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hte Liebe

  지금까지 내 응원팀들의 유니폼을 꾸준히 모아왔다. 그 중 가장 찾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삼성라이온스 왕조시절 유니폼. 이제 유니폼이 바뀐 지 3년째라 빈폴에서 그 옷을 신품으로 다시 팔 리 만무하다. 설상가상으로 유니폼이 바뀌자마자 삼성라이온스의 성적이 폭락하는 바람에,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적 좋던 시절의 유니폼을 간직하시는 분이 많다. 그래서 중고 매물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


  하릴없이 중고나라나 들락날락하며 기다렸다. 그러다 설연휴가 오기 직전, 우연히 번개장터 앱을 다운받아 들어갔다가 삼성라이온스 중고 유니폼이 매물로 올라왔다. 단돈 1.7만원에!! 그것도 내 사이즈로!!! 뒤에 일면식도 없는 분의 이름이 마킹되어 있었지만(....) 어떻게 떼낼 수 있겠거니 생각하며 일단 주문했다.


  설 연휴가 끝나고, 어제 택배가 도착했다. 포장을 뜯어보니 사진과 그대로 요상한 마킹(...)이 붙어있었다. 정식 마킹이 아니라 더 이상했다. 그러니 1.7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팔았겠지만..[각주:1] 일면식도 없으신 분의 이름을 등에 달 순 없으니 어떻게든 마킹을 떼일단 동네에 있는 세탁소에 가서 여쭤봤다. 아주머니께서 이건 안된다고 하셨다(...). 아예 접착제 붙여놓은 거라 함부로 뜯을 수 없다며..


  집에 오는길에 유니폼 업체를 찾아봤는데, 축구 유니폼 업체는 나와도 야구 유니폼 업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집에서 마킹 떼는 포스팅이 많이 올라와있더라!! 물파스도 있고, 네일리무버도 있고.. 축구였으면 어떻게든 업체를 찾았겠지만, 야구유니폼은 상대적으로... "한 번 해볼만한데!?" 그래서!! 수작업 결정!!!


  일단 해야할 일을 먼저 마무리한 다음, 올리브영에 갔다. 거기서 색깔 없는 네일 리무버가 있는지 물어봤으나, 그런 제품 없단다(...). 어쩔 수 없이 약국에 가서 라지 사이즈의 파스를 구입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 남은 발수건을 탁자에 깐 다음, 본격적으로 작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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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업도구 물파스. 작업하면서 거의 다 썼다.


  일단 마킹이 된 부분의 양면에 파스를 치덕치덕 묻혔다. 물이 흔근할 정도로 잔뜩 묻히라길래 양껏 발라줬다. 공식 마킹이 아니라 이렇게 해도 되는건지 반신반의하며 발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마킹 끝 부분을 당기니 조금씩 뜯어지더라!! 비록 가루가 많이 나왔지만(...). 그렇게 몇 번 가루만 뜯어내다 보니, 어느새 한 덩어리 통째로 뜯어지기 시작했다. 딱 잘 뜯어질 정도로 파스가 물든 것. 하나둘씩 뜯어지니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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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2개 뜯은 유니폼. 작업 시작하기 전에 사진을 따로 안 찍어둔데다 모르는 사람 이름을 올리긴 좀 그래서 어느정도 작업 한 사진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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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름 제거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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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어낸 마킹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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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숫자 제거 완료!!


  숫자 제거하다가 파스가 덜 먹은건지 중간에 흔적이 남아 꽤나 고생했다. 워낙 조금씩 남아있던 거라 잘 떨어지지도 않고... 그래도 파스를 더 많이 바르며 결국 뜯어냈다. 이 정도면 깨끗하게 뜯어낸듯? 예상보다 더 깨끗하게 뜯어졌다. 파스가 이렇게나 다양하게 쓰이다니..


  그렇지만, 이번에 한 번 해본걸로 만족하련다. 두 번은 못하겠음. 왜냐면.. 일단, 작업 다 끝내고 시간을 보니 어느새 2시간이 지나갔더라. 아마 마지막에 잘못 뜯은부분 정리하느라 더 걸렸던 듯. 그리고 방안엔 파스냄새가(....). 파스냄새를 빼기 위해 하루종일 창문을 열어두고 외출하고 왔는데도 아직까지 방 안에 파스냄새가 가득하다. 누가 보면 전신에 근육통 걸린 줄 알겠어(....). 진심 이 냄새 완전히 빠지려면 며칠 걸릴 거 같은데..


  현재 유니폼은 세탁소에 맡겼다. 윗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숫자 자국이 아직까지 남아있는데, 그 부분을 좀 해결해보려 한다. 이미 한 번 세탁기로 돌렸지만 한번 더 해보기로. 남은 부분이 지워질 진 모르겠지만, 일단 클리닝으로 한번 더 해봐야지 뭐. 제발 지워졌으면 좋겠다..!!


  1. 일반 노마킹이면 중고로 최소 4만원은 받을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