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825 x 130718> 담양, 메타세콰이아길
만약 09년도에 메타세콰이아길까지 제대로 봤었다면 13년도에 재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죽녹원과 관방제림에 취한 나머지 메타세콰이아길을 입구에서 슥 바라보기만 하고 돌아와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관광지로 조성된 곳의 그 관광지스런 느낌보다 일반 도로에서 정말 도로같은 느낌을 원했었던 것.왜그랬을까.. 나중에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고 인터넷에서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메타세콰이아길이 여러모로 아쉽더라. 그리고 한번 더 가고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그래서 13년도에 한번 더 들르게 되었다.
1. 09년도 관방제림은 여기로!
관방제림 옆 마을을 거닐다 빙빙돌아 메타세콰이아길에 도착했다.
음... 뭔가 너무 관광지같은데!? 그래서 발걸음을 돌렸다.이 바보야... 참고로 이 땐 이 곳이 관광지로 지정된 지 얼마 안된 때라 아직까지 아스팔트가 그대로 남아있다..
여긴... 진짜 국도. 목숨걸고 찍었다. 이러면 안됩니다 여러분!
차가 정말 지나다니는 곳.. 실제로 나무 때문에 사고 발생시 치사율이 높아 새 도로를 닦은 것이라 한다. 실제로 요 길 바로 옆엔 4차선 도로가 있었다.
이 길을 따라 담양 터미널까지 쭈욱 걸어갔다.
이 날씨 속에서(....) 아지랑이 보소(...)
지금 이렇게만 보면, 09년도의 메타세콰이어길은 안 가니만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담양여행 뿐만 아니라 내일로 여행을 넘어 여태 다녔던 여행을 통틀어 담양터미널로 걸어갔던 이 순간을 아직도 소중히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죽녹원이 예뻤고, 관방제림 옆 마을의 일상이 신선했다 한들 다시 돌아가는 이 순간만큼 소중할 순 없다. 왜냐고?
사실 이 여행.. 내 첫 여행이면서 "내 기억속에" 처음으로 호남지방에 제대로 간 것이었다.중학교,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면서 거쳐가긴 했지만 늘상 버스에 있었기 때문에 아예 기억이 없다..이래서 단체여행을 싫어하는 것. 특히 블로그의 다른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영남지방 사람이라 정말 쓸데없이 긴장했었다. 아무리 지역감정이 옅어졌다지만 어른들 입장에선 그게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실제로 남원에서 어떤 어르신이 정치 현안이야기를 하다 내 고향을 듣고선 분위기가 이상해진 적도 있었고.정작 난 잘 듣고 있었는데... 그래서 호남지방에 있는 동안 정말 아무런 말 없이 여행을 다녔었다.
그러다 메타세콰이아길을 벗어나면서 터미널로 가고 있었는데, 아무리 걸어가도 터미널이 나올 기미가 안 보이는거다. 그 때만 해도 스마트폰이 없을 때라 위치 확인조차 안되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날씨는 엄하고(...)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가다 어떤 할머니께서 길을 걸어가고 계셨다. 눈 앞에 닥치면 뭐든 한다고, 지금껏 했던 걱정들을 무릅쓰고 어르신께 길을 여쭤보았다. 그러자 그 할머니께서 자신도 터미널 근처로 가는 중이었다며 같이 가자고 말씀하시는거다. 속으로 잘됐다 생각하며 그 할머니와 터미널까지 같이 갔다.
가는 길에, 할머니께서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시길래 조심스레(...) 대답했는데, 내 목소리에서 그 걱정이 티났나보다. 내 대답을 듣자마자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에이 걱정말어~ 사람 좋고 나쁜데 지역이 중요허냐~" ... 누가 봐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시엔 그 말이 크게 울리더라.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런 닫힌 사고방식을 가진 건 내가 아닐까 하며.. 그와 동시에 여태껏 했던 긴장이 탁 풀렸다. 정말 맞는 말씀이라며 맞장구를 치자 할머니께서 계속 대화를 이어가셨다. "영남이고 호남이고 좋은 놈은 좋고 나쁜놈은 나쁜놈이여!" 평소 지역차별성 말을 되게 싫어하는 나 자신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당연한 말들을 당연히 머리로 되뇌여왔는데, 할머니와 대화하면서 그 당연한 것들이 자연스레 마음으로 녹아들었다.
그러면서 터미널까지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하며 걸어갔다. 그렇게 담양터미널에 도착했고, 편안한 마음으로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헤어졌다. 그게 내일로여행 호남 일정의 마지막이었다. 비록 얼마 지나지 않아 호남지방에서 벗어났지만, 어르신의 말씀은 지금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후의 내게 큰 영향을 주셨다. 어르신 덕분에 내 마음속의 닫힌 눈과 마음이 활짝 열렸으니.. 그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이 그 이후의 내 포용성, 수용성에 큰 영향을 주신 건 부정할 수 없다. 이 글을 읽을 일은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다시한 번 그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
근데, 만약 그 때 마침 지나가는 버스를 탔다면? 만약 그다지 덥지 않아서 쉽게 터미널에 들어갔다면? 그 할머니께서 지나가지 않았다면? ... 과연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과거에 What if는 무의미하다지만 굳이 생각해보자면.. 몰라요? ㅋㅋㅋ 근데, 적어도.. 지금처럼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고루고루 여행을 다니진 않았을지도... ^^
2. 13년도. 죽녹원은 여기로!
죽녹원에서 빠져나와 한참을 걸어가니적어도 심리적으로 그랬다. 길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메타세콰이아길이 나왔다. 4년만에 다시 가니, 입장료를 받는 것 뿐만 아니라 많은 것이 변했더라.
보시다시피 아스팔트를 모두 걷어내고 흙길로 변한 게 가장 큰 변화였다.
왼쪽에 보다시피 오두막도 설치되어 있고, 그 외에 여러 간판들이 추가되었다.
메타세콰이아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길 따라 쭈욱 걸어갔다 왔다. 관광지로서 관광객에겐 이게 훨씬 좋아진 것이지만, 아스팔트 위의 메타세콰이아 길을 생각하고 갔던 나로선 연결고리가 끊긴 느낌이라 아쉬웠다.
요런 것도 있고...
그렇게 메타세콰이아길을 빠져나왔다. 메타세콰이아길에서 나와 죽녹원에 짐을 찾으러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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