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221> 서울, 김포공항 (야경 궤적사진) (재도전)
어제 친구랑 밥 먹고 나와 같이 걸어가다 맑은 하늘을 보다 보니 문득 김포공항이 생각났다. 마침 시간도 나고, 날도 좋아서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죄 짓는 것 같고, 지난 번 사진은 못내 아쉬웠고.. 그래서 이 참에 궤적사진 찍으러 다시 가기로 결심했다.
이번엔 지난번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열흘 전에 갔던 그 자리에 도착하니 6시 반 조금 넘었던가.. 이미 해는 넘어갔고, 여명만 약간 남아있던 상황. 비행기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반대편 활주로를 통해 착륙 중이었고, 내 눈앞의 활주로는 반대편으로 이륙하고 있었다. 기약없는 기다림의 시작이었지. 시간이 지나면 처음 도착했을 때 봤던 것처럼 내 눈앞에서 이륙하겠거니 생각하며 삼각대를 설치하고 마냥 기다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날 오후 뷔페에서 속을 든든히 채운 덕에 춥거나 배고프진 않았음.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이게 엄청 중요했음..
정월대보름 하루 전이라 그런가, 달빛이 무지 밝았다. 덕분에 지난번처럼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둡진 않았음.
2시간이 되도록 활주로는 바뀌지 않았다. 하염없이 기다렸음. 아쉬운 대로 이륙하는 사진 하나 더 찍음. 이 때부터 슬슬 화나기 시작..
위 사진을 찍고 30분을 더 기다렸는데도 여전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한 가지 착각했던 게, 이 쪽 활주로는 이륙 전용 활주로라 생각했던 것. 그래서 폰으로 김포공항 페이지에 들어가 이륙 시간표를 찾아봤는데 이제 이륙할 비행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었다(....) 이게 뭐라고 추운 겨울에 2연벙 당하나 싶어 본격적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어차피 아무도 없어서 맘껏.. 9시가 되도록 비행기가 똑같은 방향에서 이륙을 위해 이동하길래 슬슬 삼각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분리하고, 헤드를 고정하는 손잡이를 풀었다. 그 와중에도 미련이 남아 활주로는 계속 보고 있었는데..
어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 앞 활주로에서 이륙하던 비행기들이 갑자기 옆 활주로로 넘어가기 시작. 그러곤 이내 거기서 이륙하기 시작했다..!! 이거 뭐지..? 비행기가 뜨자마자 뒤를 돌아봤는데, 착륙하는 비행기 헤드라이트가 아까랑 다르다..!! 아까 착륙하는 비행기들은 멀리서 불빛이 보여도 조금씩 옆으로 움직였는데, 이번엔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비행기들이 가까이 올 수록 눈부시게 밝아졌다..!
그 사이에 이착륙 활주로가 바뀐 것이었다. 다 풀었던 손잡이를 급하게 꺼내 다시 고정시키고, 카메라를 다시 삼각대에 설치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아싸!! 비행기가 내 머리위로 지나가는데, 옆으로 지나갈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굉음이 들려오더라. 심지어 귀를 막고 있었는데도.... 그리고 비행기가 지나가고 몇 초가 지나면 거센 바람이 뒤따라와서 나무가 격렬히 요동치고!! 내 마음도 함께 요동치기 시작했다!! 물론 신나서 :)
드디어 첫 사진!! 그래 이거야!!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하늘 고속도로가 쫘악 펼쳐졌다.
가끔 날개 끝에 불 안켜고 들어온 비행기를 찍으면 요런 모양이 나왔다.
아따 넓다..!!
대략 이렇게 찍으며 감을 잡아가기 시작했고, 위치를 바꿔가며 계속 찍었다. 위치 뿐만 아니라 줌을 자유자재로 당겼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찍었다. 아래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찍은 2시간 가까이 찍은 궤적사진 결과물들. 마침 이 시간대에 비행기가 많이 착륙해서 그런지 몰라도, 비행기가 줄줄이 착륙하더라. 궤적사진만 수십장 됨..
스라이다(!?!?)도 가끔씩 들어오고..
직구도 들어온다!
참고로, 선이 구불구불한 건 비행기가 흔들린 겁니다(...)
아따, 비행기 크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찍을 땐 몰랐는데, 이건 이륙하는 비행기도 같이 찍혔다 :)
아마 내가 찍은 비행기 중에 제일 넓었을 듯 ㅎㄷㄷ..
이 쯤 찍으니 슬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비행기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나 찍고 나면 불빛이 끊임없이 추가됨 ㅎㄷㄷ.. 착륙하는 비행기가 그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가야되는데 비행기가 계속 온다.. 그런데도 멈추기 싫었다. 여기 언제 또 올줄 모르는데, 이참에 바짝 찍어둬야지! 계속 찍었다. 계속..
모두들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들어왔다.
슬슬 가야되는데..
아, 드디어 비행기가 저 멀리 있었다..!! 이제 여기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위의 사진이 마지막 궤적사진. 시간은 10시 50분... 무려 이 자리에서 4시간 반 가까이 서 있었던 것이었다(....) 점심 때 뷔페를 워낙 든든하게 먹었던 덕에 이 시간이 되도록 배도 안 고팠다. 그래서 이 시간이 되도록 문제없이 버틴 듯. 다만 비행기가 몰고 오는 바람이 워낙 강했던 덕에 좀 추웠지만... 다만, 너무 오래 있었던 것이 흠. 이렇게 하면 지하철 타고 집에 갈 줄 알았건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결국 2호선이 끊기는 바람에 택시 탔음 ㅠ_ㅠ 그래도 누구랑 다르게 2번 연속 물 먹지 않았다. 만약 그 때 미련없이 자리를 떴으면 정말 아쉬웠을 듯..
아무튼, 하늘 고속도로를 원없이 담아왔다. 정말 내가 생각하던 그 그림 그대로 :) 성공!! 지금 올리면서 보는데 뿌듯하네잉!!
ps. 지난 번에도 올렸지만, 찍은 위치는 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