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FM2 백열두번째 롤.

  근 2달만의 필름. 정말 오랜만의 결과물이다. 이마저도 올해 내에 한 롤 못 채우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카메라에 먼지가 앉을 참이었는데... 무릎 때문에 테니스를 비롯한 운동을 잠깐의 기간동안(약 보름?) 쉬었고, 그 때 그동안 안하던 것들을 하나둘씩 하며(독일 여행기라든가... 오블완이라든가... 블로그라든가... 독서라든가...)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필름도 채웠다. 그래서 그런지, 한 필름 내에 가을과 겨울을 모두 담았다.

 

  그러다 지난 토요일, 상암에서 열린 코리아컵(舊 FA컵) 결승전 직관을 했으며, 거기서 필름의 남은 페이지들을 한가득 채워왔다. 무엇보다 포항 스틸러스 경기를 보며 가장 짜릿하고 행복했던 직관이었기에 더더욱 기뻤고 영원히 그 순간을 간직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그 날은 DSLR로도 여러 장면을 담아왔으니, 필름 결과물과 함께 머지않은 시일 내에 그 날의 기록을 따로 정리하여 올릴 예정이다. 그 때 이번 필름 결과물 중 일부가 다시 올라올 예정이니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서론은 이쯤하고, 사진 결과물을 보러가자. 이번 필름은 Kodak Portra 400이고, 정말 오랜만에 물렸는데 여전히 믿고 쓰는 필름이다. 모두 즐감하시길 바라며...

 

 

0. 세기말 서울역 (응?)

 

마치 서울 상공에서 핵탄두가 떨어진 순간을 담은 사진같(...)

 

  아참, 이번 롤에선 빼놓을 수 없는 잡설이 하나 더 있구나... 이번 필름 결과물을 사진관에 맡기기 직전, 필름을 모두 되감은 줄 알고 덮개를 열어버리는.. 초보들이나 할 법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아침에 테니스치며 쌓인 피로 + 낮에 직관하며 마신 낮술(비록 맥주 2캔이지만..) + 엄청난 승리와 🏆로 인한 대흥분상태 + 마감시간 지났는데 운좋게 들어간 사진관으로 인해 정신없이 필름을 감다가 그만 필름 되감기할 때의 그 감을 순간 놓치는 바람에 발생한 참사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암에서 승리를 만끽하고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헐레벌떡 사진관으로 달려갔고, 지하철 연착 때문에 결국 시간이 지나 어쩔 수 없이 늦었다며 사진관 문 앞에서 필름을 되감고 있었는데, 정말 운좋게도 사진관 직원이 문 잠그기 전에 나왔다가 구석탱이에서 필름 감고 있는 날 보곤 문 닫기 전에 이것만 받아주겠다고 하시니 더 신나서(...) 가게에 들어가 필름을 마구 되감았다.

 

  근데, 아무리 돌려도 필름이 다 감겼을 때의 그 손맛이 안느껴져서(이상하게 필름 되감는 순간이 길~게 느껴찜) 이쯤하면 됐겠지? 하며 열었는데 떡하니 있는 필름...  오우 쒰!!! 황급히 덮게를 다시 닫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아무리 사진관이 어두운 편이라 한들 조금만 빛이 들어가도 필름이 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심지어 난 FM2 첫 롤을 멍청하게 날려먹은 인간임), 덮개를 닫은 채로 최대한 되감은 후 덮개를 다시 열어 필름을 꺼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내가 실수한 부분이 내 사진의 베스트컷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어제 결과물을 확인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역 고가에서 담은 장면이었고, 필름의 거의 시작 부분이었다. 거의 몇 년만에 서울역 광장 공사가 끝난 깨끗한 모습이라 담아봤는데, 사실 이 사진 찍는 순간에 찍던 거 또 찍냐는 자책을 하고 있었던 터였었고, 오히려 실수로 인해 전혀 새로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기도 하다(?) 이거 완전 노말비키자나?! 헛소리하지마임마  

 

 

  암튼 완벽히 공사가 끝난 모습은.. 다음에 한번 더 담는걸로 하고.. 이제 진짜 잡설 끝. 정말 이제부터 즐감하시길!!

 

 

1. 라켓 스트링작업하러 간 날

 

사마르칸트. 종종 우즈벡 음식 먹으러 간다.

 

블레이드에 4G 스트링 작업하러 간 날.

 

 

2.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3. 서울, 신답역 인근 - 청계천변 가을 풍경

 

때를 잘못 만났구나..

 

 

 

 

 

 

 

 

 

4. 서울, 잠실철교 해질녙 전경

 

 

 

5. 눈 쏟아지던 날

 

 

 

 

 

 

6.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 코리아컵 결승 & 동해안 더비

 

 

매번 S구역 구석탱이에서만 보다 E구역에서 보니 좋더라..

 

결승전의 히로인! 머리로 경기를 가져왔다!

 

크... 간지 좔좔

 

오늘 정말 열심히 뛰어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