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지름 이야기. (23) - <230909> 윌슨 블레이드 V8(Wilson Blade V8) 100L NOIR Edition + α
아니, 이 블로그에서 갑자기 테니스 이야기가 왜 나와!?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실 텐데... [각주:1]
그렇다. 올해부터 새로운 취미에 발담궜다. 이젠 테니스 = 자전거 >= 러닝 > 수영 비중으로 운동하고 있다. 올여름에 접어들면서부턴 거의 테니스 용품만 바라보고 있을 정도. 올 초여름에 자전거 헬멧 산 이후로 자전거 용품에는 관심을 끊었으니...
올 봄에 코로나 재확진받은 후부터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기 시작하여 장마가 끝날 무렵부터 운 좋게 파트너를 구하여 본격적으로 야외에서 테니스 랠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중고로 내 라켓도 구했고... 일단 지금까지의 테니스 히스토리는 아래에 접어두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펼쳐서 읽어보시면 될 것이고, 이번 글의 본론인 윌슨 블레이드를 구입한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도록 하자.
사실 막연히 새로운 운동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야 예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작년 늦가을쯤부터 기존에 하던 운동에 매너리즘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그 생각이 한층 진지해졌다. 그래서 매너리즘을 줄여보고자 작년 12월에 필라테스를 먼저 시작했는데 레슨 가격이 너무 비싸서 중단했다.
그 다음으로 기회를 찾아본 게 바로 테니스. 다행히도 집 근처에 실내 레슨장이 있어 평일 퇴근 후 저녁시간에 레슨 예약을 걸었는데, 3달 정도 뒤에 연락이 오더라. 오후 7시 수업이어서 퇴근하자마자 오기엔 다소 빠듯했으나, 앞으로 더 좋은 시간이 언제 빌 지 기약이 없었기에 일단 등록하여 레슨 시작. 그야말로 기초부터 포핸드부터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쭈뼛쭈뼛 거리며 강사가 떨어뜨려주는 공을 치기만 해서 이게 운동이 되나 싶었다. 내가 아는 테니스는 격렬하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유산소인데... 이렇게 해서 테니스를 언제 다 배우지..? 이때만 해도 지금처럼 미친 듯이 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비록 필라테스보단 저렴하지만 돈만 버리는 거 아니냐며 걱정 중이었는데...
전환점이 생긴 건 레슨장 근처에 있는 24시간 실내 테니스장(볼머신기)에 발들이면서부터.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사정이 있어서 강습을 한 주 쉬게 되었는데, 강사님이 포핸드 연습도 하라고 했거니와 어떤 곳인지 궁금하여 실내 테니스장에 처음으로 갔다. 거기서 머신기가 뿌려주는 대로 공을 치기 시작했는데, 앞에서 날아오는 공을 치니 적당히 숨도 차면서 손맛을 처음으로 느꼈다.
물론 지금에 와서 보면 자세는 여전히 엉망이었겠지만, 날아오는 공에 타이밍 맞춰 친다는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었거니와 이제야 '공놀이'를 한다는 느낌을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공치고 난 다음에 레슨장에 가니 강사님이 공치는 타이밍이 좋아졌다고도 말씀하셔서 자신감도 붙었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날이 더워졌고, 뜨거워진 공기만큼 테니스에 푹 빠져있었다..
접은 글에서 말했듯이 올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테니스에 빠져들었지만, 정작 테니스 라켓에는 딱히 별 생각이 없었다. 아직까지 라켓을 고를 정도로 실력이 쌓이지도 않았거니와 테니스 포핸드 칠 줄만 알았지 라켓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 무턱대고 샀다간 나중에 괜히 샀다며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레슨장 or 실내 테니스장에 있는 라켓 중 눈에 들어오는 거(그 중 남성용이라 적힌 적당히 가벼운거) 아무거나 집어들어서 쳤고,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여기서 또다시 큰 변수가 생겼다. 갑자기 테니스 코트에서 치게 된 것! 인스타를 하며 알게 된 자덕 인친님께서 거의 같은 시기에 테니스를 시작하셨는데, 테니스 이야기를 하다 어떻게 이야기가 잘 되어서 코트를 잡게 됐다! 안그래도 실제 코트를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기에 설렜는데.. 잠깐, 근데 나.. 라켓이 없는데!? 그래, 모든 건 한꺼번에 몰려오는 법이지...
그 때부터 며칠간 눈에 불을 켜고 라켓에 대해 찾아봤다. 그와 동시에 짬날 때마다 테니스 매장에 들러 어떤 라켓이 있는지 둘러보곤 했다. 거기서 딱 눈에 들어왔던 건 페더러가 쓰는 걸로 유명했던 윌슨 프로스태프 (Wilson Pro Staff V13). 매장에서 누군가가 '요란한 색깔은 싫어, 이게 진짜 이쁘지!'라고 딱 짚으며 말했는데, 군더더기 없는 검은 바디를 보자마자 '이건 내 스타일이다!'라는 생각부터 들었으니까. 하지만 가격은 둘째치고 매장에 있던 건 여성용인 데다 초심자가 쓸 라켓은 아니라고 하여 아쉽지만 마음을 접었다.
다음으로 찾아봤던 건 윌슨 쉬프트 V1 (Wilson Shift V1) 라켓이었다. 디자인이 예쁘기도 하거니와 최근에 새로 나온 제품이라 희소성도 크고, 실제 무게 대비 가벼운 느낌이라 사용감도 좋고 공이 쭉쭉 뻗어나간다는 후기가 있어 구매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심심하면 공 치우다 바닥에 라켓 긁어대는데 좋은 거 사봐야 상할 것 같은데... 깜냥도 안되는 놈이 너무 비싼 라켓을 사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지금까지 카메라도, 자전거도 항상 그렇게 단계(?)를 밟아갔고, 이번에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여 결국 장바구니를 비우고 당근으로 10만원대 초반에 라켓을 구입했다.
그렇게 중고로 영입한 라켓과 함께 올 여름을 즐겁게 보냈다. 레슨도 받고, 볼머신도 치고, 인친님과 코트에서 랠리도 치고.. 비록 디자인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초심자가 막 굴릴 용도로 산 거니 별로 신경쓰지 않았고, 테니스 치는 데 전혀 문제없었다. 라켓을 다루면서 배운 것도 있었고. 이대로 저 라켓을 내년까지 쭉 쓰나 했는데...
9월 초 쯤 인스타 피드에 올라온 윌슨코리아 광고에 정신을 잃어버렸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에 한 방 제대로 먹었다!! 블랙 에디션을 처음 보자마자 "미쳤다"는 말부터 먼저 내뱉었다. 군더더기없이 잘 빠진 디자인 무엇!? 오우 쉿,, 그 분이 알고리즘의 탈을 쓰고 나를 완벽히 덮쳐서 잡아먹었고, 정신차리고 보니 9월 8일에 느와르 콜렉션이 정식 출시되자 마자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정-말 노올랍게도..! 바로 다음날(9월 9일)에 택배가 도착했다..!
그렇게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박스를 가져와서 본격적으로 언박싱을 시작했다.
비닐을 벗겨내기 전에 DSLR까지 가져왔다. 얼마나 좋았으면 여름동안 먼지까지 쌓였던 카메라를 꺼내들었을까.. 아무튼, 비닐을 벗겨낸 후 라켓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카메라에 담았다. 아래는 DSLR로 담은 사진들.
이번에 구입한 라켓은 Wilson Blade 100L 285g이다. 처음부터 블레이드 라인업을 생각중이었고, 그 중에서도 100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블레이드에선 98, 100L, 100UL만 라인업에 있었고, 그 중 98은 98빵 헤드사이즈에 300g이 넘는 라켓 무게가 현재 실력으로는 여러모로 무리라고 판단되어 100L을 선택했다.
그리고 2그립으로 구매했는데, 이 역시 내게 선택권이 없었다. 타 라인업에선 3그립도 있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지 뭐.. DSLR로 라켓 사진을 찍자마자 스트링 작업을 하러 동대문으로 갔다. 평소에 계속 가던 조테니스에 작업을 맡겼다. 그와 동시에 그립도 3그립으로 오버그립 작업까지 같이 했다. [각주:2]
작업은 40분 정도 걸려 끝났고, 작업을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다시 DSLR로 라켓을 담았다. 아래는 스트링 작업 후 사진들.
그렇게 라켓을 구입한 지 어느새 한 달이나 지났다. 원래는 라켓 사진을 찍자마자 바로 블로그에 포스팅하려 했으나 테니스치고 자전거타다 보니 블로그에 소홀했어서(...) 이제서야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래서 한 달동안 사용한 후기+감상까지 아래에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일단 오늘(10/13) 기준 테니스 5개월차 쌉초보가 쓴 후기라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라며 몇 마디 남기자면...
1. 일단 다 때려치고 이쁘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 정말 잘 샀고, 처음부터 완전 내 스타일인 라켓을 샀기에 다른 라켓은 눈에 안 들어온다. 이래서 사람들이 본인이 꽂히는 디자인의 라켓을 사라고 했나보다. 게다가 지금까지 느와르 콜렉션의 라켓을 친 분을 실제로 한 번도 못봤다. 인스타에서도 강사님 한 분 말고는 못 본듯.
그럼에도 아쉬운 점을 뽑자면... 그립 색상. 그립을 감을 때까지만 해도 검정이 나아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온통 검정이라 어딘가 밋밋한 느낌이 있어서.. 비록 때가 타더라도 그립은 흰색으로 감는 게 더 이쁠 듯(프로스태프 v13처럼).
2. 힘 들인만큼 쭉쭉 뻗어나가는 타입의 라켓인 듯. 본 라켓으로 테니스장에서 랠리를 해보니.. 일단 공이 맞은대로 정직하게 나간다. 정확히 맞으면 쭉쭉 뻗어나가지만, 잘못 맞으면 바로 티가 나더라. 프레임 혹은 라켓면 구석에 맞아서 똥볼이 나거나 텍사스 플라이가(...) 이건 아마 내 스윙이 아직까진 들쭉날쭉해서 그런듯?
그리고 스윙할 때 슉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좋다. 소리만 들어도 스윙한다는 느낌이 있음. 거기다 손맛도 좋고. 그리고 위에 쭉쩍 뻗어나간다고 했는데, 초짜라 잘 모르긴 해도 본 라켓이 스핀이 잘 먹는 스타일의 라켓은 아닌 듯(그런데 사실 플랫으로 쭉쭉 나가는 공을 치고 싶다).
3. 285그램이다 보니 다소 가벼운 라켓이긴 한데, 오버그립 덕에 무게가 살짝 늘어난 걸 감안한다면 지금의 나한텐 이 정도 무게가 딱 맞을 듯. 애초에 타고난 게 팔 힘이 약한지라 처음부터 무거운 라켓을 쓰긴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블레이드 100L보단 그냥 블레이드 100이 나을 듯. 무게만큼 더 묵직하게 실리겠지..!? (스테디셀러인 데엔 다 이유가 있으니까)
라켓 지름글 및 후기는 여기까지. 본 라켓으로 처음 랠리치러 간 날에 담은 사진을 끝으로 글을 이만 줄이겠다. 본 글이 아무쪼록 라켓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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