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6> 결국, 저 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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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아아..
더이상 한눈팔지 않겠다고 한 게 2018년 초였는데, 2년만에 그 다짐이 깨졌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필카를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바보같이 D5300 바디 쓰면서 35.2D를 들였을 뿐이에요.[각주:1] 단지 방구석에서 찍은 야경의 빛갈라짐이 예술이라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결국 그 후로 1년 가까이 책장에 먼지 쌓이도록 방치됐죠.
근데 그게 '플래그'였을까요? 결국 35.2D를 온전히 써먹을 바디를 손에 넣었어요. 광각 렌즈에 대한 생각 한 알이 발아하여 렌즈군 생각을 낳았고, 렌즈 생각이 바디 생각으로 자랐고, 그 생각이 욕심이 되어 눈덩이가 되었어요. 이듬해 여름 쯤 되니 풀프레임 바디가 눈에 아른거렸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D750을 손에 넣었구요.
FM2의 첫 렌즈는 Fuji C200.
그 때 싼 맛에 50.8D 단렌즈도 함께 구입했어요. 근데 35와 50만으로는 생각한 화각을 담아내기에 상당히 부족했어요. 크롭바디에 아빠번들 줌렌즈 쓰다가 단렌즈 쓰자니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결국 적당히 형편에 맞게 20mm와 85mm를 중고로 구입했어요. 85mm는 G렌즈를, 20mm는 D렌즈를 구입했어요. 85mm도 D렌즈로 구입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매물이 없었던데다 괜찮은 가격에 매물로 나온 85.8G 렌즈가 있어 빠르게 구입했어요.[각주:2]
근데 이상하게도요, 뭔가가 아쉽더라구요. 'D 렌즈로 깔맞춤할걸...'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이 때부터 '필카'라는 걸 염두에 두기 시작했던 듯해요. 이왕 D렌즈 산 거 필카에도 써먹겠다구요. 물론 D750을 애용하면서 그 욕심이 맘 속 깊은 어딘가로 가라앉았지만, 사라지진 않았어요. '언젠가는...'이란 생각을 지니고 있었죠.
그러다 작년에 다른 블로거분의 필카 현상 결과물을 보면서 필카를 찍고 싶었고, 일회용 필카를 구입하여 하나둘 찍기 시작했어요.[각주:3] 처음엔 재미삼아 가볍게 찍었는데 생각보다 결과물에 대한 반응이 좋더라구요!? 물론 필름 현상소에서 현상을 잘 해준 덕분이겠지만-이 자리를 빌어 망우삼림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어쨌건 조금씩 욕심이 나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러던 와중에 제가 다시 9-6 생활로 복귀하게 됐어요. 그 직전에 잠깐 바람을 쐬고 왔는데, 거기서 일회용 필카로 순간을 담고, 사진관에서 현상한 결과물을 보고나니... 깊은 곳에 침전되었던 '그것'이 어느새 표면 가까이 떠올랐더군요. 본격적으로 9-6 라이프가 시작되고, 그곳에 몰입하고 집에서 쉬고있으면 어느샌가 85.8D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85.8D 렌즈를 제 손에 넣었죠. 그러면서 결심했습니다. 사자.
역시 중고로 구입한 85.8D. 중고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리 잘 해주셨더라.
원래 처음에 생각했던 바디는 FE2였어요. A모드도 맘에 들었지만, 다들 FM2만 찾는지라 상대적으로 FE2 시세가 FM2보다 저렴했어요. 희소성도 있어보였고... 근데 막상 구하자니 때가 안 맞더라구요. 괜찮아보이는 매물은 한 발 늦었고, 남은 것들은 썩 마음에 안들었고...
그러다 이 물건이 눈에 들어왔어요. 마침 렌즈 없이 팔고있는데다 바디 가격이란 걸 감안해도 괜찮은 가격이더라구요? 마침 통장 잔고가 늘어나기도 해서 질렀어요. 거래하자마자 제 실수로 셔터막이 망가지는 바람에 반강제로 수리부터 받게 됐지만, 앞으로 기계 애지중지하라고 누군가가 제 손꾸락을 셔터박스 안으로 밀어버린 거라 생각하려구요. 하하하. 하하하하하핳....
수리비까지 합해도 FM2 중고 평균가랑 비슷하다는 게 반전의 반전.
아무쪼록 이번 지름은 카메라 생활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방식으로 사진생활을 할 것 같아요. D렌즈 몇 개 서로 돌려서 끼워가며 사진을 찍으려고 생각 중입니다. 그게 번거로우면 그냥 렌즈 물린 바디 2개만 가지고 돌아다녀도 되구요. 뭐, 어떻게든 되겠죠. 적어도 한동안 DSLR과 함께 들고다니며 사진을 찍을 예정입니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시간만 괜찮다면 집 근처 골목길이라도 걸어다니며 사진 몇 장 찍으려구요.
어제 모든 수리를 끝내고 카메라를 다시 받았어요. 그리고 미리 사둔 필름을 꽂아 몇 장 찍었어요. 초점과 노출을 일일이 맞추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게다가 필름을 기다리는 재미가 한층 더해졌구요.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찍을 때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FM2 첫 롤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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