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반드시 챙기는 여행 필수품.
...은 바로 스벅 수첩.
재작년 말, 전 직장의 팀장이란놈이 한 해 수고했다고 지금까지 모은 스벅 포인트로 수첩 받아 하나씩 돌렸다. 아마 업무용 수첩으로 하나씩 지니고 다니라고 했겠지. 그러나 이걸로 눈속임하는 그 인간이 아주 꼴보기 싫었다. 개자식 아주 웃기는 지랄이지.
당연히 이 수첩이 아니꼬울 수밖에 없었고, 퇴사할 때까지 한 번도 안썼다. 그냥 책상 구석에 먼지쌓이도록 쳐박아버렸다. 뭐, 기분 나쁘라면 나쁘라고. 퇴사할 때 짐 정리하면서 다시 꺼내니 정말 먼지 구더기에서 놀고 있었더랬다. 그냥 책상에 던져놓고 갈까 하다 이제와서 수첩이 뭔 죄냐며 가져왔다.아이고 노말아...속물근성 ㅉㅉ
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여행 계획이 잡혔다. 비행기표 예약을 끝내고 그 전에 짧게나마 국내에 바람쐬러 가기로 했다. 여행을 준비하고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난 여행의 기억에 적잖이 충격받았다. 사진을 봐도 흐릿했다. 앞으론 여행에서 그때그때 느낀 바를 흘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부턴 여행지에서도 꼬박꼬박 생각의 흐름을 남겨둬야지. 마침 이 수첩이 놀고 있었다. 비록 더럽게 시작한 연이지만, 앞으로가 중요하겠지 하며 여행 배낭에 함께 넣었다.
그리고...
어느새 이만큼이나.
처음에 독일에 여행갔을 땐 꽤나 밀려서 메우는 데만 1달 넘게 걸렸는데, 이번에 3박 4일 다녀온 여행에선 바지런히 써둔 덕에 거의 안 밀렸다. 쓰다보니 몸에 배어 이젠 안 쓰면 허전하다. 그리고 쌓인 거 보면 뿌듯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나중에 이 공간에 여행기 쓸 때 풀어내기 수월하단 거! 당장 지금도 우즈벡 여행기는 기억 떠올리느라 힘든데, 베이징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술술 풀린다. 텍스트 분량 차이도 확실하고. 그리고 작년 여름의 완도여행, 며칠 전에 다녀온 여행도 꼬박 써뒀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고로, 독일 여행과 완도여행, 그리고 이번에 다녀온 여행은 텍스트 질이 괜찮으리라 자신한다.
그렇게... 애물단지에서 최애수첩이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소중히 간직해야지.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