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3 이야기.
150523. 그 누가 15분 후 그렇게 분노할 줄 알았으랴.
이때만 해도 DSLR을 처음 구입한 기분이 채 가시지 않은 때였다. 그 어떤 때보다도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여기서 찍은 다음, 카메라를 어깨에 매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메라의 어깨끈 한 쪽이 휙 풀려버렸다. 갑자기 카메라가 휙 넘어가더니 그대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어깨끈이 풀리면서 땅에 떨어질 때까지 모든 장면이 슬로모션으로 재생되었다. 휙, 슈우- 타닥.
......??????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난 그저 사지가 굳어 그 X같은 영상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 DSLR은 땅에 렌즈 보호대 쪽이 먼저 부딪히며 땅바닥을 한 바퀴 굴렀다.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었다. 아이 XX!!! 급히 카메라를 켜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사진들이 죄다 어둡게 나온다. 아깐 안 이랬잖아 XX!!! 갑자기 온 세포가 거꾸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내 혓바닥은 열심히 걸레질을 시작(....) 진짜 인생 지랄같네!!!!! 몇 번을 찍어도 똑같았다. 평소같았으면 조리개값 3.5 기준으로 적어도 1/400의 셔터스피드가 나올 곳이 1/30씩이나 오래 걸린다. 조금 더 밝은 곳에서 찍었더니 끽해야 1/60.[각주:1]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차분해지려 해봐야 노기가 냉기를 짓이겼다.
개 미쳤네... 산책할 맘이 단박에 사라졌다. 일단 집으로 바로 들어갔다. 온 사물이 짜증났다. 다 부수고싶다. 뭐 이래? 내가 뭘 잘못했는데? 카메라 산 게 그래 꼬와? 저주도 작작 내려야지! XX!! 제정신이 아니었다. 누가 이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할까. 카메라 사자마자 이튿날에 고장났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에서 바깥 풍경을 찍어봤다. 그래도 1/60이다. 아 XX.. 다 싫다. 때려치고싶다. 쳐 웃으면 항상 이XX이다. 쳐 웃는 꼴을 못보는 세상이다. 맨날 화내야 정상인가? 억만개의 쓰레기같은 생각이 지나갔다. 그렇게 주말을 X같이 마무리했다.
다음 날, 서비스센터에 갔다. 어떻게 된 건가요? 다행히 초점엔 문제가 없지만, 렌즈가 휘었댄다. 안그래도 렌즈가 좀 흔들거렸는데, 보호대 쪽으로 떨어지면서 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렌즈로 빛이 제대로 안 들어왔고 셔터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늘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것만 해결하면 카메라는 문제없으니... 근데, 렌즈는 병행인데..? 개 망했다. 그나마 최근부터 병행제품도 서비스센터에서 수리해주니 천만다행이었다. 그렇지만... 1주일 뒤에 렌즈를 찾았더니 수리비 72000... 기껏 싸게 샀더니 그 비용만큼 돈을 더 내는 꼴이 됐다. 이러면 싸게 산 의미가 없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60523
그랬던 게 벌써 작년이다. 작년의 오늘 나는 정말 분노에 가득차 세상을 향해 구석구석 대걸레질을 하고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다 옛날 이야기가 됐다. 지금 이렇게 차분히 글을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내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각주:2] 수리가 끝나고 카메라를 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DSLR을 들고 다닐 땐 항상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고 다닌다. 그래서 순간순간 놓치는 장면이 있다지만, 그래도 또 넣는다. 어깨에 매면 정말 불안하다. 또 떨어뜨릴까봐(...)
카메라 산 지 1년이 넘어[각주:3] 똑같은 장미 사진을 올리고 싶었는데, 장미가 작년이랑 다르게 자라 구도가 안 맞은데다 어제는 흐렸던 덕에(...) 그냥 장미 사진만 두 장 올려봤다. 그렇게 사진만 올리긴 아쉬워서 겸사겸사 흑역사를 꺼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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