 북한의 모습을 보면.. 정말 북한의 "참상"이라는 생각만 계속하였으며, 그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답답해서 속이 썩어들어갈 것만 같았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안 좋은 거야 이미 인터넷에 떠도는 북한의 사진을 보면서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더 놀라울 것도 없었지만, 그 경제난의 원인을 오로지 미국 하나만으로 생각하도록 세뇌시킨 뽀글이를 눈으로 보니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그 말을 자의든 타의든 무조건 수용하지 않으면 목이 날아갈 수밖에 없는 북한 주민의 실상을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는 것조차 극소수 엘리트계층을 제외하면 총 놀이와 미국을 까는 놀이 위주이니.. 여기서 정말 역설적인 건, 그렇게 양키들만 보면 뼛속까지 죽이려고 드는 사람들인데 정작 상류층들만이 이용하는 수입품 점에선 정작 미국 물품이 버젓이 나열되어 있다는 거...


  간략히 소감을 말하자면 먼저 남북이나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와 같은 이해관계국의 시선이 아닌 프랑스라는 제3자의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그 자체가 매우 신선했다. 특히 2차대전 이후 냉전 시대부터 프랑스는 좌우의 개념에서 가장 개방적인 나라이며 자기와 다른 견해라 하더라도 "관용"의 자세로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사람들인데, 꽤 북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닫힌 채로 세뇌받으면 같은 얼굴색을 하고 있더라도 정반대의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 정말 끔찍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혹시...?라는 생각을 잠깐 하였지만, 우리는 적어도 생각하는 것만으로 목에 칼을 대고 있어야 하진 않을 거로 생각하니 그나마 안도(?)가 되었다. 그리고 아무리 현재 저어어어엉말 열심히 일하시는 그분(!!) 덕분에 우리가 썩 평안한 삶을 살고 있진 못하지만, 적어도 저기에서 태어나진 않았다는 생각에 때아닌 안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지금의 모습이라면 앞으로 통일한다 한들 평화스러운 한반도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의 사고방식 차이라면 노선차이가 있다고 서로 못 뜯어먹어서 안달인 우리나라 국민의 성향을 봤을 때, 분명 수십 년 동안 치고받고 싸울 것이 눈에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의 기술력은 이제 우리나라와는 천지차이로 벌어진 상태라서 우리나라가 저기를 나라답게 만드는 데만 해도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그 비용이 통일하지 않았을 때 지출하는 양 진영의 국방비보다야 싸겠지만.. 앞으로 통일한다 하면 이러한 여러 가지의 문제들을 충분히 살펴서 적어도 최악의 상황으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통일하더라도 첫 십수 년 혹은 수십 년간은 여행을 제외한 양국 간의 주거이동과 부동산거래 등은 막아야 하지 않나 싶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짧디짧은 생각에 불과하니..


  다큐멘터리에 대한 나름의 이야기는 여기서 이만 줄여야겠다. 비록 공부시간이 약간 뺏기는 결과가 나오긴 하였지만, 이런 것에 뺏기는 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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