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30 x 191016> 경주, 불국사 이야기.
0. 안물안궁 옛날이야기
사실 경주는 고향 근처에 있는 도시라 어릴 때 단체 소풍 or 수학여행 or 가족여행으로 종종 갔었다. 경주 모처의 수련관, 보문단지 내 모 호텔, 세계엑스포 등등.. 불국사 역시 초등학교 시절 언젠가 갔을테다.
근데 왜 '갔을테다'냐고? 전혀 기억이 안나니까.결국 물어봤다(....) 9x년 상꼬맹이 시절에 갔다고 한다(...) 기억 나는 게 더 이상할 정도로 옛날이다..ㅋㅋㅋㅋ 아무런 사전 배경지식 없이 그저 부모님 or 담임선생님 따라 우르르 몰려다녔던 게 전부다 보니[각주:1] 건물같은 걸 제대로 봤을리가.... 집중해서 볼 시간도 없었고, 유심히 보는 습관따위 있을 리 없었으며 그래야 할 필요성도 못 느꼈으니 결국 맹하니 돌아다니기만 한 셈이다. 그렇다고 학교를 탓할 순 없는게 내가 이쪽에 전혀 관심없었던 거라...
그러다 상경하고 군에 다녀온 후 처음으로 여행다운 여행(2009년 내일로)을 갔었는데, 지금까지 갈 기회가 없었던 충청-호남지방과 경북 북부지방 위주로 다녔다. 당연히 경주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일단 한 번 여행을 다녀오니 경주 여행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제대로 봐야하는데...
1. 11년 여름의 불국사
그리고 또 2년이 지났다. 첫 시험을 치르고 1학기를 다닌 후, 9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스케쥴을 앞두고 잠깐이나마 바람을 쐬고 싶어 당일치기로 춘천에 다녀왔는데, 이걸론 뭔가 아쉬웠다. 시간도 하루정도 여유있고...
바로 그 때 경주가 생각났다.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갔으면서도 제대로 구경한 적 없었는데, 이참에 혼자서 돌아다니며 제대로 구경하고 싶었다. 마침 청량리에서 바로 가는 야간열차도 있으니까..! 딱 밤기차 타고 갔다오면 딱이네! 그렇게 또다시 즉흥여행이 시작되었다(....). 특히 동궁과 월지(당시에는 안압지로 알고 있었지만..), 첨성대와 불국사 및 석굴암에 대한 기대가 컸다.
새벽에 경주역에 도착해서 찜질방에서 간단히 잠을 해결한 후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경주를 누볐다. 오전에 월성지구(첨성대, 동궁과 월지, 국립경주박물관)와 경주교촌 한옥마을(경주향교, 월정교)를 쭉 돌아본 다음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불국사행 버스를 탔다. 세계적인 사찰을 이제서야 제대로..!!
사실상교과서나 영상매체로만 봤던 걸 눈으로 직접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늦여름 땡볕 아래 땀이 범벅이 되도록 돌아다녀도 그저 행복했다. 당시의 나는 미학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이었음에도 이어지는 곡선에 매료되었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감격 또 감격...
아래는 당시 찍은 사진들. 나름 똑딱이에 열심히 담았다. 구도나 수평 따위 개나 줘버린 "나 여기 왔음!" 수준의 사진이긴 해도 그 때 기억도 돌아볼 겸 하여 올려본다.
2. 19년 가을의 불국사
그 후, 13~15년 사이에 경주 동궁과 월지에 매년마다 가게 됐다. 아시다시피그 사이에 야경사진 찍는 취미가 생겨서 한 번은 삼각대까지 들고갔었더랬다. 진짜 경주와 연이 닿은건지 몰라도 가는 길, 혹은 오는 길에 경주를 거쳐갈 일이 생겼고, 들릴 짬이 나더라.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녁에 짬 내어 동궁과 월지에 잠시 들린 정도였고, 다른 곳은 꽤 오랫동안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 이번 가을, 급 여행을 가게 됐다. 다른 일이 있어 지방에 내려갔다가 그냥 올라오기 아쉬워 즉흥적으로 저질렀다(...). 경주에 간 건 2일차. 다른 곳그게 어딘지는 버스시간표 글만 봐도 아실 듯.ㅎㅎ에 갔다가, 버스시간 등 여러 사정상 경주에 들릴 기회가 생겼다. 약 4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는데, 이왕 사찰투어 된 거 불국사까지 가보기로 결정. 안그래도 최근에 불국사 사진, 특히 석가탑-다보탑 사진이 없어 아쉬웠던 차였는데 잘됐다.
경주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시내버스를 타고 불국사로 넘어갔다.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제법 기울었더라. 주차장까지 걸어가는데, 단체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 오, 사람 좀 없으려나!!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연못을 지나 천왕문으로 걸어가는데 막상 다시오니 낯설다(....). 8년전에 그렇게 감격하며 봤었는데.. 참 당혹스러울 뿐.
주차장에 있던 비석. 크 간지..
왜 기억이 없지(....)[각주:2]
낯설다(....)
하지만 백운교 일대에 도착하자마자 당혹감이 싹 사라졌다. 그때 그 선 그대로였다. 그 때가 생각나며 감회가 새로웠다. 게다가 해가 마지막 남은 기력을 쏟아붓듯이 햇살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와, 오늘 날 제대로 잡았네... 예술...!! 이 일대를 몇 장 담은 후 들뜬 채 경내로 들어갔다.
하나하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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