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지름 이야기. (8) - <210321> 애플 맥북에어 M1 (Apple MacBook Air M1) - 언박싱 & 보름 사용 후기.
지금껏 블로그에 남겼던 '그간의 지름 이야기' 시리즈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그 분께선 빈틈을 봤다 하면 가차없이 파고드셨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침없이 파고드셨고, 집요하게 흔들고선, 홀연히 '스타벅스 입장권'만 손에 쥐어주고 떠나셨다. 한껏 헐거워진 통장은 덤. 어떻데된 것인지(?) 차근차근 이야기하겠다. 혹시 개봉기만 보고 싶으신 분께서는 바로 2번으로 넘어가시면 된다.
1. 그 분이 오시기까지.
사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맥북'이란 건 그저 먼 존재였다. 비록 고스트터치 때문에 고통받고 있긴 해도 액정 터치를 끈 채 쓰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포토샵&라이트룸 클래식을 (살짝 느리긴 해도)무리없이 돌릴 수 있으니 충분히 '현역'이었다. 비록 배터리 성능이 상당히 떨어지고 액정 상태가 (고스트터치 문제가 아니더라도)꽤 나빠졌지만, 아직까지 '쓰는 덴 문제없었다'. 게다가 지금껏 영입한 물건 중 D750 다음으로 비싼 물건인데 [각주:1], 그 당시의 돈벌이, 물가 등 상황을 고려한다면... 단연코 내가 가장 비싸게 산 물건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 물건은 내게 큰 의미가 있는 물건이기에[각주:2] 어떻게든 더 쓰려했고, 실제로 타입 커버까지 새로 들였다. 내친김에 사설 수리점에서 배터리까지 교체할까 고민중이었지. 그렇게 지금의 기기로 1~2년 정도 버티다 신형 서피스 프로의 평이 괜찮으면 그 기기로 넘어갈 심산이었다. 아니면 최신형은 제법 비싸니 그 전 버전을 저렴하게 하나 들이든가.
그러다 지난달 쯤이었던가, 취향이 비슷한 회사 동료와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갔다. 둘 다 사진을 좋아하고 기계에 관심이 있는 편인지라 만날 때마다 카메라 기타 전자기기 이야기를 했었다. 때마침 서피스프로의 배터리 상태가 급격히 안좋아진 터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시점이었고, 자연스레 새로운 노트북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 때 그분이 '요즘 맥북이 대세더라. 100만원 초반대에 판매중이다.'라는 말을 꺼냈다. 그건 내가 아는 애플이 아닌데...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여전히 내 관심사는 서피스 프로였다. 비록 물건의 만듦새가 부족하지만 여전히 만족도가 높은데다 이뻤기 때문.
진짜 문제는, 그 때부터 노트북, 아니 '서피스 프로' 뽐뿌가 다시 왔다. 그렇잖아도 사설 수리점에 대해 찾아보면 볼수록 못미더운 느낌이 들던 참에 '그 분'께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현재 시중에 판매중인 서피스 프로들 중 아무것도 끌리는 게 없었다. 프로 X나 프로7 모두 뭔가 하나씩 아쉬웠다. 특히 하드웨어적인 고질병이 계속 개선되지 않은 듯했고, 구매욕구가 사라졌다. 서피스 프로를 4년여간 쓰면서 알게모르게 '만듦새'에 대해 쌓인 게 많았나 보다.
그러던 찰나에 '맥북 에어'가 스쳐갔다. 그냥 가격이나 볼까 싶어 네이버에서 검색했는데... 110만원대!? 아무리 맥북 에어라지만 이것밖에 안한다고?! 조금 더 찾아보니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 많은 분들이 이 기회를 틈타 맥북을 구입했고, 전반적인 평이 매우 좋았다. 특히 애플 제품에서 '가성비'라는 단어가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 아아, 그렇게 그 분께서 날 장악했다.
계속 가격을 찾아봤다. 일단 애플 공홈 가격은 129만원이었다[각주:3]. 위에 나온 110만원대는 리셀러 페이지여서 패스. 생각만큼 만족스러운 가격이 아니었고, 그걸 핑계삼아 애써 그 분을 억눌러 보고자 했다. 실제로 며칠 정도 참았는데... 어느 순간 무의식적으로 중고 장터를 뒤적이고 있었다. 특히 클리앙 중고장터 페이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3월 말에 접어든 어느 주말, 100만원대 후반에 판매하는 글을 발견했다!! 110만원에 판매중인 미개봉 제품도 있었지만, 비록 개봉은 했더라도 조금 더 저렴하고 전면, 후면에 보호필름이 붙어있는 제품이 더 끌렸다. 글에 기재된 연락처에 구매 의사를 남겼고, 바로 거래 약속이 잡혔다. 망설임없이 옷을 입고 약속 장소로 갔다. 원래 계획했던 다른 일[각주:4]을 제쳐두고 맥북 에어를 받으러 갔다. 역시, 그 분과 함께라면 모든 게 일사천리지...
거래는 순식간에 끝났고, 설레는 마음에 한 눈 팔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 들어가자마자 언박싱을 하려 했으나, 최근 이래저래 빡센 나날을 보냈더니 그 거리 잠깐 갔다온 게 졸려서(...) 잠깐 잠들었다가 늦은 저녁을 먹은 다음, 본격적인 언박싱(?)을 시작했다.[각주:5]
2. 맥북에어 M1 개봉기
비록 이미 개봉된 상품이지만, 첫 개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나하나 사진을 남겼다.
외관만 보는데도 잔뜩 설레었다. 내가 맥북이라니... 내가 맥북이라니!! 2014년 2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애플 제품을 써왔지만, 맥북까지 들일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기에 이게 정말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맥북 특유의 냄새부터 키보드의 키감, 트랙패드까지... 이러다 나중엔 맥까지 들이겠다?![각주:6]
그와 동시에, 내 돈으로 이 정도까지 전자기기 라인업을 꾸렸다는 게 나름 뿌듯했다. 십수년 전 사과들이 모여 저 멀리 앞서간 느낌이 들던 사촌형의 방이 내심 부러웠는데, 이제 내 손으로 (비록 맥북 에어지만) 직접 생태계를 꾸리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비록 그 사이에 경제 수준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애플 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지만, 지금 어린 누군가가의 눈에는 지금의 내가 그 때의 사촌 형과 같아보일 수도 있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본격적인 맥북 세팅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와이파이에 연결만 되면 윈도우와 맥 사이에 연결이 되는 줄 알고 PC를 공유하려 했으나 실패했고[각주:7], 계정, wi-fi 등 가장 기초적인 부분만 세팅한 후 맥북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맥북 에어를 쓴 지도 보름이 지났다. 회사에 다니다 보니 실질적으로 사용한 건 4~5일 정도라 아직도 맥북이 새롭지만, 사용하는 동안만큼은 나름대로 밀도있게 사용했다. 워낙 처음 써보는 기기라 적응이 필요했으니...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짤막하게나마 느꼈던 부분을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3. 짤막하게 써보는 보름 동안의 사용 후기.
- 신문물에 힘들어하시는 어르신들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됐다.
지금까지 어디서 기계 만지는 걸로 고생한 적 거의 없는데, 나답지 않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헤매고 있다. 그도 그럴만한 게, 지금까지 3x년 인생 살아오며 매킨도시 계열 컴퓨터를 만져본 거라곤 신입생 때 외사촌형네 방에 있던 맥이 전부였으니... 그마저도 한/영 변환키 없는 키보드와 오른쪽 버튼이 없는 마우스에 당황하여 쩔쩔매다 그냥 덮어버렸지.
당장 맥북을 개봉한 첫 날에 첫 번째로 검색했던 게 '맥북 한/영키 변환 방법'[각주:8]이었고, 두 번째는 '맥북 복사-붙여넣기'. 심지어 노트북을 지금도 'command'와 'control'키를 이따금씩 혼동하여 누르고 있으니 갈 길이 멀다. 오죽했으면 이틀 정도 지났을 때 다시 팔아야 하나 농반진반으로 고민하기까지 했을까.
보름가량 지난 지금에서야 기초적인 수준에서의 단축키를 익혔지만, 이 정도로는 맥북을 원활히 쓰기엔 부족함이 많아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나중에 라이트룸과 MS Office 프로그램에 있는 단축키를 날 잡아서 A부터 Z까지 정리하고자 한다. 정리가 끝나면,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같이 헤매는 누군가를 위해서 이 공간에다 기록을 남겨둘 예정.
-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첫 날만 해도 100만원대에 좋은 노트북을 구입할 수 있어 기뻤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 허브부터 시작해서 슬리브에 멀티 플러그로 모자라 결국 새 외장 하드(+케이스)까지... 특히 외장하드는 정말... NTFS와 AFPS(MacOS) 방식의 차리를 전혀 생각하지 못한 내 불찰이라 할 말이 없다. 그냥... 외장하드가 하나 필요했는데 이참에 구매한 셈 쳐야지[각주:9].
아무튼, 이것저것 다 따지면 지금까지의 총 구매비용이 150이 넘었다. 이제서야 겨우 막힘없이 쓸 수 있을 정도로 '기초적인 주변 환경'이 갖춰졌다. 그러니... 이젠 그만... ㅠ_ㅠ....
- 프로그램도 빨리 찾아봐야 한다.
아무래도 윈도우가 아니다 보니, 모든 프로그램을 새로 찾아보고 있다. 동영상 플레이어부터 아이폰 백업+아이폰 앱 추출 프로그램까지 찾아야 할 게 산더미같다. 게다가 카카오톡 등의 일부 프로그램은 윈도우 PC버전에 비해 사용성이 떨어진다. 그나마 MS Office와, Photoshop 및 Lightroom만큼은 매끄럽게 쓸 수 있어서 다행이라 해야할까.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프로그램 제대로 찾아봐야지.
- 위의 단점을 상쇄할 만한 프로그램 실행 속도.
지금의 맥북 에어가 서피스프로와 같은 사양인데도 서피스프로 4에 비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맥북이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지만,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모든 프로그램이 빠르고 매끄럽게 작동한다. 특히 그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게 라이트룸 클래식. 괜히 디자인작업 하는 사람들이 애플 제품을 쓰는 게 아니다 싶을 정도로(심지어 M1 칩인데도!!) 쾌적했다. 이래서 최적화 최적화 하는구나...
- 단언컨대 최강의 장점이 아닐까 싶은 배터리 효율.
말 그대로 '찬양!'. 서피스 프로 같은 경우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완충 시 배터리 사용시간이 평균 4시간 30분이었는데, 지금 이 맥북은... 라이트룸 같은 무거운 프로그램을 빡세게 돌리지 않는 이상 배터리가 거의 닳지 않는다. 당장 서피스프로를 쓸 땐 구입 초기에도 충전 케이블은 웬만해선 들고 다녔는데, 최근 보름동안 맥북용 충전 플러그를 어디 챙겨간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리고, 언제 한 번 완충 상태로 카페에 가서 맥북으로 1시간 40분동안 웹 브라우저로 블로그에 새 글을 포스팅했는데, 배터리가 여전히 94%... 더이상의 말이 필요한지?
그야말로 극강의 배터리다. 이게 노트북이지!! 앞으로 한동안 어디 1박으로 나가는 게 아닌 이상 배터리 걱정은 안해도 될 듯.
- 다른 Apple 기기와의 연계? 좋긴 한데...
확실히 좋다. 윈도우 노트북에 연결했을 때보다 훨씬 부드럽다. 에어팟이 맥북에 연결되는 것도 자연스럽고, 아이폰과 파일을 주고받는 것도 매우 부드럽다. 게다가 맥으로 아이폰 문자도 확인할 수 있으니... 게다가 별도 어플만 있으면 아이폰의 앱을 맥으로 쓸 수도 있고.[각주:10]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음악 동기화는... 아직까진 좀 더 정리가 필요하다. 동기화 기능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고, 윈도우 -> 맥으로 음악 목록을 넘기려니 플레이리스트 손실이 40개나 된다.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로 다른 운영체제다 보니 동기화게 문제가 있긴 한 듯. 그래서, mp3 파일 동기화는 다시 서피스 프로로 돌려놓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결국 맥북에 동기화를 해야겠지만, 플레이리스트나 다른 부분들을 확실히 준비한 다음에 아이폰 음악을 맥북과 연결시켜야 할 듯.
- 아, 베타 테스터...
이전에 쓰시던 분이 얼리 어댑터였나보다. 현재 맥북의 운영체제가 Big Sur 11.3인데, 정식 버전으로 다운그레이드 하면 일부 어플이(특히 음악 앱)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그대로 유지 중이다. 어서 빅서 11.3 정식 버전이 나와서 정식 버전으로 돌아갔으면...
4. 마무리
어쩌다보니 포스팅이 정말 길어졌다. 하고싶은 말이 많아서 그런지 발행일까지 3~4번 정도 밀리고 하하... 그래도 오랜만의 지름 포스팅인 만큼 하나하나 공들였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글이 다소 길겠지만, 그만큼 이번 지름이 내게 의미가 큰 것으로 이해해주길 바라며... 글을 이만 줄이겠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 심지어 이번 맥북보다 40만원 이상 비쌌다. [본문으로]
- 정규직 전환 기념으로 나 자신에게 준 선물이었다... [본문으로]
- 대학교에 재학중인 경우 116만원에 구매 가능. [본문으로]
- K리그 직관하러 가려 했다.... [본문으로]
- 사실 중고로 구매한 거라 언박싱이란 말은 안 맞지만.... [본문으로]
- 근데 실제로...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들일 생각이 있긴 하다. 이왕 산 거 끝까지 달리는거다!? [본문으로]
- 애초에 노트북을 공유할 일이 없었던지라 공유 관련 설정이 전혀 안되어있었다. 결국 포기... 지금이야 차라리 공유 안한 게 다행이다 싶다.ㅎㅎ [본문으로]
- control + space. 맥북 에어 m1에선 Caps Lock 키 위치에 있는 한/A 키를 눌러도 된다. [본문으로]
- 사실 ex-fat 방식 외장하드가 있어서 허브를 활용하여 여차저차 쓸 순 있지만,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서 새로 산 하드디스크는 MacOS 방식으로 포맷했다. [본문으로]
- 사실 맥으로 인스타그램 어플을 쓸 수 있다는 글 때문에 지름신이 더 강렬하게 찾아온 것도 있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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