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s> 향수 모음.
원래 난 향수의 ㅎ자도 몰랐었다. 그런데 동기 형네 집에서 술 한잔 마시다 향수 이야기가 나왔다. 자신은 불가리 뿌르 옴므 향수를 쓰고 있는데, 향이 좋다면서.. 그리고 직접 맡아봤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 그러고 나서 향수에 대해 조금 찾아봤는데, 불가리 뿌르 옴므는 남자들의 국민향수였었다. 그러면서 페라리 라이트 에센스, 존 바비토스 아티산 등의 이름을 처음 접했고...
물론 단순히 향수 이름만 알게 된 건 아니었다. 향수는 자기 정체성을 말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숙지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남들이랑 똑같은 향수를 쓰면 그 사람들이랑 같은 사람이 되는건가?'. 왠지 그건 내 성미에 심히 거슬렸다(...) 그래서 남들이 잘 쓰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가격에 향이 무난하고, 내 맘에 드는 향수를 사서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 때부터 올리브영에 갈 때마다 향수 코너에서 시향하는 버릇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래저래 향을 맡아보다 드디어 처음으로 향수를 구매했다.
바로 르빠 겐조 뿌르옴므. 전형적인 여름 향수다. 청량감이 느껴지면서도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던 향수. 다만 여름향수 치곤 향이 좀 톡 쏘는 편. 조금 남성용 스킨 느낌이 난다. 불가리 뿌르보다도 강하고, 페라리 라이트 에센스는...난 처음에 페라리 향수가 여자향수인 줄 알았음.그래도 내 얼굴이나 인상, 분위기와는 나름 매칭이 잘 됐던 향수였다.전반적으로 내가 인상이 쎄고 얼굴 선이 굵은 편이라 꽃향기 나는 향수는 1%도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 쪽 향들 싫어한다... 생각도 안한다...... 개인적인 생각에, 20대 중반~후반 남자가 쓰기에 딱 좋은 향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향수를 찾다 보니 여름용 향수와 겨울용 향수가 나뉘어져 있는거다. 한 가지 향만 쓰는 게 아니었던 모양(...) 처음엔 저 향수 겨울에 써도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결국 내 팔랑귀는 다시 한 번 팔랑이고 말았다. 그래 딱 하나 더 사서 2개만 쓰자(...) 그래서 하나 더 구입했다(....)
비버리 런던. 전형적인 겨울향수. 지금은 올리브영에서 찾기 힘들더라. 이 녀석을 사용해보고선 겨울향수와 여름향수의 차이를 단박에 알게 됐다(...) 확실히 묵직하다(....) 머스크향이 매력적인 향수. 그러면서도 마냥 목욕탕 아재냄새만 나는 건 아니었고, 우디향이 가미된 향수였다. 여성분들이 맡기에 처음엔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중엔 확실히 달달해지는 향기. 하지만 요 녀석을 봄에 사는 바람에(...) 얼마 쓰지 못하고 결국 그 다음해 명절 때 아버지께 드렸다(....)뭔가 모양이 이상하지만 ㅜㅜ
요 두 가지 향수로 1년 정도 버티다 보니 어느샌가 향수 유통기한이 다 되어갔다. 그러자 나는 또다시 향수 바람이 불기 시작(...) 이번엔 한 번 살때 제대로 사기 위해 동생을 소환했다(...) 마침 동생이 향수 쪽에 관심이 있었던 덕에 향수점에 함께 갔다. 르빠 겐조의 경우 그나마 알려진 향수라 몇몇 사람들이 쓰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던내 나이에 비해 너무 가벼운 느낌이었기 때문에 다른 향수를 구하고 싶었다. 향수 전문점에 가서 시향하며 고르고 골라 결국 요 녀석을 구매했다.
휴고보스 엘리먼트 EDT. 역시 여름용 향수. 근데 여타 여름향수랑은 차이가 존재한다. 시작이 아쿠아향이긴 한데, 그 뒤에 스파이시 향이 있어 향이 톡 쏘는 느낌. 확실히 20대 초반 남자가 쓸 만한 향수는 아니다. 근데 또 아재 스킨냄새랑은 느낌이 다름. 아무튼.. 여름향수 치곤 확실히 색깔이 강한 향수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요건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법한 향수임에 틀림없고, 실제로 요 향 싫어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디 향이 남아 은은한 느낌이 드는 향수다.
처음에 딱 냄새를 맡았을 때 딱 내 맘에 들었었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던 모양. 내 동생도 향수 이미지가 내 이미지랑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더라동생한테 내 대외적인(?????) 이미지를 넌지시 말해줬던 덕에 동생이 향수 고르기가 한층 쉬웠던 모양이더라. 그리고 이때 이후로 동생과의 관계가 상당히 개선되었음. 여기다 모든 걸 설명하긴 어렵고, 이 향수가 내포하는 그 무언가, Invisible thing이 나랑 잘 맞아 들어가는 향수라 생각한다. 그 덕분에 지금도 잘 쓰고있는 향수다. 다만, 90ml짜리라 다 못 쓸 것 같다는 게 문제... 이제부터라도 매일 뿌리고 다녀야지.
비록 호불호가 갈리는 향이지만, 나는 정말 맘에 든다. 뭐, 사람 취향이 모두 같을 순 없고, 내가 모든 사람을 맞춰줄 순 없는 거니까. 내가 만족하고 나랑 이 향수랑 어울리면 된 거지 뭐.ㅋㅋㅋ실제로 향수 어울린다는 소리 종종 듣는다. 아마 별 일 없는 한 다음에도 구매할 듯.
봄, 여름 향수를 구매하고 나니 다시 겨울향수에 욕심이 생기더라.지름신 알고리즘인가? 그래서 휴고보스를 샀던 그 해 가을에 다시한 번 동생님과 함께 순회했...으나 그 제품이 백화점(....)에만 파는 제품이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저렴한 제품을 구입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다이아몬드 EDT. 카카오 향이 나는 향수. 처음에는 톡 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달한 향이 나는 향수였다. 근데 시향할 때 감기라도 걸렸었나...? 막상 실제로 쓰다 보니 시향했을 때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향수에서 설명하는 것보단 다소 가벼운 느낌. 그러면서 차츰차츰 마음속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요 향수를 쓰면서도 백화점에서 봤던 그 향수가 자꾸 생각나고.. 그러다 이래저래 돈을 약간 모으게 됐고, 마침 인터넷에서 약간 할인한 가격에 제품을 팔길래 구매했다! 인터넷이라 살짝 의심했지만,물론 시중에서 거의 팔지 않는 제품이라 오프라인으로 사기도 힘들어서 온라인으로 사야 했을 상황이었다.. 막상 구매해서 보니 향수에 별다른 장난을 친 것 같진 않았기에 만족스러웠다.
향수 이름은 발렌티노 우모. 병으로만 봐도 느껴지겠지만, 정말 묵직한 느낌이 나는 향수다. 심지어 아르마니 향수보다 훨씬 묵직한 향수다. 아르마니 향수가 세미정장이라면 요 향수는 수트.그것도 넥타이까지 단단히 맨 포멀수트 하지만 요 향수는 톡 쏘는 맛이 전혀 없다는 게 특징. 시종일관 달달하다. 오히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난다. 아르마니가 카카오라면 요건 초콜릿. 뭔가 반전이 느껴지는 향수다. 다만 요 향수는 딱 한번만 뿌리고 나간다. 향이 정말 진하다 보니 한 번만 뿌려도 다른 향수들 두 번 뿌린 느낌이 난다는 것.. 잘못 뿌렸다간 정말 옆사람 코 마비시킬지도(....)
요 향수도 처음 딱 뿌렸을 때 정말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당시 나는 머스크향에 빠져 그 향의 향수를 찾고 있었는데, 머스크 향이 없음에도 한 번에 머릿속에 각인된 향수. 시향만 했음에도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향이었다. 그만큼 끌렸다는 거.. 아무튼, 구매한 뒤로 가을 겨울에는 이 향수만 쓰고 있다. 다만 정장 입을 일이 많지 않았다 보니 보기보다 자주 쓰진 못한(...) 하지만 요 제품은 산 지 얼마 안된 거라 아직까지 여유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그리고 용량도 그리 많지 않아서 충분히 다 쓸 듯...
이 향수 역시 정장만 입는다고 무작정 뿌릴 향수는 아니라 생각한다. 요 제품 역시 얼굴 선 굵은 사람한테 어울릴 법한 향수. 그래도 요 향수는 휴고보스에 비해선 취향을 덜 타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목욕탕 스킨과는 꽤 다른 느낌이기 때문. 오히려, 위에도 말했지만, 초콜릿 향이 나는 향수라 냄새 맡기에도 훨씬 좋을거라 생각하고 있다.아님 말고... 너무 강하게 뿌리지만 않는다면야..!
휴고보스 엘리먼트와 발렌티노 우모를 손에 얻은 후부터 지금까지 딱히 향수 생각 없이 살고 있다. 워낙 요 향수들이 맘에 들 뿐만 아니라 나랑 잘 어울리고, 나를 잘 나타내는 향수기 때문. 당연히 앞으로도 계속 요 향수를 쓸 예정이다. 위 두 개가 특별히 단종되지 않는 이상에야(....) 힘들게 찾았는데 굳이 바꿀 필요도 없겠지.
내가 격하게 애정한단다 *_*
향수 포스팅 하시는 분께서 인터뷰를 하셨길래 블로그에 들어가봤는데, 마침 발렌티노 우모가 최신 글이길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찍은 향수병 사진도 기억나서 이참에 향수 글을 끄적여봤다. 아무튼, 때아닌 향수 포스팅은 여기까지! 예전에 폰으로 찍은 향수 사진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