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더 브레멘 이야기.
이 팀에 처음 관심을 가진 건 07년도 이맘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입대한 뒤부터 휴가외박이하 휴가[각주:1]나와서 친구 만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집에서 게임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 때 한창 했던 게임이 바로 Football Manager, 일명 FM이었다. 입대한 뒤부터 초지일관 맨유만 골라서 했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슬슬 지겨워졌다. 그래서 맨유가 아닌 다른 팀을 골라보기로 마음먹었다. 여태껏 해보지 못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지는 팀을 해보고 싶었다. 죄다 EPL 아니면 라리가, 세리에만 찾았기 때문에 그걸 뺀 다른 리그를 찾아봤는데, 마침 한창 암흑기였던분데스리가에 웬 요상한 녹색 팀이 눈에 띄더라. 이름도 되게 낯선..데 전에 유벤투스랑 붙었던 팀이네!? 요기 클로제도 있네!? 요 팀 재밌겠는데ㅋㅋㅋㅋㅋ? 요기 골라봐야지! .... 베르더 브레멘이었다(.....)
베르더 브레멘으로 FM 돌려보는데, 생각보다 팀 전력도 탄탄하고 뮌헨도 잘 잡아내고[각주:2] 다른 약팀들 양학(!!)도 착실하게 해주니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나올 때마다 브레멘으로 몇 번 우승시키다 보니 이 팀에 대해 궁금해지더라. 마침 이 때쯤엔 적당히 짬도 찼을 때여서 부대 내에서는 싸지방(...) 가서 브레멘에 대해 찾으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주말엔 근무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종일(!!!) 인터넷만 줄창...ㅋㅋㅋㅋ 그러면서 자연스레 실축 경기도 찾아보면서 선수들의 실제 플레이도 확인하고 팀 분위기나 전술을 파악하게 됐다. 그러다 시간이 되어 제대하고 첫 학기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뭔가 재밌는 게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09년도 쯤부터 분데스리가를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브레멘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 때 정말 좋아했던 선수가 바로 토어스텐 프링스.[각주:3]꽤 오래전 이야기라...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처음엔 비록 한창 챔스 16강에 나갈때만큼 강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유럽대항전엔 꾸준히 얼굴도장을 찍어줬다. 그런데 이 팀.. 규모가 중소클럽이다(....) 어린 선수들이 좀 잘 한다 싶으면 자기 야망 채우러 빅클럽으로 나가는데 그걸 잡을 돈도, 힘도 전혀 없다(....). 일단 본격적으로 보기도 전에 이미 클로제가 나갔고, 보로프스키도 자유계약으로 뮌헨, 그다음엔 디에고가 유벤투스, 그 다음엔 외질은 레알, 그 다음엔 메르테자커랑 나우두가 동시에(....) 그 외에도 바우만은 은퇴했고, 보로피는 뮌헨에서 폼 망가져서 돌아오고.. 이런 과정에서 팀이 망해가는 과정(....)을 여과없이 지켜보고 말았다(...)
브레멘의 몰락엔 전술적인 요인도 있었다. 브레멘 스타일이 전형적인 닥공인데[각주:4], 이게 한창 잘나갈 땐 골도 많이 나오면서 수비도 기본은 해주니 괜찮았지만 팀이 망가지니 공수 밸런스가 무너진 괴상한 팀(...)으로 전락해버렸다. 닥공이라고 어떻게 공격 주도권은 쥐고있는데 맥아리없이 기회를 날려먹다가 상대팀의 공격 한방에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게 일상이었다. 선수들의 클래스가 떨어지니 경기력에서 티가 나기 시작한 것. 그래서 수비 좀 강화하고 밸런스 좀 맞춰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는데 샤프 감독은 죽어도 공격이더라(........). 그러다 보니 응원팀 경기 보는데 즐거움은 커녕 스트레스만 쌓이기 시작했다. 팀 색깔은 앞으로도 바뀔 일이 없어보이고.
그래도 대략 09/10 까지는 그래도 적당히 재밌게 봤었다. 그러나 10/11시즌부터는......................... 위에서 말한 것들이 누적되어 팀이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공놀이 보며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이기 시작...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팀에 대한 마음이 식기 시작했다. 공놀이로 스트레스 받지 말자며 다짐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눈에 들어왔던 게 로이스 소식이었다. 당시만 해도 로이스가 정말 싫었었다.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릴 정도. 바로 그 해에 묀헨글라드바흐 경기를 봤었는데 로이스 혼자서 브레멘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것. 아예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아무튼 그 소식에 대해선 위에 적었으니.
도르트문트를 응원하기 시작했지만 어디까지나 퍼스트는 브레멘이라고 생각했었다.꿀벌을 응원하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도르트문트와 브레멘이 맞붙은 경기를 봤었는데, 어딜 정말 기분이 묘했었지. 그런데, 가면 갈수록 도르트문트 스타일이 마음에 들더라. 팀 상태도 좋아보였고, 감독도 좋고, 선수들도 좋고.. 반면에 브레멘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도르트문트 경기를 보고 나면 싱글벙글한데 브레멘 경기만 보면 답답했다. 그게 누적되다 보니 자연스레 브레멘 경기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팀을 갈아탄 유다가 되었다....[각주:5]
그렇게 시간이 지나 13/14시즌 쯤에 브레멘 명단을 봤는데, 예전에 뛰는 선수가 아예 없더라. 내가 못 보던 선수들로 가득찬 라인업을 보면서 머릿속 브레멘과 심한 괴리감을 느꼈고, 그 때부턴 애증조차 사라져 거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 멀어지고 멀어져서.. 이번달 초에 브레멘전을 볼 땐 정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도르트문트를 응원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확인하는데, 브레멘이 북독더비에서 패배했더라. 그리고 아욱국이 볼북에게 이기면서 브레멘의 강등이 현실화된 듯하다. 한 때 그렇게도 열렬히 응원하고 함께했던 팀인데.. 애정이 많은 만큼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비록 지금은 팬심은 둘째치고 관심마저 사라져 선수 명단조차 잘 모르지만, 막상 강등된다 생각하니 지난 날이 떠오르며 씁쓸해진다.. 비록 클럽 규모는 작다지만 뼈대있는 집안이고 이렇게까지 무너질 실력은 아니었는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려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마침 500번째 글이길래 뭘 쓸까 생각중이었는데, 요거 딱 좋네. 아무튼, 500번째 글 기념 썰풀이 끗!
이왕 브레멘 이야기를 길게 쓴 겸에 현재 응원팀 이야기까지 간단히 덧붙여놓지 뭐. 아래에 접어놓았다.
1. 삼성라이온스
대략 95년도부터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무려 22년간 응원한 팀이고, 내가 유일하게 "골수"라는 단어를 붙이는 팀이다. 뼛속까지 푸른피가 흐른다고(...) 이유? 그런거 없다. ㄷㄱ사람이면 무조건 삼성이다.[각주:6] 다른 응원팀은 모두 '후천적으로 선택'해서 챙겨보지만, 이 팀만큼은 선천적인 팀이다. 말 그대로 '숙명'.... 그래서 애정이 남다르다.애정이 남다른만큼 빡칠 때 욕하는 수준도 남다르다.개삼성놈들 그리고 삼성을 응원하다 보니 이후에 팀을 고를 때 큰 영향을 줬다.[각주:7][각주:8]
2. 도르트문트
위에다 썼지만, 12년부터 응원 시작. 그 이유는 위에도 썼다시피 11년도 연말에 바이아웃으로 개간로[각주:9]를 시원하게 지르는 강력한 패기에 끌려서(....) 뭔가 남부촌놈[각주:10]들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각주:11] 그러면서 12년도 후반기 첫 경기를 보고 챙겨볼지말지 판단하기로 했는데, 마침 그 경기를 시원하게 이겨주더라.[각주:12] 그 경기를 보면서, 6골을 넣는 공격력보다도 6골을 넣는 동안 상대에게 크로스 기회조차 내주지 않는 수비력 및 탄탄한 조직력에 감격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챙겨보기 시작. 이제 4년 반을 향해 달려가는구나..
3. 포항스틸러스
역시 12년도부터 응원 시작. 여긴 도르트문트보단 살짝 늦어서 대략 4월 쯤부터 응원을 시작했다. 그때까지 약 3년간 독일축구를
챙겨봤고 박지성 맨유갔을 때 간간히 챙겨보던 것까지 포함하면 7년이 넘어가는데 외국만 쳐다보고 우리 리그를 등한시한다는 게 뭔가
아쉬웠고 우리 리그도 좀 챙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때마침 시간적 여유도 생겼겠다 하여 시즌 시작과 동시에 K리그에서
응원할 팀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대구팀은 삼성라이온스 하나로 족하니 대구 제외, 그리고 삼성팀만 응원하는 건 극혐이라[각주:13] 수원 제외, 브레멘 경기 보며 닥공의 ㄷ만 들어도 치가 떨렸기 때문에 전북 제외, 구단에 돈 없으면 선수 뺏기고 고생하는 걸 너무나도 생생히 겪었기 때문에 시민구단들 제외[각주:14], 연고이전 문제 때문에 서울과 제주도 제외, 통일교가 싫어서 성남까지 제외[각주:15]..하고 나니 포항과 울산이 남더라.[각주:16] 그래서 그 두 팀의 경기를 챙겨봤는데, 울산이 나랑 안맞는지 중계보다가 졸았다.[각주:17] 포항도 당시 경기력이 썩 좋진 않아 욕이 나왔지만 경기보다 조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 포항경기 챙겨보기로 결정[각주:18][각주:19]했다. 그렇게 챙겨보기 시작해서 작년까지 황감독님의 감독역량이 나날이 진화하는 걸 눈으로 봤었지..그리고 지금은 눈이 썩고있지... 4년이 넘었다..
- 공군이라 6주마다 한 번씩은 꼭 나왔다. [본문으로]
- 그 당시 브레멘은 바이언의 유일한 대항마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강력한 팀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챔스 진출권은 반드시 따내던 팀. 괜히 분데스리가 역대승점 2위 팀이 아님. [본문으로]
- 지금도 독일선수 중에선 프링스를 제일 좋아한다. 통틀어서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파벨 네드베드. [본문으로]
- 샤프감독 성향 자체가 공격을 중요시하였다. 그래서 브레멘 경기에선 골이 엄청 많이 나왔음. "제 3자가 보기엔" 정말 매력적인 경기력을 보여줬었다. [본문으로]
- 다행히 도르트문트와 브레멘 사이엔 별다른 라이벌의식이 없어서 같이 독일축구 보던 지인들도 별 말 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 지방에서 다른 팀 응원하면 왕따된다.... 진짜다... 선택권따위 없다.. [본문으로]
- 콩이라든가..2등이라든가..콩이라든가..2등이라든가.. [본문으로]
- 실제로 최근에 고른 팀들 모두 강하면서 현재 2등 위치고 앞으로 1등이 될 잠재력이 충분한 팀들이다. [본문으로]
- 마르코 로이스 [본문으로]
- 바이언 [본문으로]
- 정녕 콩팀은 내 운명인가보다...ㅋㅋㅋㅋ [본문으로]
- 함부르크 상대로 6:0으로 이겼다. 말 그대로 개발라버림 ㅋㅋㅋㅋ [본문으로]
- 삼성은 라이온스만 좋아합니다. 지금은 꽤 나아졌지만 원래 삼성 별로 안좋아했어요. [본문으로]
- 근데 지금 포항도 돈없어서 선수 뺏기는데!? 망했어요... [본문으로]
- 당시엔 성남 일화였으니.. [본문으로]
- 원래 축구 응원팀은 수도권 팀으로 고르고 싶었는데 마땅한 팀이 없어서 실패.. [본문으로]
- 이거 피시방에서 본 거다. 내 방 컴퓨터가 고장나서.. 근데 얼마나 안맞았으면 피시방에서 졸았을까(....) [본문으로]
- 대구랑 가까이에 있는 지역이지만, 지역보고 고른 게 절.대.로. 아니다. 위에 썼지만 지역으로 고를거면 수도권 팀 골랐지. [본문으로]
- 근데 포항도 그 전 시즌 최종 2위에다 역대 성적 2위네!?!?!?!?!? 이런 2위팀성애자 같으니라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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