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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며 사진찍고, 책도 읽고, 그깟 공놀이에 일희일비한 기록을 글로 남기는 평범한 공간. (복붙식 댓글 혐오합니다. 진짜 욕할지도 몰라요.)

<110830 x 191016> 경주, 불국사 이야기.

  • 2019.11.22 01:10
  • Domestic/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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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안물안궁 옛날이야기


  사실 경주는 고향 근처에 있는 도시라 어릴 때 단체 소풍 or 수학여행 or 가족여행으로 종종 갔었다. 경주 모처의 수련관, 보문단지 내 모 호텔, 세계엑스포 등등.. 불국사 역시 초등학교 시절 언젠가 갔을테다.


  근데 왜 '갔을테다'냐고? 전혀 기억이 안나니까.결국 물어봤다(....) 9x년 상꼬맹이 시절에 갔다고 한다(...) 기억 나는 게 더 이상할 정도로 옛날이다..ㅋㅋㅋㅋ 아무런 사전 배경지식 없이 그저 부모님 or 담임선생님 따라 우르르 몰려다녔던 게 전부다 보니[각주:1] 건물같은 걸 제대로 봤을리가.... 집중해서 볼 시간도 없었고, 유심히 보는 습관따위 있을 리 없었으며 그래야 할 필요성도 못 느꼈으니 결국 맹하니 돌아다니기만 한 셈이다. 그렇다고 학교를 탓할 순 없는게 내가 이쪽에 전혀 관심없었던 거라...


  그러다 상경하고 군에 다녀온 후 처음으로 여행다운 여행(2009년 내일로)을 갔었는데, 지금까지 갈 기회가 없었던 충청-호남지방과 경북 북부지방 위주로 다녔다. 당연히 경주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일단 한 번 여행을 다녀오니 경주 여행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제대로 봐야하는데...

 


1. 11년 여름의 불국사


  그리고 또 2년이 지났다. 첫 시험을 치르고 1학기를 다닌 후, 9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스케쥴을 앞두고 잠깐이나마 바람을 쐬고 싶어 당일치기로 춘천에 다녀왔는데, 이걸론 뭔가 아쉬웠다. 시간도 하루정도 여유있고...


  바로 그 때 경주가 생각났다.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갔으면서도 제대로 구경한 적 없었는데, 이참에 혼자서 돌아다니며 제대로 구경하고 싶었다. 마침 청량리에서 바로 가는 야간열차도 있으니까..! 딱 밤기차 타고 갔다오면 딱이네! 그렇게 또다시 즉흥여행이 시작되었다(....). 특히 동궁과 월지(당시에는 안압지로 알고 있었지만..), 첨성대와 불국사 및 석굴암에 대한 기대가 컸다.


  새벽에 경주역에 도착해서 찜질방에서 간단히 잠을 해결한 후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경주를 누볐다. 오전에 월성지구(첨성대, 동궁과 월지, 국립경주박물관)와 경주교촌 한옥마을(경주향교, 월정교)를 쭉 돌아본 다음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불국사행 버스를 탔다. 세계적인 사찰을 이제서야 제대로..!!


  사실상교과서나 영상매체로만 봤던 걸 눈으로 직접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늦여름 땡볕 아래 땀이 범벅이 되도록 돌아다녀도 그저 행복했다. 당시의 나는 미학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이었음에도 이어지는 곡선에 매료되었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감격 또 감격...


  아래는 당시 찍은 사진들. 나름 똑딱이에 열심히 담았다. 구도나 수평 따위 개나 줘버린 "나 여기 왔음!" 수준의 사진이긴 해도 그 때 기억도 돌아볼 겸 하여 올려본다.






  포스팅 길이 조절을 위하여 대표사진 몇 장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접어두었다.















  아, 드디어 불국사를 제대로 봤다. 다시금 확신했다. 제대로 보려면 혼자 가야하는구나... 그렇게 경주 여행에 대한 갈증을 완전히 해소했다. 이제 어디가서 경주 가봤다는 말 해도 되겠구나!



2. 19년 가을의 불국사


  그 후, 13~15년 사이에 경주 동궁과 월지에 매년마다 가게 됐다. 아시다시피그 사이에 야경사진 찍는 취미가 생겨서 한 번은 삼각대까지 들고갔었더랬다. 진짜 경주와 연이 닿은건지 몰라도 가는 길, 혹은 오는 길에 경주를 거쳐갈 일이 생겼고, 들릴 짬이 나더라.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녁에 짬 내어 동궁과 월지에 잠시 들린 정도였고, 다른 곳은 꽤 오랫동안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 이번 가을, 급 여행을 가게 됐다. 다른 일이 있어 지방에 내려갔다가 그냥 올라오기 아쉬워 즉흥적으로 저질렀다(...). 경주에 간 건 2일차. 다른 곳그게 어딘지는 버스시간표 글만 봐도 아실 듯.ㅎㅎ에 갔다가, 버스시간 등 여러 사정상 경주에 들릴 기회가 생겼다. 약 4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는데, 이왕 사찰투어 된 거 불국사까지 가보기로 결정. 안그래도 최근에 불국사 사진, 특히 석가탑-다보탑 사진이 없어 아쉬웠던 차였는데 잘됐다.


  경주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시내버스를 타고 불국사로 넘어갔다.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제법 기울었더라. 주차장까지 걸어가는데, 단체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 오, 사람 좀 없으려나!!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연못을 지나 천왕문으로 걸어가는데 막상 다시오니 낯설다(....). 8년전에 그렇게 감격하며 봤었는데.. 참 당혹스러울 뿐.


주차장에 있던 비석. 크 간지..

왜 기억이 없지(....)[각주:2]

낯설다(....)


  하지만 백운교 일대에 도착하자마자 당혹감이 싹 사라졌다. 그때 그 선 그대로였다. 그 때가 생각나며 감회가 새로웠다. 게다가 해가 마지막 남은 기력을 쏟아붓듯이 햇살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와, 오늘 날 제대로 잡았네... 예술...!! 이 일대를 몇 장 담은 후 들뜬 채 경내로 들어갔다.






  경내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감탄사가 나왔다. "이야...!" 절경을 보는 내내 입꼬리가 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미쳤다 미쳤어!!! 환상적이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경내의 신비스런 분위기를 한껏 증폭시켰다. 특히 햇살을 등진 석가탑의 완벽한 실루엣은 푸른 하늘, 그리고 얇게 흐트러진 실구름과 어우러지며 신비스러운 자태를 뿜어냈다. 아, 정말 완벽했다. 그 옆에는 햇살 잔뜩 머금은 다보탑이 석가탑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매력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이게 바로 미모 상생이구나..!

  무엇보다 큰 기대 없이 즉흥적으로 50mm 단렌즈 하나 들고 갔기에 그 감동이 배가되었다. 비록 석가탑과 다보탑, 대웅전을 한데 담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발zoom 파는 것조차 하나의 묘미였다.





하나하나 예술이다.


이건 폰으로 담은 파노라마 사진.

  수학여행 무리랑 겹쳐 다소 시끄러웠지만 절경 덕분에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웅전까지 보고선 무설전과 극락전, 관음전까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바라봤다. 처마와 기와, 소나무, 실구름, 가을하늘까지 1분 1초가 감사했다. 이런 풍경을 내게 보여주시다니..!!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담기 위해 치열히 돌아다녔다. 열심히 발품 팔아가며 렌즈에 담았다. 정말 오랜만에 팔딱팔딱 튀어다녔다. 뭔가 나다웠다.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웃음이 나오냐..ㅎㅎ 그 중 괜찮은 사진들을 아래에 모아두었다. 부디 그 기분이 전해지길 바라며...










  다소 가물가물하던 불국사에 대한 기억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몇 년 지나면 어느정도는 날아가겠지만, 이 날의 금빛 풍경과 석가탑의 실루엣은 죽을때까지 평생 갈 것 같다. 정말 영광이었다.

  불국사를 돌아다니며, 정말 오랜만에 옛날에 갓 카메라를 잡았을 때의 내가 떠올랐다. 굶주려서 득달같이 찾아다니던 그 모습. 그래서 옛날의 나로 돌아갔다. 사진 찍으며 오랜만에 보람찬 느낌이 들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지만, 정말 오길 잘했다. 역대급!!


  1. 같은 이유에서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갔던 제주도도 기억나는 거라곤 김해공항에서 이륙하는 순간과 호텔방, 그리고 완도로 돌아가는 배에서 바라본 바다 뿐.. [본문으로]
  2. 집에 오는길에 사진 다시보며 알았다. 여기 그 때도 사진 찍었는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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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불국사, 사진, 여행사진, 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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