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지름 이야기. (5) - <200926> UVEX 스포츠고글 104VM (우벡스 아시안핏, 미러변색)
1.
사실 재작년 여름~겨울 사이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ㅋㅋㅋ) 이런저런 장비(옷, 도구 등등..)들을 사들이며 라이더 구색(?)을 갖춰가다, 얼추 모양새 나오자마자 관심을 뚝 끊었다. 이쯤 투자했으면 됐다 싶었지. 이래저래 자전거에 돈 쓸 형편도 아니었고... [각주:1]
그러다 올해 들어 지금껏 잘 입어왔던 옷들이 하나둘씩 제 기량(?)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저렴하게 사기도 했지만, 한때 워낙 자주 입었던 터라(재작년 가을엔 거의 매일 나갔으니....) 바지가 하나둘 늘어나고 엉덩이를 지켜주기 못하기 시작한 것.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전거 옷을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몇 달에 걸친 고민(그리고 매장 방문) 끝에, 지난주에 패드 바지를 새로 샀다.
2.
근데, 고글 포스팅에 왜 옷 이야기만 줄줄 읊고 있냐고? 그거야 패드 바지 보던 중에 고글 지름신까지 강림했으니까... 사실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멋진 고글을 끼고 다니는 사람들(특히 선글라스 기능이 있는!!)을 보면 내심 부러웠다. 나도 저런 거 하나 끼고픈데... 잘 소화할 수 있는데...
하지만 안경 도수 문제 때문에(이전 고글은 안경점에서 도수 넣어서 맞췄음..) 나한텐 이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특히 렌즈와 고글을 함께 썼다가 바람 때문에 눈이 너무 아파 라이딩을 중도에 포기했던 적이 있어 함부로 바꿀 엄두도 못 냈다. 가끔 자전거 매장에 갈 때마다 한 번씩 껴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지난주, 이번에도 위에 말한 패드 바지를 보는 와중에 고글을 껴보면서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도수 이야기가 나왔다.
"이거 렌즈 자체엔 도수 못 넣죠-?"
"그쵸(당연한 걸 왜..?). 그래서 안에 도수클립 넣고 끼시는 분들도 있어요. 근데... 그거 시야가 좁아져서 많이 불편해요."
"아..? 그러면 어떻게..."
"렌즈가 편하죠 아무래도~ 시야 확보도 되고, 편하고."
...!?!?!?!?!? 렌즈를 낀다고?! 렌즈 때메 안 좋은 경험이 있었기에 그 말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엥? 렌즈요? 그러면 눈 안 아픈가요??"
"아뇨? 젼혀요..? 어차피 얼굴 각도에 맞게 고글이 나오기 때문에 눈에 바람이 들어가진 않아요!"
"아 그런가요?? 제가 예전에 렌즈 끼고 고글 꼈다가 바람이 눈에 너무 들어와서 엄청 고생했었거든요. 심지어 안경점에서 맞춘 건데..."
"아~ 그러면 그건 다른 스포츠용 고글인가 보네요~. 손님, 자전거 탈 땐 자전거용 고글 쓰셔야 해요~~ 이게 전부 얼굴 라인에 맞게 나와서 라이딩할 때 바람을 가르게 만들어둔 거예요. 자전거용 고글 쓰시면 말씀하신 문제는 없을 겁니다."
"아아... 제가 몰랐네요...."
"특히 눈은 중요한 부위니까... 조금 가격이 나가긴 해도 괜찮은 제품 쓰시는 게 좋아요! 그래서 이 제품을 추천드리는 거고.."
아...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큰 걸 놓치고 있었구나...
3.
패드 바지를 사고 (그 고글이 최신 고글이고 지금 내 것보다 좋긴 한데, 뭔가 내 얼굴형에 안 맞아서 패스...), 가게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집에 갈 때까지 눈에 불을 켜고 고글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고글로도 자전거를 탈 순 있지만, 이미 그 사실을 안 이상 이제부터라도 더 적합한 제품을 써야 하지 않을까!(지름신 강림 완료)
일단 매장에서 봤던 브랜드의 제품을 보는데, 104가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거... 예-전에 써봤을 때 나랑 잘 어울렸던 건데..!? 그래, 이거 괜찮았어... 검색 결과에 있는 후기글들을 보니 지금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구매하는 제품인 듯했다. 성능도 괜찮았고, 가격도 예전에 24~25만 원씩 할 때보단 많이 내려온 듯했다. 이 정도면 살만한데..!?
그렇게 미러변색렌즈 제품을 사기로 결정했다. 예전에 지인이 자전거를 탈 때마다 햇빛에 따라 렌즈를 빼서 다시 끼워 넣곤 했었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부지런하지 못한지라... 그리고 도수렌즈 프레임은 나중에 필요하면 사기로 결심했다. 그 아저씨 말대로 렌즈 끼고 타보지 뭐..
4.
혹시나 추석 연휴에 걸려 배송이 늦을까봐 후다닥 결제한 덕분일까, 지난 토요일 오후에 물품이 바로 집에 도착했다. 특히 요즘 택배 파업이 있어 늦을 거라 생각하고 마음 비우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택배 박스를 뜯었다.
언박싱이 끝나자마자 대충 옷 껴입고 동네 한 바퀴 자전거 타고 돌아다녔다. 물론 새 고글에 컨택트 렌즈 끼고. 사장님 말씀대로 렌즈를 끼고 타도 괜찮은지 짤막하게나마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일단은 괜찮더라!! 하지만 잠깐 다녀봤을 뿐이고, 맞바람 맞아가며 빠르게 달린 것도 아니니 자고 일어나서 다시 나가보기로 했다.
5.
그리고 지난 일요일 오후, 본격적인 라이딩에 돌입했다. 자전거 점검 차 한강을 거닐었다. 내심 눈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40여 km를 타고 점검을 받으며 기다리는 동안에도 눈은 평소에 렌즈를 꼈을 때와 정말 똑같았다! 고글이 얼굴에 붙어있을 뿐만 아니라 굴곡 덕에 바람이 자연스레 갈라졌고, 그 결과 바람이 눈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일상생활하는 정도...? 그제야 '확신'이 생겼다. "이제 렌즈 끼고 자전거 타도 되겠구나..!!"
좋은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광량에 따른 고글의 변색도 상당히 빨랐다. 주변 광량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냥 주변이 계속 같은 밝기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물론 선글라스만큼 햇빛을 가려주진 않아서 햇빛을 정면으로 받을 땐 눈이 부셨지만(물론 이건 선글라스를 써도...), 정면만 피하면 눈이 한결 편했다. 이래서 편광렌즈 고글을 끼는구나...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워낙 굴곡이 크다 보니 네온사인이나 가로등을 보면 불빛이 3갈래로 마구 갈라졌다. 낮에 일반적인 풍경을 볼 땐 괜찮지만, 밤에 인공 불빛을 볼 땐 다소 불편했다. 상대적인 옥의 티라 해야 할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더 많다. 그렇기에... 매우 만족스럽다! 비록 브랜드가 브랜드인지라 가격이 아주 착하진 않았지만 [각주:2], 충분히 그만한, 아니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제품이 아닐까 싶다. 정말 옳은 지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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