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Blog> 야, 뜬금없이 블로그는 왜 팠어?
먼저, 인스타그램을 쓰다 보니 여러 장의 사진을 한꺼번에 올리는 게 팔로워가 늘어갈 수록 부담스러워졌어요. 프로필 페이지에 수시로 도배한다고 미리 알려뒀지만 그럼에도 도배를 좋아하지
schluss.kr
사진 여러 장을 한 번에, 그리고 큼지막하게 올리고 싶었던, 사진과 함께 음악이나 스포츠(야구, 축구)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Normal One은 10년 전 오늘 Echte Liebe라는 가상공간을 새로 마련했어요. 지속된 구직생활에 주변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대화할 일이 없어지다 보니 머릿속 여러 생각들이 마구 쌓이다 휘발되고, 표출 욕구만 남아 터질 것 같은 게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과 기록과 취향들을 (요즘말로) 아카이브로 남기고 싶었어요. 이걸 어디엔가 거리낌 없이 남긴다면 앞으로의 나에게 아카이브 겸 자양분이 되어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뭐가 되건 올려보자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근데 이렇게 블로그 10주년 기념글을 쓰며 소회를 나눌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네요.[각주:1]
처음 반년 동안은 그야말로 아무 글이나 뱉어내며 '달렸어요'. 지금까지 발행한 글 중 1/3~2/5 정도가 그때 쓴 거거든요. DSLR 카메라를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사진 찍는 데 정말 재미 들렸던 시절이기도 했거니와, 정말 재밌게 다녔던 국내 여행들(내일로 여행을 비롯한 주요 여행들)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했거든요. 이걸 그냥 사진만으로 묻히기 너무 아까웠어요.

여기에 인디 음악에 한창 빠져 살던 때라 털어낼 곳이 여기밖에 없었어요. 여기에 하나같이 한 시대가 끝났던 삼성과 포항, BVB 덕분에(?) 넋두리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그리고 HTML5에도 관심 있던 찰나에 한창 새로운 디자인의 스킨이 마구 쏟아지던 시기였기에(HTML5가 처음 대중화되던 시절...) 제 입맛대로 바꾸는 재미도 있었어요.[각주:2]
그 외에도 일상 속 시답잖은 이야기도 많이 했었는데, 하루동안 늘 하던 게 자소서 쓰고 면접 정보 찾는 게 전부였고 친구를 만날 상황도 안되다 보니 정말 이곳에 생각이란 생각은 모두 쏟아냈었어요. 그야말로 '허슬'이었고, 1차 전성기였..으나, 그 시기가 오래가진 않았어요.
첫 직장에 취뽀하고, 조금씩 업무량이 늘어가면서 저녁에 쉬기[각주:3] 바쁘다 보니 자연스레 블로그랑 멀어지더라고요. 직장[각주:4]에 공들이는 에너지가 많아 블로그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어요. 다음과 티스토리에서도 자연스럽게 제 여행글과 사진글 순위가 뒤로 밀리더라고요. (여담이지만 다음 검색 유입은 그 이후로 다시는 회복이 안되네요 🥲)

그렇게 이 공간이 잊혀지나 했지만.. 첫 직장에서 나오고, 이직 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시 이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그렇지만 3년 전과는 그 결이 달라졌어요. 2016년이 그야말로 허슬!!로 내가 쓰고 싶어서 마구 분출해 낸 거라면, 2019년은 내 글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읽기 쉽도록 조금은 신중하게, 다듬어서 글과 사진을 올렸어요(물론 뻘글도 많이 썼습니다..). 좀 과하게 말해서 '장인정신'이랄까...? 읽어주길 바라며 쓴 글이었죠.
비록 이전에 비해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진 않았지만, 글의 퀄리티만 놓고 보면 2019년의 글들이 가장 좋았다고 자신해요. 깊이가 있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자주 읽기도 했거니와, 그때는 깔끔한 글을 쓰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쓰던 시기라.. 특히 19년도 하반기에 쓴 여행기와 독후감들은 지금 봐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요. 그러니 아래처럼...


저 시절이 이 공간의 2차 전성기이자 (지금까지는) 마지막 전성기예요. 2020년 이직 후 다시 리얼-라이프에 집중하기 시작한 이후부턴 지금 여러분들께서 보시는 대로 근근이 글 하나씩 잊지 않을 정도의 주기로 올리며 조용히 소통하는 사람과 소통하는 정도로만 블로그를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일단 제가 예전만큼 자리에 오래 앉아있질 않았어요. 처음엔 필름 카메라 늦바람이 들었고, 1~2년 후부터 작년까진 이런저런 운동하느라 진득이 앉아 생각할 힘도 시간도 없었어요. 특히 2023년 봄부터 테니스를 시작하면서부턴 평일 저녁에도 일정이 잡히면 운동하러 나가니... 1주일에 집에서 가만히 쉬는 날이 이틀 정도 되려나요? 그나마 올해 기존에 밀린 여행기라도 좀 써야겠다 싶어 조금이나마 신경 썼네요.
그 5년 동안 티스토리도, 저도, Echte Liebe도 많이 변했어요. 일단 티스토리가 카카오로 밑으로 들어가면서 티스토리라는 서비스의 성격부터 엄청나게 달라졌고(Negative), 그로 인해 여기 계시는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인스타그램도 예전에 비해 긴 글 쓰기 괜찮아졌고요. 여기에 글 진득이 쓰시는 분들은 브런치라는 더 좋은 매체가 있는 데다 티스토리의 메리트가 없어지면서 네이버 블로그로 가신 분들도 많아요(적어도 네이버는 티스토리처럼 사람도 아닌 것들이 사기치진 않으니까..).
그리고 제가 위에 쓴 이유로 관심사나 취향이 꽤나 많이 달라지는 바람에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도 변했어요. 이전에 많이 썼던(그리고 지금도 블로그 유입 효자노릇 톡톡히 하는) IT 관련 문제해결 글과 노래글은 이제 거의 안 쓰는 반면, 운동에 관한 글들은 쓸거리가 생기면 쓰려고 합니다. 운동 기록을 포함하여 테니스 라켓이나 스트링 이야기, 자전거 코스 이야기 등등..


뭐 그렇게... 여차저차 10년 차가 됐습니다. 지금 이 글이 발행된 시간이 딱 10년 전 첫 글을 올린 시점이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기념하여 글을 남겨야겠다 싶어 무려.. 제 휴가를 바쳤습니다!!!(?). 암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죠.
지금의 전 10년 전처럼 톡 하면 터질 것만 같은 상태도 아니고, 6년 전의 저처럼 정성스럽지도 않을 듯합니다. 인스타도 있고, 유튜브도 있고, 정 글이 필요하다면 브런치도 해볼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쭉, 지금처럼 근근이 찾아와 여행기와 지름글, 사진과 급발진 뇌절글을 어떻게든 남길 거예요. 흘러가는 대로 쭉.. 가끔 티스토리가 헛짓할 때마다 이 공간에 대한 회의감이 들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게 정말 많다 보니 이 자체로도 제게 가장 큰 자산 중 하나이니 이 자체로도 소중히 보전하려 합니다. 그저 끝까지, 갈 수 있을 때까지, 남아있어 주길 바랄 뿐..
이제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됐네요. 마지막으로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 공간에 찾아와 진심 어린 소통을 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중 90% 정도는 어떤 이유에서든 이 글을 보지 않으시겠지만[각주:5], 그럼에도 마음으로나마 감사함을 드리고 싶어요. 혹여 이 글을 못 보더라도 잘 지내시길 바라며..
이상으로 글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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