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이야기.
뭐? 운전!? 대표 BMW(Bus-Metro-Walk) 유저 노말원이 운전이라고!? 참 세상 오래살고 볼 일이다.
이 블로그에 꾸준히 오셨던 분이시라면, 이번 글의 제목이 매우 낯설 것이다. 나조차도 5년여만에 처음 적는거라 적응이 안되는데 오죽하실까. 아무튼, '운전'이라...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 지 모른다지만, 이번 이야기야말로 정말 상상도 못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운전이란 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기에..
200x년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래로 내게 운전면허증이란 말 그대로 '신분증' 그 자체였다. 당연히 1x년간 단 한번의 시내도로 주행 없이 (당연히)무사고로 면허를 갱신했고, 갱신한 지도 어언 x년이 지났다. 이따금씩 친척집에 내려갈 때마다 사촌형이 1톤 트럭을 끌고 근처 체육관 주차장으로 데려가서 잠깐씩 연습했었지만, 그걸 도로주행이라 할 순 없으니까.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건 작년 말 쯤부터. 시내연수를 신청했다. 앞으로 혹시 운전을 요구했을 때를 대비해야겠다는 생각과 (당시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스스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차를 몰 건 아니어서 4시간 정도만 신청했고, 차종은 아반떼였다. 처음엔 실수하면 어쩌나 싶어 두려웠지만, 강사님 말씀대로 운전하니 이내 두려움이 가시고 재밌더라. 강사님도 십수년만에 처음 운전대 잡은것치곤 괜찮게 한다고 하셨으니...
해가 지나고, (혹시가 사실이 되어)정말 회사 차량을 운전하게 됐다. 아직까지 운전에 자신이 없었기에 추가로 시내연수를 받았는데, SUV는 괜찮게 운전했으나 준중형 세단(소나타)이 참 어렵더라.. 아무튼 그렇게 연수를 끝내고 봄부터 본격적인 운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실전은 달랐다. 첫 운전에서부터 범퍼를 박살내더니, 그 다음 운전에선 무리하게 공간을 파고들다 옆면을 긁어먹기까지... 그 때부터 갑자기 운전이 두려워지더라. 그래도 계속 운전을 하다 보니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 그 와중에 쏘카로 SUV 차량을 렌트하여 SUV 경험도 하고...
그렇게 초가을 정도까진 업무가 있을 땐 거의 아반떼만 몰고 다녔다. 딱 준중형 세단[각주:1]이 크기가 크지 않아 주차하기도 쉬웠고, 이래저래 부담없이 몰고 다니기 좋았다. SUV가 있었으면 SUV도 운전했을텐데[각주:2], 회사 차량이 세단 뿐이라... 중형 이상은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잠깐 주차 위치 바꾸는 것조차 부담스러웠으니.. 그 때까지만 해도 당분간은 계속 이 정도로 운전하나 했는데...
지난달부터 또다시 달라졌다. 거의 반 년여만에 뜬금없이 쏘카를 이용하여 드라이브를 하러갔다. 정처없이 돌다 자유로도 가고, 경부고속도로 서울구간도 거쳐갔는데.. 재밌더라!? 그 때부터 며칠동안 운전할 일이 몇 번 생겨 여기저기 다녀오고, 주말엔 형도에 가면서 고속도로[각주:3]와 비포장도로를 경험하고 나오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늘었나? 감 잡았나...?'
그 때부터 운전에 재미가 붙었다. 그간 운전을 못해서 못 갔던 곳들을 하나하나 가보고 싶었다. 코로나 시국이라 멀리는 못 나가더라도, 서울이나 서울 근교에 있는 곳은 사람이 한산할 시간대에 잠시라도 다녀오고 싶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생각이 많이 났던 두 코스를 경험하고 왔다.
먼저 고속도로를 타고 을왕리에 갔다왔다. 사실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올까 했지만... 주차장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굳이 사람 많은 곳에 가느니 근처 밤바다 구경이나 하고 오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드라이브 목적은 영종대교와 인천대교를 건너는 것이었으니 뭐..
지난번에 형도에 갔을 때 잠깐 고속도로를 거쳐가긴 했지만 그 거리가 길진 않았는데, 이번엔 정말 찐-하게 고속도로를 경험했다. 덕분에 고속도로에 대한 두려움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앞으로는 고속도로라고 쫄진 않을 듯.. 하지만 무엇보다.. 공항에 갈 때나 집에 갈 때 항상 버슷간에서만 지나가던 길을 직접 운전하여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어제는... 북악스카이웨이를 일주하고 왔다. 언덕도 한 번 운전하고 싶었고, 조금이나마 꼬불꼬불한 길 운전하니 또 다른 맛이 있더라. 근데 꽤 늦은 시간인데도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줄이 길게 있었던지라 그냥 지나쳐왔다. 다음엔 정말 잠깐 머물다 와야지.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처음으로 '준대형 세단'을 몰았다는 것. 운전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이젠 조금 더 큰 차를 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까진 소나타를 찾다가 신형 그랜저(....)를 운전하게 됐다.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좌석 세팅을 한 후 운전하니 막상 그렇게까지 부담스럽지도 않더라. 오히려 묵직하고 잘 나가니 운전하는 맛이 있었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등급 낮은 차로는 못 내려간다'고 말하는구나 싶었다...
이젠 진짜 운전에 맛 들린 것 같다. 틈틈이 렌트로 이런저런 차들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기아 세단도 그렇고, 혹시 가능하다면 벤츠도..? 기록이 쌓이면 또다시 운전 이야기를 올려보겠다. 시간이 지나 이 기록들을 보면 감회가 새롭겠지...
앞으로도 안전운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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