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25> 용인, 한국민속촌
지금까지 국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전통 건축물들을 꽤 봐왔지만, 정작 일반 백성들의 집인 초가집은 거의 보지 못했다. 궁궐이든, 절이든, 향교든 모두 기와집이었다. 초가집을 제대로 본 건 낙안읍성이나 제주민속촌 정도..? 하지만 용인 한국민속촌은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물론 관심이야 예전부터 있었다. 게다가 주변으로부터 괜찮다는 말도 몇 번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안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용인에는 업무차 몇 번 갔던 걸 제외하면 관광 목적으로 갈 일이 없었다(에버랜드조차 용인자연농원 시절에 한 번 갔던 게 전부). 이래저래 한국민속촌과는 연이 없었다.
그러다 작년 이맘때였다. 공기도 맑고 하늘도 탁 트인 평일 오후였다. 그날따라 시간이 비었는데, 어디론가 카메라를 들고 쏘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1박 이상으로 어딘가 떠날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서울을 돌아다니자니 그것도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서울 근교에 짤막하게 갔다올만한 곳이 없으려나... 그 순간 한국민속촌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참에 한 번 다녀오자! 겨울 평일 오후라 사람도 없을거고.. 그렇게 평일 오후의 즉흥 나들이가 시작되었다. 드디어 민속촌에 간다!
강남역에서 민속촌까지는 광역버스로 바로 갈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민속촌 주차장. 정말 세상 좋구나.. 주차장 끝편에 매표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꽤 멀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매표소까지 적어도 500m는 넘어보였다.
매표소에 도착하여 발권하는데 입장료가 2만원이었다. 여태껏 국내에서 둘러본 관광지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입장료가 높았다. 2만원짜리 입장료를 처음봐서 좀 당황했다. 그래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문화재가 그 가치에 비해 저렴한 걸 감안한다면 민속촌은 그만큼 컨텐츠가 있다는 걸로 받아들였다. 자신있다는 거지...?
그리고 민속촌 내부를 돌아봤다. 2만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컨텐츠가 넘쳐났다. 아, 이 정도면 2만원 충분히 낼 만하지! 아니, 2만원도 싸지! 깨끗하게 인정했다. 집이면 집, 소품이면 소품, 거기다 식당까지 부족함이 없었다. 비록 사람이 한산한 시간대라 놀이 컨텐츠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여기저기 보이는 놀이마당 터와 그간 TV에서 봤던 컨텐츠들을 종합해봤을 때 주말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보였다.
일단 집은 남부-중부-북부 지방별로 나누어 소개하며 한반도에 있는 모든 가옥 형태를 반영했다. 각각의 차이를 보는 재미, 그 사이마다 있는 골목길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람이 별로 없다보니 온전히 설치물에 집중할 수 있었고, 집 하나하나 세세하게 재현한 그 정성을 고스란히 전달받았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니?
답답하니...?
낙서하지 말자는데 또 낙서한다. 참나...
옥수수가 이렇게 예쁜 곡식이었던가!
집안 구석구석 빛과 그림자를 담아냈다.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2시간 가까이 지났고, 해가 꽤 기울었더라. 놀이마당 옆을 지나 가옥 저편에 있는 개울(지곡천)을 따라 매표소 방향으로 다시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저편에 놀이동산이 보였다. 전통 가옥에 관심없는 어린 친구들이 놀기에 괜찮아 보였지만, 난 전통 가옥이 훨씬 재밌어서 그냥 슥 보고 지나쳤다. 그렇게 걷고 걸어 다시 매표소를 빠져나왔다.
짚의 단면.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알차게 돌아다녔다. 제법 입장료가
묵직했으나 그 이상으로 알찬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백성들의 삶을 그려낸 공간을 직접 보고팠는데, 이번 기회에 그 욕구를
완벽히 해소해서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민속촌을 샅샅이 둘러본 게 벌써 작년이다. 내일모레면 벌써 1년이네. 곧 설이 다가오기도 하여 1년 묵은 사진을 꺼내봤다. -역시 사진은 1년씩 묵혀둬야 제 맛이지!(?)- 포스팅을 위해 다시 톺아보니, 박물관이나 민속관, 체험형
컨텐츠 등을 경험하지 못하고 지나친 게 지금에 와서 조금 아쉽긴 하다. 나중에 조금 더 따스한 날에 다시 가야지. 그땐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되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로 오시는 분들께서도 충분히 만족하실 공간이라 본다. 평일 오후에 간 거라 한적했음에도 이것저것 하고있는 게 많았다. 주말에 가족끼리 간다면 훨씬 활기찰 듯하다. 볼 거리도, 놀이 거리도 많으니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 되시리라. 혹 이번 설에 서울&경기에 계시는 분들 중 가족끼리 조금 더 뜻깊은 추억을 남기고 싶으시다면 민속촌에 가볼 것을 조심스레 추천한다.
다음에 또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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