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에 썼던 컴퓨터 이야기. (4)
4.
픽!......
그러나 이 녀석은 저의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LED를 한번 반짝이고는 이내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만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당황하여 전원버튼을 수없이 눌렀지만 이내 전원버튼을 누르는 소리만이 들릴 뿐 전원은 전혀 켜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방안에는 전원버튼을 딸깍이며 누르는 소리만이 처절하게 들렸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곤 온 방안에 파고드는 나의 욕지꺼리. XXXXXXXX!!!! 정말 이젠 참을 수 없더군요. 그래서 그 형님께 다시 연락을 취하였습니다. 제가 사진을 몇 장 찍어 보내며 내가 뭘 잘못한 것인지를 말해달라고 하였는데, 처음엔 이것저것 다시 끼워보라는 말을 몇마디 하다 이내 포기하고야 말았습니다. 넌 솔직히 잘못 끼운것이 없다며, 내일 파워를 교품받아보라고 말해주더이다.. 정말 재수가 없으면 초기불량이 나올수도 있다고.. 근데 요 최근 1주일간의 저를 떠올려보곤 이건 초기불량이라는 확신이 들더이다.. 아니 솔직히 당장 글로만 봐도 한주가 옴팡지게 재수없어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일 교품을 받으러 가기로 하고 컴퓨터를 책상 밑 구석에 밀어두었습니다.. 그렇게 밀어두고 조금이라도 과제를 하기 위하여 책을 펴는데, 정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이다.. 지난 1년 반의 기간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러 갈까? 라는 생각은 기본이었고, 심지어 내가 하늘에 계신 우리 조상어르신분들께 고작 25여년을 살아오면서 이리도 누를 끼쳐드렸는가...라는 생각까지 들덥디다.. 거기다 다음주엔 과제도 2개씩이나 있는데 고작 이새기때문에 손도 못대고 있고... 정말 과제고 조립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부수고만 싶었습니다.
결국 전 책을 덮고 야심한 새벽녘 내 넥원이가 들려주는 사운드에 몸을 맡기고 30분동안 이곳저곳을 눈앞에 있는것만 보며 걸어다니고 집 근처에 와서는 캔맥주로 목을 축이며 저의 무너져있던 마음을 달래기만 하였습니다.. 참.. 그깟 맥주녀석이 그날따라 그렇게 제 속을 긁어주더이다... 그렇게 맥주캔과 苦談을 나누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다보니 어느새 새벽 4시가 넘어있었고, 그제서야 전 이부자리에 들어가서 피로를 풀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가 다시 밝았고, 토요일에도 수업이 있는 전 아침밥 반공기만 입속에 짓이겨넣고 학교에 갔습니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도저히 수업을 들을 정신이 아니어서 한시간만 듣고 난 후 강의실을 빠져나왔죠. 그러고는 어제의 그 업체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토요일이라 혹시 영업을 안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오후 4시까진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가서 파워를 챙기고 용산으로 향했습니다. 점심을 먹지 않았는데 이 골칫덩어리 녀석 때문에 밥 생각조차 나지 않더군요.. 용산에 가서 업체에 파워를 들고 가보았는데, 아이고 맙소사.. 파워엔 아무런 이상이 없다 그럽니다? 물론 그쪽 직원분께서 일단 교품은 해드리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말을 들으니 오히려 전 오기가 생기덥디다. 오늘안에 반드시 바탕화면을 보고야 말겠다고.. 그래서 새로 파워를 받으며 파워가 문제가 아닐 때에는 어디가 문제인가 물었습니다. 그분께서 보드가 문제이거나, 선을 잘못 끼워서 그런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또 안되면 본체를 들고 한번 찾아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 일단 알겠다고 말하곤 밖으로 나갔습니다. 출발할 때만 해도 개어가던 하늘이 갑자기 꽉막힌듯이 흐리더이다.. 그러고는 지하철을 타고 집앞 역에 도착했는데, 때아닌 눈바람이 불더군요.. 참 이젠 날씨까지 쥐ㄹ맞다고 입으로 되뇌이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방에 들어가서 다시 조립을 하고 전원버튼을 눌렀는데.. 피익....딸깍..딸깍..딸깍.... 아 이 시XXXXXXX... 어쩐지 이럴것같더라..
육두문자를 내뱉는 것도 잠시, 전 이제 이걸 어떻게 들고가나 고민을 막 하였더랬지요.. 마침 방 복도에 주인아저씨께서 계시길래 부탁을 하였습니다. 혹시 구르마(?)랑 박스 있냐고.. 우리 친절한 아저씨께선 집 창고에 있던 작은 구르마를 꺼내주시며 뭐에 쓸거냐고 물어보더이다. 전 지금 컴퓨터가 고장나서 부품을 새로 받아왔는데 이게 또 안되는것 같아 다시한번 갔다와야겠다고.. 그렇게 말씀드리니 아저씨께선 친절하게도 박스에 컴퓨터 본체를 손수 넣으시며 노끈으로 박스와 구르마를 힘껏 고정시켜 주시더군요.. 박스가 찌그러질 정도로..!
전 고맙다는 말만 연신 하며 역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큰 길가에 나가니 택시가 1대 대기하고 있었는데, 운전기사님께 이거 실어갈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구르마 때문에 다 싣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전 하릴없이 약 30분 전에 거쳐갔던 그 역에 다시 가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다시 용산으로 가는 길에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옆사람이 침을 넘기며 입맛을 다시는 소리를 내는데.. 이거 먹을것도 아닌데 쩝쩝대지말고 좀 쥐죽은듯이 닥치고 가라는 말을 할 뻔 했습니다.
여튼, 그렇게 용산역에 다시 도착하여 그날따라 유독 내 앞길을 가로막았던 바람을 가르며 다시 그곳으로 갔습니다. 그 점원분께서도 적잖이 놀란 눈치더군요. 헐 진짜 왔네.... 여튼 그렇게 해서 박스에서 본체를 꺼내서 그분께 드렸습니다. 제 증상을 설명하고, 케이스를 열어 이곳저곳 보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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