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물안궁 자문자답 - 음악 편. (上)
(편의상 존칭 생략하니 양해 바랍니다.)
* 언제부터 봤....
- ? 뭘 봐요.ㅋㅋ
* 죄송합니다. 입에 베여서... 언제부터 들으셨나요?
- 뭐 듣는거야 어릴때부터 들었죠. 택시나 버스 라디오에서 노래 많이 나왔잖아요.ㅎㅎ 그리고 나중엔 미니홈피 같은데서도 많이 접했고...
* 음? 보통 음악프로로 많이 접하지 않나요?
- 음악프로는 따로 본 적 없습니다. 어릴 때 집에서 티비를 못 보게 해서 음악프로나 드라마를 거의 못 봤어요. 근데 딱히 못 봐서 아쉽진 않았어요. 별로 관심 없었으니까...
그러다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음악프로에 아예 관심이 없었어요. 심지어 군에서도 음악프로 하면 밖에 나가서 딴 짓 했어요.
* 와, 그러면 무대를 거의 안 보신 거나 다름없네요.
- 네, 그래서 춤을 아예 몰라요. 딱 하나 봤던 게 'H.O.T. - 캔디'? 망치춤이나 그...엉덩방아(?) 춤 말곤 모릅니다.
그 영향인지 몰라도 그 때나 지금이나 차트 순위를 안봐요. 어차피 순위랑 상관없이 제 취향의 노래를 들으니까..
* 그러면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 소외되지 않나요?
- 뭐, 좀 그렇긴 했죠. 근데 당시의 저는 그냥 말이 없는 아이여서...
* 아하..
- 뭐 그래서... 음악프로보단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들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 아이고, 감사합니다. 덕분에 삼천포로 간 얘기가 다시 돌아왔네요.
- 하하, 제가 원래 딴소리 많이 합니다^^;;
* 그나저나, 라디오라니 낭만적이네요.
- 그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귀에 쏙 박혀요. 딱 한번 들었는데도 잊혀지지 않더라구요.
특히 당시 제가 살던 지방에서 오후 4시부터 2시간동안 오로지 노래만 나오는 프로가 있었는데, 거기서 정말 맘에 드는 노래들이 많이 나왔어요.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 문제요..?
- 정말 노래만 나오다보니 그 노래가 뭔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인터넷 홈페이지가 활발한 때가 아니어서 찾을 방법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DJ가 있는 방송에서 노래를 들었다 한들 크게 다르진 않았어요. 잠깐 방심한 사이에 노래가 지나가고 마니까...
* 답답하셨겠어요...
- 말 그대로 하이라이트만 기억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홈페이지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더라구요. 덕분에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게 됐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좋은 노래들은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나오더라구요. 덕분에 중-고등학생 시절 방에서, 아님 군에서 근무서며(...) 라디오를 듣다 뒤늦게 노래 제목을 알게 된 경우도 많았어요.
* 근데 그렇게 알았다 해도 기록 안해두면 까먹잖아요?
- 네, 맞습니다. 실제로 까먹었다 다시 찾은 경우도 많아요.
* 그러면 지금도 까먹은 노래가..
- 아, 지금은 거의 다 찾아서 다운받았어요.
* 네...? 그걸 다 기억했어요?
- 당연히 아니죠.ㅎㅎ 어느 순간부터 작은 노트에 노래 제목을 하나하나 남겨두기 시작했어요.
* 그 수첩 지금도 가지고 있나요?
- 아뇨, 지금은 버렸습니다. 때마침 인터넷으로 음악 사이트를 알게 됐어요. 벅스도 그 중 하나였죠.
근데, 거기에 나만의 앨범을 만드는 페이지가 있더라구요?? 여기다 제가 지금까지 썼던 노래들을 다 옮겨두면 되겠다 싶었어요. 지금까지 적어두거나 기억해둔 노래들을 모두 넣었습니다.
* 아니 그래도 그렇지, 사이트가 없어지면 어쩌려고...
- 지금에 와서 보면 좀 무모하긴 했네요. 그 땐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진 못했어요.ㅎㅎ 그래도 Bugs가 지금까지 잘 살아남아 있으니 됐죠 뭐.. 하하하
* 지금도 있어요?
- 네, 중간에 한 번 리뉴얼(?) 되면서 앨범들 중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긴 했지만 나머지는 잘 살아있습니다.ㅎㅎ
* 와...! 정말 노래 많이 들으셨네요!
- 절대 아닙니다. ㅎㅎ 당시엔 이게 전부였어요. 그냥 라디오에 나온 유명 노래들만 듣는 수준이었습니다. 실제로 지금 제가 자주 듣는 노래랑 분위기 차이가 커요.
* 하긴, 그 괴리감이 느껴지긴 하네요. 그럼.. 지금 즐겨듣거나 좋아하는 노래들은 언제 처음 접했나요?
- 음... 그때그때 따라 다르긴 한데... 전반적으로 미니홈피 등의 경로를 통해 어떤 노래를 듣고 그 노래에 꽂혀서 그 가수 혹은 그룹, 밴드(이하 가수)의 다른 노래를 듣는 식으로 파고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방식이죠.
* 어떤 가순지 여쭤봐도 되나요..?
- 이게 벌써 1x년 전이라 좀 헷갈리긴 한데... (당시 기준으로)확실한 건 Radiohead랑 Linkin Park, 배치기, 클래지콰이 정도? (Nell은 그 전부터 알았고, Keane, 자우림, 피터팬 컴플렉스나 롤러코스터, 러브홀릭,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는 주요 몇몇 노래만 알고있었고...)
* 이게 언제쯤이죠?
- 2007년이요. 내무실에서 들었으니까요. 특히 라디오헤드와 넬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 ....군부대에서?
- 네.ㅋㅋ 당시에 노래에 대해 어설프게 아는 고참이 있었으면 갈궜을지도요.ㅋㅋ
* 그나저나 배치기,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는 꽤 의왼데요?
- 주변에서 배치기나 MC스나이퍼, 다듀, 에픽하이 노래를 듣다보니 같이 들었어요.ㅎㅎ 힙합을 아예 안 듣진 않아요. 다만 멜랑꼴리한 계열의 노래를 더 좋아할 뿐이지...
* 하긴, 지금도 힙합노래 가끔씩 찾으시지...
- 네.ㅎㅎ 근데 그 때나 지금이나 힙합은 모릅니다. 하하.
* ....네? 그냥 음알못 아니신가요?...
- ...... 헷.
* 근데, 지금 노말원 님의 재생목록에 비해 위에 언급한 가수들의 수는 다소 단출해보이는데...
- 네, 맞습니다. 저 때도 사실 듣던 가수들의 노래만 들었어요.
* 그럼 지금처럼 MP3를 마구 모으기 시작한 건 언제부턴가요?
- 음... 2011년인가... '나는 가수다 1'을 챙겨본 게 시작이었어요. 거기에 나온 노래를 다운받기 시작했죠. 때마침 '국카스텐'을 처음 접했고, 역시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근데 그것도 시험때문에 일시적이었고, 본격적으로 찾아본 건 2012년부터였어요. 최종적으로 시험을 접고 복학해서 생각없이 놀았는데, 그 때 파도타기 식으로 노래를 찾아들었어요.
A 가수의 B 노래가 유명하면 그 가수의 C, D 노래도 들어보고, A 가수랑 비슷한 느낌의 E, F 가수도 G, H 노래도 듣는데, 그 중 G가 좋으면 또 I, J도 듣고, 그 노래랑 비슷한 N 가수의 P 노래도 듣고...
* 그 때 제일 많이 모았겠네요?
- 아뇨, 오히려 이듬해인 2013년과 2014년이 절정이었습니다.
되는 게 하나도 없던, 정말 암울했던 시기였어요. 정말 미친듯이 노래를 찾아들었습니다. 당시에 다운받은 노래만 얼추 800개 가까이 돼요.... 심지어 그 중 '각자의 밤' 앨범트랙 13개를 빼면 모두 다운받은 거에요.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당시에 매일 타던 자전거, 그리고 수시로 듣던 노래 아니었으면... 생각보다 더 위험했을수도 있겠어요.
* 분위기가 무거워졌네요. 특히 원래 즐겨듣던 Nell이나 Radiohead까지 생각하면...
- 아, 그 땐 (국카스텐 정도를 빼면) 오히려 말랑말랑한 노래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당시 K-인디 음악들이 주로 그랬죠. 지금은 더하지만...
오히려 Nell이나 Radiohead는 예전에 너무 많이 듣다보니 질려서(?) 귀에 잘 안 들어왔습니다. 특히 Radiohead는... 한동안 피했습니다. 질리기도 했지만, 나 자신이 너무 가라앉는 느낌이라..
* 아무튼, 그 뒤로도 노래는 꾸준히 모으시지 않았나요?
- 물론입니다.
2016년에는 블로그에 올릴 노래를 찾으면서 많이 모았고, 2017년에는 특별히 제게 좋은 노래를 많이 알려줬던 친구 덕분에...
현재 제 폰에 있는 MP3 개수입니다. 중복되는[각주:1] 노래 빼면 이 정도 돼요.
* 이왕 말 나온김에 중고 CD 이야기 좀 해보죠. 책장이 빼곡하네요.
-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껄껄.
* 얼마나 사신거죠?
- 지금 책장에 있는 거 세어보니 77장이군요.
* 흠, 그 정도면 그냥저냥 모은 느낌이긴 한데... 문제는 그게 아니죠?
- ^^;;
* 자, 저 중 알라딘에서 중고로 산 게 몇 장이죠?
-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약 60장 정도 돼요.
* 흠... 계기가 있을까요?
- 사실 CD 욕심이 있었어요. 언젠가 내가 기회가 된다면 정말 좋아하는 가수들의 CD를 모으고 싶은.
언젠가 서림동 쪽으로 이사해서 자연스레 신림역 주변을 자주 가게 됐는데 역 근처에 알라딘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종종 지하 계단으로 내려갔죠.
그러다 어느 순간 Radiohead 노래를 다시 듣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도 OK Computer 앨범은 각별했어요. 군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이기도 하고.. 그래서 하나 사기로 결심했죠. 때마침 알라딘에서 샀었구요.
그 때부터 하나둘 중고 음반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 그게 언제죠?
- 2016년입니다. 당시에 쓴 글도 있어요.ㅋㅋ
* 그 사이에 야금야금 모으셨군요.
- 원래는 그랬는데, 작년 늦가을부터 올 2월까지는 뭔가에 홀린 듯이 모았어요.
* 하하, 어떤 방식으로 샀어요?
- 그간 조금씩 사오던 게 어느정도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 가수들의 남은 앨범들까지 사들이고 싶더라구요.
윤종신을 예로 들자면, 기존엔 3~5집, 그리고 9집과 10집만 가지고 있었는데, 욕심이 나서 정규앨범 전집을 모으는거죠. 그리고 언니네 이발관이나 MoT처럼 원래부터 전집을 모으고 싶었던 앨범들을 싸그리 모은 것도 있어요.
* 그래서 많이 모으셨어요?
- 네, 제법...
당장 윤종신 앨범을 6집 제외한 전집을 모았고, Nell 정규앨범+산책 앨범 모두 모았고(인디 1집 제외), 언니네 이발관, Mot, 에피톤 프로젝트, Toy, Radiohead, 러브홀릭, 하림 등.. 정규앨범을 전부 모았어요. 꼭 전집이 아니더라도 김연우 2집같이 꼭 사고팠던 앨범도 모았고...
* .... 근데... 말만 들어도 꽤 많아보이는데, 얼마나 사셨길래..
- 음... 다 세어보니 36장이네요. 그 3달동안 모은 게 나머지 3년간 모은거랑 비슷하네요. 하하하....
* ....네? 올 2월이야 그렇다쳐도 그 전엔....
- 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거죠. 그나마 중고 음반이라 다행일까요.
* 아니, 원래 뭘 사면서 스트레스 푸는 타입은 아니잖아요.
- 네, 저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도 이렇게 될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죠..
아마 제 음반 책장은 한동안 이 상태로 쭉 유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어쨌든... 진심으로 다음엔 그런 식으로 소비하지 마십시오...
- 네, 반성합니다.
* 아무튼, 성실히 얘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네요. 한 템포 끊고 가실까요?
- 네, 좀 쉬었다 갑시다.
(中편에서 계속)
https://ohnues.tistory.com/1618
- 앨범을 사는 바람에 기존 MP3와 같은 파일이 생긴다든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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