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이야기.
#1.
처음 수영을 배운 건 2009년. 정말 우연이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당시 내 상태가 어땠냐면.. 군에서 제대한 후 운동이란 걸 잊어버렸다. 1년동안 허구한 날 방구석에 박혀있었다. 가끔 문 밖에 나선다 싶으면 담배만 뻐끔뻐끔.[각주:1] 몸무게는 55kg 주위를 기웃거리던 며르치 시절이었다. 대략 그런 시절이었다.
우연히 수영이란 게 생각났다. 마침 어머니께서 당시에 수영을 배우고 계셨었다. 나도 이참에 한 번 해볼까..? 구기종목을 빼면 운동이란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던 내가 물이라니..
그렇게 수영이란 걸 시작했다. 여름방학 중에 당시 살던 동네 수영장에서 처음 발차기를 배우며 시작했다. 이어지는 9월 학기에는 교양수업까지 수강하며 정~말 빡세게 배웠다. 1주일에 4일 정도...? 정말 빡세게 2달 정도 배웠는데, 수영에 집중한 덕에 자유영, 배영, 평영까지 순식간에 익혔다.
#2.
하지만 물 속에서의 배움과 깨우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다음부터 난 본격적으로 국가고시시험 준비에 돌입했고, 자연스레 운동과 멀어졌다.
물론, 그 후로도 근근이 1~2달씩 강습 나가긴 했는데, 그게 끝이었다. 1주일에 2~3번 1시간씩 강습 받는걸로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첫 달에 좀 배우다가 이런저런 일 생겨서 못 나가고, 자연스레 빼먹고.. 특히 2011년에 이번에야말로 접영 제대로 해보겠다며 의욕적으로 하다 목 인대가 늘어났고, 그 해 시험 공부도 완전히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패턴이 수년간 반복됐다. 다시 복학했을 때도, 그 후에 자소서 쓰던 시절에도, 취업 했을 때도 똑같았다. 시간이 지나 자유수영을 하기 시작했으나, 산발적인 이벤트 수준에 그쳤다. 수영 실력은 당연히.. 예전이랑 비슷했다. 접영이 될 듯하다가 안가서 까먹고, 다시 될 듯하다가 안되고. 그나마 좀 발전한 건 자유형할 때 힘 좀 빠진거..?
내 수영 용품들. 숏사각부터 9부 수영복까지 모두 구비했다.
뭔가 뜬금없이 화려하다면 그건 기분탓이다.
#3.
어느덧 2018년 여름. 이제 난 백수가 되었다. 개인시간이 많아졌는데, 조금 더 건강히 보내기 위해선 운동을 해야했다. 속는 셈 치고 다시 강습을 끊었다. 강습을 몇 번 반복해서 그런지 접영이 금방 됐다. 이젠 정말 까먹으면 안되는데..
오호, 이번엔 생각보다 오래 간다..? 무려 3달 연속으로 수영장에 다녔다. 게다가, 같이 가는 친구가 생긴 덕에 강습을 다니지 않은 기간에도 자유수영하러 이곳저곳 다녔다. 한창 날씨좋았던 9~10월에는 자전거를 더 많이 탔었지만, 11월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자유수영 하러 가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그렇게 작년 연말까지 틈틈이 자유수영 하러 갔다. 강습이랑 다 합치면 1주일에 2~3번 정도 간 듯.
이 때 수영하면서 접영을 몸으로 느꼈다. 이제서야 완전히 감 잡았다. '내 꺼다'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 다음부턴 힘 안들이고 편하게 가더라. 자유수영 할 때 가끔 "정말 부드럽게 하시네요!"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4.
때는 2018년 연말. 이래저래 리얼-라이프가 급속도로 고달파지면서 심적으로 한없이 다운되어있었다. 뭔가 몰입할 구석이 필요했다. 아예 월 자유수영권을 끊기로 결심. 집 근처에 있는 모든 수영장을 검색해봤다. 그 결과,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사설 수영장에 가기로 결정. 시간적으로 선택지가 가장 많은 곳이었다. 결국 2019년 새해부터 시작하는 월 정기권을 구매했다.
그 때부터 2달간 매일 수영장에 갔다. 1주일에 최소 4일 이상 갔고, 어떤 때에는 6일씩이나 갔다. 몸 컨디션이 안좋으면 30분, 좋은 날엔 1시간 20분까지 했다. 정말... 내 평생 가장 꾸준히, 열심히 운동했다. 처음 수영 배울 때보다도 더 열심히 했다. 말그대로 정말 미친듯이 했다. 자전거를 못 타는 만큼, 아니 그보다도 더 열심히 수영했다.
그랬더니, 변화가 느껴지더라. 무엇보다 이 때 뱃살이 정말 많이 빠졌다. 살을 찌우면서 뱃살이 같이 늘어 고민이 컸는데, 이렇게까지 하니까 빠지더라. 그만큼 몸이 더 강해졌다. 특히 한 번에 가는 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예전엔 한 번에 이어서 가봐야 100m 이상 간 적이 거의 없었는데, 2달 사이에 500m를 수월하게 이어서 가고 있더라. 한창 좋았을 땐 1km 넘게 가기도 했었고.
심지어 영화 본 날에도 수영하러 갈 정도.
#5.
2달 전, 오랜만에 수영 강습을 들었다. 상급반으로 갈까 하다 혹시 몰라 이전에 신청했던 대로 중급반으로 갔는데, 이게 운동이 될까 걱정할 정도로 설렁설렁 한다. 근데도 이 반에서 내가 선두다(...). 작년 여름만 해도 막판에 지치던 걸 생각하면 상전벽해일세.
지난 주 화요일, 다시 강습을 신청했다. 이젠 2달 전보다도 더 차이났다. 결국 강사님께 말씀드렸다. 그러고서 수업을 들으며 강사님이 날 체크했다. 그리고...
상급반으로 넘어갔다. 참 오래도 걸렸구나!! 이전에 묵혀두던 오리발을 다시 꺼냈는데, 완전히 휘어있다(....). 결국 새로 주문... 다행히 어제 마침맞게 도착했고.. 택배 상자를 뜯자마자 수영장에 갔다. 확실히 중급에 비해선 빡빡하게 돌더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 많이 힘들진 않아서 다행. 딱 적당히 빡세게 운동 되는 정도.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지금까지 반복됐던 도돌이표가 아니고 새로이 전진하는 과정인 만큼 더 열심히 해야지.
몇 년만에 새로 산 오리발. 어제 배송 받자마자 수영장에서 개시!
그냥 제품 사진만 보는 걸론 잘 모르시니, 직접 입고 찍은 착용샷을 인증하며 이 길고 긴 이야기를 끝맺음하겠다. 내 신체가 나오는 사진이므로, 프라이버시를 위해 아래에 접어두었다.
...정말 미쳤습니까 휴먼!!!?!?!?!?!
- 당시엔 흡연자였다. [본문으로]
'Activity > Swimm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간의 운동 이야기 - 수영 (2) // 강습 일지 (2) | 2024.09.03 |
---|---|
그간의 운동 이야기 - 수영 (1) // 자유수영 일지 (0) | 2023.06.18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그간의 운동 이야기 - 수영 (2) // 강습 일지
그간의 운동 이야기 - 수영 (2) // 강습 일지
2024.09.03 -
그간의 운동 이야기 - 수영 (1) // 자유수영 일지
그간의 운동 이야기 - 수영 (1) // 자유수영 일지
202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