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30> 상암벌에서 열린 동해안 더비! (2024 코리아컵 결승전, 포항팬 시점!!)
0. 역대급 직관!
사실 처음 이 경기 예매할 때만 해도 기대가 크지 않았다. 상대는 이미 이번시즌 우승을 확정 지은 팀인 반면 우리는 8월 이후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암에서 열리는 중립경기라 매번 가는 S석(원정석)이 아닌 다른 구역에서 앉을 기회이자 서포터석을 한눈에 담을 기회였다. 거기다 E석에서도 포항 팬존이 있었기에 E석으로 결정(만약 지금 다시 가라고 하면 1~2만원 더 주고서라도 우승컵 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W석으로 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상대가 울산 HD, 동해안 더비 라이벌이었기 때문. 이렇게 편하게 동해안더비를 볼 기회가 흔치 않은데(거의 없다..) 놓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한 경기를 위해 멀리까지 오는데, 더비 라이벌이랑 맞붙는데! 그것도 결승전에서! 저쪽이 응원 목소리가 큰 것도 아는데! 비록 응원 콜을 많이 할 건 아닐지라도 내 팀 포항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각주:1]
1. 경기 전
그렇게 한 주가 지나 11월 30일이 되었고, 아침에 운동을 끝내고 점심을 든든히 먹은 후 시간 여유를 넉넉히 두고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넘어갔다. 2시 30분 정도에 지하철에서 나와 경기장으로 걸어가는데 이미 응원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포항, 울산 둘 다). 밖으로 뿜어져나오는 열기에 조금씩 설렘을 안고 맥주와 함께 경기장으로 들어갔는데..
와, 사람 정말 많이 왔더라. 포항은 N석을 이미 가득 채웠고, 울산도 응원석이 빽빽히 들어찼더라(눈 때문에 절반 정도를 못 앉게 해서 좀 휑해 보이긴 했으나..). 이 날 공식 관중수가 27,138명인가 그랬는데, 양 쪽이 모두 서포터들로 빽빽이 들어찬 데다 둘 다 어디 가서 응원콜로 밀리는 팀들이 아니고, 상암 자체가 수용 관중수가 많은 구장이다 보니 정말.. 다른 경기와는 급이 다른 열기였다. 특히 우리 팀이 응원 준비를 엄청 잘해왔다는 게 체감됐다. 덕분에 약간 유럽 축구 경기를 직관하는 느낌을 받았고, 그 공기를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았다.
조금 기다리다보니 선수들이 피치 위에 올라왔고, 서로 인사를 한 후 국민의례가 이어졌다. 선수들이 입장할 때 포항에서 준비한 통천 퍼포먼스가 개시되었는데, 울산을 도발하면서도 아주 멋지고 아우라가 느껴졌다. 정말 준비 잘해줘서 고맙습니다!
국민의례가 끝난 후 선수들이 서포터즈에 인사를 드리며 결의를 다졌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2. 포항 스틸러스 : 울산 HD (2024 코리아컵 결승전)
1) 전반은 이래저래 울산의 경기였고, 포항은 무기력했다. 스코어는 1:0이었지만 울산이 놓친 골만 골로 연결했다면 3:0까지도 충분히 갈 수 있었을 정도로 울산이 포항을 몰아붙였다. 전반이 끝났을 땐 이게 바로 포항과 울산의 현주소인가 싶어 좌절감에 빠졌었다. 아니, 체급차가 크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더비전인데 어떻게 제대로 된 슈팅 한 번 못 때리냐...
그런데 경기 초반 골대를 맞혔을 때, '어, 이거 우리 뭔가 되는 집안이다!'라는 느낌이 들긴 했다. 물론 전반 중반 첫 골이 먹었을 땐 끝없이 실망했지만..
2) 그런 분위기가 반전된 건 후반 초반이었다. 임종은이 포항 진영에서 세트피스에 가담하다 윤평국 골키퍼와 부딪혀 들것에 실려나갔고, 그 자리에 황석호가 들어왔을 때부터 조금씩 포항이 공을 쥐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포항으로 넘어와 공이 울산 진영에서 머무르기 시작했다. [각주:2] 특히 임종은에 비해 황석호는 느렸고, 덕분에 조르지가 조금씩 공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그 미묘한 흐름의 변화가 결국 포항에 큰 호재가 되었다. 조금씩 공이 울산 박스 근처로 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정재희가 골을 터뜨렸다! 이청용 옆구리에 맞고 굴절된 운 좋은 골이었는데, 아까 받은 그 '되는 집' 느낌이 다시 살아났다. 확실히 경기가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풀렸다. 그 이후로도 여러번 정재희의 2번의 찬스를 비롯하여 여러 번 기회가 왔지만 무산되었고, 후반은 아쉽게도 1:1로 종료.
후반엔 확실히 시즌 포반에 봤던 포항의 그 모습이 살아났다. 게다가 경기 흐름이 좋아지며 서포터즈의 응원 강도도 확실히 높아지고 경기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비록 후반에 경기를 끝내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대로라면 연장전에 뭔가 일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3) 다행히 좋은 흐름은 연장에도 이어졌다. 연장 전반 극 초반엔 울산도 기회가 있었으나, 이내 포항이 다시 페이스를 찾으며 좋은 찬스를 만들기 시작했고, 결국 정재희와 교체되어 들어온 김인성이 큰 일을 해냈다!!!!! 정말 그 순간 경기장이 불타올랐고, 극한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역시 많은 관중에서 오는 그 함성은 차원이 다르더라. 지금까지도 유튜브 영상으로 돌려볼 정도니까... 지금껏 직관다니며 느꼈던 희열 중에서도 세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우승컵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고, 울산은 다급히 공격을 이어갔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아 맞다, 딱 한번, 김민준의 노마크 찬스는 정말 식겁했음. 나중에 영상으로 보니까 더 식은땀이 흐르더라. 완전 노마크...
연장 후반 추가시간 4분도 지나고, 울산의 마지막 크로스를 윤평국이 잡으며 승리했음을 확신하여 손을 들었다. 공을 높이 띄우길래 이제 우승 순간을 즐기려고 일어나려는데 강현제가 엄청난 터치와 함께 기회를 만들었고, 확인사살까지 마무리했다!!! 딱 그 골 터지는 순간 영상을 찍으려던 걸 까맣게 잊고선 목놓아 환호했고, 이내 다시 폰을 꺼내들어 그 순간을 영상으로 담았다. 다행히 골과 함께 경기가 끝난 덕에 우승 순간을 담을 수 있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포항 우승!!! 역대급 경기!! 전년도 우승에 이은 2연패! 코리아컵 개칭 후 첫 우승!! 동해안더비 승리!!
3. 경기가 끝난 후
경기가 끝나자마자 장내에선 울산의 승리콜 '잘가세요'가 울려퍼졌다. 그래, 역시 잘가세요는 우리가 뺏어 불러서 울산을 긁어야 제맛이지!!!
그 후로도 서포터들의 콜은 계속 이어졌다. 울산 안티콜을 비롯하여 각종 콜이 계속 이어지며 승리를 만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들도 울산 선수들과 인사를 끝낸 후 서포터즈 앞으로 달려가 팬들과 함께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최고야 최고...! 이제부턴 그 날 담았던 사진과 영상들을 한데 모아 올려보겠다.
4. 시상식 🏆
어느정도 승리 콜을 끝내고, 시상식이 이어졌다. 감독상부터 득점왕, MVP, 준우승팀, 우승팀 트로피 세레머니까지.. 하나하나 담아봤다.
5. 시상식 뒤풀이!
모든 시상식이 끝나고, 그냥 갈까 하다 좀 더 남아서 선수들과 서포터즈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여기서도 트로피 세레머니 하는데, 이보다 더 기쁠 수 없더라. 그렇기에 사진과 영상을 계속 남겼다.
서포터즈들과 세레머니를 한번 더 하는데, 선수들의 가족들(자녀들)과도 함께 우승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정말 훈훈했다. 축구적으론 아쉬운 게 많아도 팬들과 선수간의 유대관계가 이만큼 좋은 곳이 어딨을까...!!
6. 마무리
그렇게 끝까지 우승의 순간, 유관의 순간을 만끽하고 나서 상암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 여운은 어제 저녁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유튜브 보고, 또 보고, 팬튜브 또 보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뒤집어질 정도로 다 봤다. 이쯤이면 지겨울 법도 한데 지겹지도 않았다. 정말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아마 어젯밤의 '그 미친 짓'만 아니었다면 지금도 계속 행복했을 것이다..
게다가 2013년 12월 1일부터 2019년 12월 1일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는 그 계보에 한 획을 추가했으며, 이번엔 심지어 그 장면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되어 영광이었다. 하루만 늦었으면 또 다른 12월 1일이었네!? ㅋㅋㅋ 여기에 올 한해 울산에 진 빚을 일시불로 되돌려줘서 기뻤다. 이대로 끝나서 졌으면 홧병 날 뻔...
마지막으로, 순전히 개인적인 측면에서 얘기하자면.. 거의 6년 반만에 동해안 더비에서 승리의 직관을 할 수 있어 기뻤고 작년에 당했던 패배와 패배보다 더 X같았던 무승부에 대한 배상을(?) 이자까지 쳐서 받은 것 같아 짜릿하다. 여기에 올해의 마지막 직관을 유관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 특히 (바로 앞 글에서 이야기했지만)올해는 야구팀이 성적이 나온 거에 비해 직관 성적이 엉망이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패배하며 많이 아쉬웠는데 그 아픔을 지난 주말 치유받았다.
아마 앞으로 어떤 직관을 할 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직관 역사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직관이 될 듯. 특히 포항 스틸러스 직관에선 최고의 직관이 됐고, 축구 직관에서도 지난 6년전에 갔던 독일 직관에 이어 최고의 직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게 앞으로 죽기 전까지 이 순위로 유지되면 곤란하고, 더 임팩트 크며 기쁜 직관이 나와야겠지만!
그렇기에 그 현장감을 조금이라도 덜 잃기 위하여 굳이 시간을 짜내어 이렇게 기록을 남겼다. 평소의 나라면 이 정도의 사진과 영상 분량... 사진만 올리고 말 수도 있고, 혹 올리더라도 이렇게 한꺼번에 길게 쓰지도 않을 뿐더러, 몇 년을 묵혔을지 감도 안잡히는데... 오늘만큼은 정말 쓰고 싶어서 꾹꾹 눌러담아 썼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긴 글이지만 꼼꼼히 사진과 영상 눈여겨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고, 글까지 읽어주신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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