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824 x 120831> 보성, 녹차밭 이야기.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유명한 곳. 2009년과 2012년에 두 번 다녀왔는데, 두번 다 녹차밭보다도 녹차밭에 가기까지의 사정이 있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다.그래도 녹차밭 구경은 재밌게 했었지만.. 그래서 내겐 더 특별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아래에서 하나씩 풀어보겠다.
1. 2009년의 기억
지금 생각해보면 이 날은 완전히 꼬인 여행이었다. 일단 오전에 일어나서 향일암에 갔는데, 정작 향일암에 도착해선 몇 분 있다가 바로 나와버렸다. 다음 버스까지 배차간격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말을 트게 된 어떤 분도 황당해하던..그 분 때메 탈출한건가!? 근데 입구에서 바다만 봤는데도 그렇게 좋더라. 날씨가 워낙에 좋아서 취했던 모양.
그렇게 입구에서 여수 시내로 돌아와 오동도를 한 바퀴 돌았다. 하루종일 좋았던 날씨 덕에 바닷빛과 나무 모두 활기찼다. 자연스레 흥이 한껏 올랐다. 이게 여행이구나!! 하며.. 문제는, 여기서 너무 여유를 부렸던 것. 1시간 일찍 나갈 수 있었는데 오동도가 너무 좋은 나머지 그냥 눌러붙었다(...) 여수역[각주:1]에서 오동도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 그렇게 오동도에서 여름 바다풍경을 즐기고 2시 쯤에 순천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마침 2시 35분에 순천에서 보성으로 가는 열차가 있다길래 이번에도 딱딱 들어맞는구나 생각하며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선로 공사가 진행중이더라. 그렇게 열차가 한참동안 서행으로 갔다(...). 그 때만 해도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순천역에 내리니 보성 방면으로 가는 경전선 열차가 눈앞에서 출발했다(.....) 호남선이나 전라선이면 별 걱정 않았을 지 몰라도, 경전선은 그렇게 놓치는 순간 끝장나는거다. 설상가상으로 목포 방면으로 가는 다음 열차는 5시(.....). 항상 딱딱 떨어지던 내 여행 일정이 처음으로 꼬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순천역에서 나와 순천터미널로 걸어가는데, 그 때만 해도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이라 그냥 표지판 보며 감으로 가야했다(...) 그러다 보니 가는 길마저 꼬여버렸다. 지금에 와서 보면 이 정도 돌발상황은 애교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혼자서 여행을 다닌 게 처음이었던지라 터미널로 걸어가는 내내 ㅍㅍ짜증과 욕질(....)!!
그렇게 10여분을 걸어 겨우 순천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는 1시간에 1대 수준으로 있었는데, 차표를 끊으니 순천에서 보성으로 가는 버스비 6300원이 열차를 놓친 벌금같고 막...ㅋㅋㅋ 그렇게 어렵지 않게 보성으로 갈 수 있었지만, 보성으로 가는 내내 뾰루퉁했다. 그렇게 어찌하여 보성 녹차밭에 도착하니 이미 5시 반 가까이 되었다(...) 폐장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착하니 그제서야 목이 마르더라. 아이스크림으로 목을 축이고(...) 녹차밭으로 걸어갔다.
오후 햇살 한가득그래서 역광이 많다.
뜻 밖의 그림자샷(...)내가 찍고선 내가 모르네 ㅋㅋ
대부분의 사진이 이 모양이다(...)
위에서 내려본 녹차밭 전경.
저 멀리 바다.똑딱이의 한계
내려가는 길. 하지만 이대로 내려갈 순 없지!
햇살에 맞서 사진을 찍으니 오히려 분위기가 괜찮아졌다!?
재배를 마치고 일터를 떠나는 할머니들.
베스트 샷.인스타그램 필터 입혔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녹차밭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아, 내가 이 사진을 찍었었구나내가 찍어놓고 내가 몰라... 그 때만 해도 웬 나무?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내려오는 길 옆에서 흐르던 계곡. 그냥 땅바닥 위에 카메라 두고 셔터 누른 사진이다. 이미 해가 많이 어두워진 때라 자연스런 장노출이 가능했다.
비록 예상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녹차밭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아름다웠다. 오히려 흔하지 않은 풍경을 본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면서 꼬인 일정때문에 뒤틀렸던 내 마음까지 차분히 정리되었다. 그럼에도 조금 더 이른 시간의 녹차밭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했다. 그래서, 다음에는 꼭 아침에 보러 오자고 마음먹었다.
2. 2012년의 기억
2012년 내일로 여행의 일정은 가히 엽기적이었다. 고향 집에서 여행을 출발하여 안동과 제주를 거쳐 태백까지 갔다가 여행 2째날 오후에 서울 방에 들려 저녁을 먹은 후 막차를 타고 호남지방으로 내려가는 엽기적인 일정[각주:2]이었기 때문이다(............). 순천역에 도착한 건 새벽 3시. 순천역 앞 찜질방에서 잠깐 눈을 붙인 다음 6시 반 차로 보성에 갔다(...).[각주:3]
이번엔 3년 전과 반대로무난히 오전 7시 반이 조금 넘어 보성 녹차밭에 도착했다. 며칠 전 태풍이 지나가서 그런지 하늘이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했다! 그래, 내가 그토록 원했던 맑은 날 아침의 보성 녹차밭이 바로 여기 있ㄷ...가 아니었다. 한반도 서쪽 지방을 휩쓸고 지나간 태풍 볼라벤 덕분에 보성 녹차밭이 다소 어수선했다. 강력한 태풍의 여파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 그래서, 이 날은 입장료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각주:4]
뿌리뽑힌 나뭇가지와 어수선한 계곡을 아침 햇살이 여실히 비춰줬다.
아침 햇살 한가득.
나홀로 나무(?)
그렇게 걸어가는데, 이곳 저곳에서 태풍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곳.
곳곳.
곳곳곳.
곳곳곳곳!! 무료로 하는 덴 다 이유가 있는 법 ㅋㅋ
그래도 아침의 녹차밭을 느끼기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었으니.. 다시 녹차밭으로 돌아가보자.
아침 햇살을 머금은 싱그러운 녹차잎.
3년 전에도 봤던 그 길.
3년 전의 그 곳에서. 아침 햇살을 머금으니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저 멀리 보이는 남해바다. 이번엔 제대로 찍었다 :)
다른 방향으로도 한 장.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서 내 사진도 한 장. 한창 말랐던 시절(...)지금은 저 옷 안들어감ㅋㅋㅋㅋㅋ입으면 찢어질듯ㅋㅋㅋㅋㅋ 여태껏 살면서 제일 밝은 색으로 염색했을 때였다. 이제 앞으로 살면서 밝은머리로 염색할 일 없으니 한 번 질러보자며.... 지금은 저렇게 할 수 있어도, 하라고 해도 안함. 그리고 처음으로 투블럭했을 땐데, 관리가 안돼서 결국 저렇게(...) 여러모로 어설펐다ㅋㅋㅋ그래도 저 때 머리손질 경험치는 늘었으니 됐음 ㅋㅋ
크으.. 그래 이거야!찍새가 잘못했네!
아침햇살이 강렬하다.
역광(...)
마지막으로 녹차 잎 한번 더.
그렇게 3년 전의 한을 완벽히 풀고 녹차밭을 떠났다.
녹차밭 가기 전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녹차밭은 어떤 시간에 가도 예쁘더라. 나오면서 이제 볼만큼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DSLR을 사지 않았다면 다시 갈 생각은 하지 않았을 듯. 이제 DSLR도 있으니, 이거 가지고 한번 더 담으러 가고프다. 가장 이상적인 건 녹차밭의 해돋이를 담아오는 것. 언젠간 기회가 생기겠지..
- 그 때만 해도 "여수역"이었다. 지금의 여수엑스포역 아니다!!! 전라선 복선전철화 공사 하기 전이었음(....) 그래서 3년 후 여수엑스포역에 갔을 때 길 잃을 뻔 했다. 엄청 바뀌어서 적응이 안되더라. 여수역일 땐 허름했어도 나름 어촌 분위기가 좋았는데.. [본문으로]
- 여행 일정이 이따위인 건 태풍 때문. 당시 여행가기 직전에 태풍 볼라벤이 우리나라를 덮쳤다. 역대급 태풍으로 꼽히는 녀석이었으니.. 얘가 얼마나 강력했으면 볼라벤의 위력 때문에 원래 대만쪽으로 가고 있던 태풍 덴빈이 방향을 틀어 한반도로 "끌려왔다". 내 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건 덴빈이지만, 사실상 볼라벤이 덴빈을 끌고 온 셈. [본문으로]
- 원래 열차로 이동하면서 틈틈이 자야 했는데, 당최 잠이 안오더라. 결국 보성에 갈 때까지 열차에서 한 숨도 못잤다(...) 그 결과 보성에 오기까지 사흘동안 총 4시간 반 정도 잤다. 태백 찜질방에서 2시간 반 정도, 순천 찜질방에서 2시간 정도(....) [본문으로]
- 근데 들어갈 때 입장료를 냈던 게 함정. 9시에 입장하기 전에도 돈을 받더라. 그 때 입장료 받던 아저씨가 해당 사항을 몰랐던 모양. 그래도 나왔을 때 녹차밭 입구에서 입장료를 돌려받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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