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717> 해남, 땅끝마을
강진에서 버스를 타고 땅끝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해남 터미널로 갔다. 사실 12년도 내일로 여행 일정을 짤 때 해남 땅끝마을에도 가볼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목포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할 뿐만 아니라 추가 교통비가 발생하고, 무엇보다 일정이 꼬일 가능성이 높아보여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는걸로 결심하고 그냥 지나쳤었다. 그래도 땅끝마을은 기회가 되면 따로 가보고 싶었는데, 그 다음해에 바로 기회가 생긴 것. 이번 여행 행선지를 생각하며 남해도 다음으로 생각한 곳이 바로 땅끝마을이었다. 남해와 해남을 기준으로 잡고 그 중간 길목마다 방문할 곳을 결정한 것.사실 강진은 순천에서 해남까지 바로 넘어가기엔 여행이 너무 심심한 듯해서 중간에 잠깐 들른 것이었음. 아무튼, 1년만에 드디어 기회가 생겼고, 망설임없이 땅끝마을로 향했다.
일단 해남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굶주린 배부터 채우기 위해 근처 백반집에 방문하였다. 그쪽 지방에선 낯선 말투가 나와서 그런지 내 표정이 띠껍고 더러웠는지, 그것도 아니면 달랑 혼자 와서 귀찮았는지 모르겠지만 가게 사람들이 내게 썩 친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백반의 맛은 크으... 왜 남도 음식이 입에 오르는지 한번에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음식을 싱겁게 먹는 편이라 간이 강한 음식은 거의 남기는 편인데, 이 집은 간이 강하면서도 그 조화가 기가 막혔다. 그래서 밥 한공기를 두고 거의 모든 반찬을 쓸어담고 나왔다. 어지간한 유명 식당보다 훨씬 알차고 맛있는 식당이었다 :)
이게 1인분이다. 그리고 묵은지 빼곤 그릇을 다 비웠다(...)
그렇게 뱃 속을 든든하게 채운 후, 해남터미널에서 땅끝마을 행 버스를 타고 갔다. 해남터미널에서 땅끝마을 정류소까진 1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해남군은 서쪽으론 목포 앞바다와 진도, 남쪽엔 땅끝마을, 동쪽으론 강진과 완도, 북쪽으론 영암호와 연결되고 월출산에서 가까울 정도의 큰 땅을 지니고 있는데, 해남의 북쪽 끝에서 땅끝마을까지의 주행거리가 56Km나 된다. 서울로 바꾼다면 서울역 기준서울에서 오산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나름 중간에 위치한 해남읍내(터미널)과 땅끝마을의 거리마저 36Km 정도... 거기다 도로는 구불구불하다. 갈 때만 해도 생각도 못했는데 오래 걸리더라. 그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늦은 시간이미 오후 3시..에 도착했다.
비석을 봤을 때 왠지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기에..
땅끝전망대로 올라갈 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땅끝 전망대.
땅끝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시정거리가 아주 좋진 않아 설명에 나와있는 모든 섬을 명확히 볼 순 없었지만, 그래도 더운 날씨를 잊기엔 충분할 정도로 탁 트인 바다였다. 게다가 다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동네인 만큼 다수의 섬들이 자리해있어 전망이 지루하지도 않았다.
전망대에서 찍은 파노라마 사진.
전망대에서 마을로 내려갈 땐 걸어서 내려갔다. 내려가다 보면 나오는 벤치. 그 옆엔 자물쇠 걸이도 있었다.저기 걸어둔 자물쇠 주인커플이 지금까지 만나고 있으면 장수커플이지..
내려가는 길에 있는 땅끝탑.
파도에 부서지는 햇빛에 눈이 부셨다! 말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땅끝마을에 내려오면 요런 자갈밭 길도 보인다. 지압용.. 아래에 쓰여진 글씨는 한반도최남단..
그렇게 땅끝마을까지 보고서 목포로 직행하는 버스를 타고 땅끝마을을 나왔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데, 뭔가 성취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전까지 흥분되는 마음으로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녔고 여행을 통해 심신을 정비하였지만 그걸로 내가 속으로 뭔가 남겼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여기를 다녀오면서, 지금까지의 여행이라는 구슬들을 하나의 실로 꿰맨 느낌이었다. 마치 여행들이 하나로 관통되어 연결되듯. 그리고 내 속의 여행지도가 많이 채워진 느낌... 비록 땅끝마을 자체는 사진에 나온 게 전부라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울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자리에서 뿌듯해하는 동안 해가 넘어가고, 버스는 영암을 거쳐 목포를 향해 달려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땅끝마을에 다녀온 이 여행 이후부터 사람들한테 "여행 다닌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고 다녔던 듯 하다. 그 전만 해도 그냥 "많이 가고싶어요" 정도로만 말했는데, 이 때 이후부터 "나름 다녔어요~" 라고 말하기 시작했던 걸 보면..이 여행 다녀온 후부터 구글 지도에다 여태껏 갔다왔던 곳을 체크하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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